연구소칼럼[콩나물시루]

착해서 손해 본다고요? : 인공지능이 증명한 최강의 생존 전략

강정모 소장 2026. 3. 2. 13:07

이기적 승리를 넘어서는 협동의 생존 전략

1974년, 토론토 대학교의 애너톨 래퍼포트 교수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협동, 호혜, 용서'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도덕적인 훈화가 아닙니다. 1979년 로버트 액설로드가 주최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토너먼트 결과는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했습니다. 수많은 복잡한 배신과 공격 프로그램 사이에서 최후의 승리를 거둔 것은 가장 단순한 '협동-호혜-용서' 전략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원리는 명쾌합니다. 먼저 협동을 제안합니다. 상대가 도움을 주면 똑같이 돕고, 공격하면 단호하게 반격합니다. 하지만 상대가 다시 손을 내밀면 과거를 잊고 즉시 용서하며 협동의 장으로 복귀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방식이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 프로그램들까지 협동하게 만드는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입니다. 협동은 단순한 선의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가장 확실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고도의 생존 전략입니다.

보이지 않는 이익, 사회적 자본의 힘

우리 사회의 나눔 행위가 연대로 이어지고, 다시 공정한 분배 시스템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초 자산이 있습니다. 바로 협동, 호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입니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을 보는 안목의 유무에 있습니다. 당장의 가시적인 이익을 위해 상대를 무너뜨리는 단기적 경쟁은 결국 공동체 전체의 공멸을 부릅니다. 사회생물학의 창시자 에드워드 윌슨은 "이기적인 개인이 이타적인 개인을 이길 수는 있지만, 이타적인 집단은 이기적인 집단을 반드시 이긴다"고 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 사회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시민 가치는 이제 당위의 영역을 넘어 실전적인 생존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신뢰를 구축하고 협동의 네트워크를 짜는 일이야말로 공동체의 파이를 키우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입니다.

 

 

현장의 활동가들이 캐내는 무형의 광맥

 

시민단체 활동가와 사회복지사, 특히 주민 조직과 지역 복지를 담당하는 여러분은 이 보이지 않는 이익을 발굴하는 광부들입니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갈등과 이기심은 때로 우리를 지치게 합니다. 때로는 배신당하고 상처 입으며 협동의 가치를 의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묵묵히 쌓아 올리는 상호 신뢰와 호혜의 관계망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면역 체계입니다. 우리가 현장에서 제안하는 협동과 용서는 결코 나약함의 표현이 아닙니다. 그것은 갈등을 넘어 공존으로 나아가는 가장 영리하고 용감한 선택입니다. 주민들 사이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신뢰의 끈을 연결할 때, 비로소 공동체는 암세포 같은 이기주의를 이겨내고 생명력을 회복합니다. 여러분의 활동은 한 개인의 복지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고귀한 설계입니다.

연대하는 우리를 믿고 나아가는 용기

지금 이 순간에도 지역 사회 곳곳에서 주민의 마음을 얻고 관계를 잇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여러분이 뿌린 협동의 씨앗은 당장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래퍼포트의 프로그램이 결국 주변을 변화시켰듯, 여러분의 일관된 신뢰와 호혜의 태도는 반드시 현장의 문화를 바꿀 것입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함께 사는 이익'을 증명해 내는 여러분이 있기에 우리 공동체의 미래는 밝습니다. 여러분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협동이 승리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우리 사회의 가장 소중한 자산을 관리하는 파수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