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조직의 활성화 : '무엇을 할까'보다 '무엇을 버릴까'
추락하지 않는 것이 비행의 본질이다
항공 업계에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고 합니다. "나이 든 조종사가 있고, 과감한 조종사가 있다. 하지만 나이 들고 과감한 조종사는 없다."는 말입니다. 경력이 많은 베테랑 조종사는 결코 화려하거나 스펙터클한 비행을 시도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유일한 목적은 추락하지 않는 것입니다. 롤프 도벨리는 저서 <불행 피하기 기술>에서 이를 '다운사이드(Downside) 관리'라고 설명합니다. 투자의 모든 긍정적인 결과인 '업사이드'에 집착하기보다, 파산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인 '다운사이드'를 피하는 데 집중하라는 조언입니다. 다운사이드를 체계적으로 제거하면 업사이드는 저절로 따라옵니다. 이것이 영리하게 인생을 움직이는 기술의 핵심입니다.

부정신학이 일러주는 좋은 삶의 길
그리스와 로마, 중세의 사상가들은 이러한 접근법을 '부정신학(negative theology)'이라 불렀습니다. 이는 '부정의 길', '포기의 길', '내려놓음의 길'입니다. 신이 어떤 존재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어떠하지 않다'고는 말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이 좋은 삶을 보장하는지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좋은 삶을 방해하는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행복을 저해하는 위험 요소는 언제나 구체적이고 명확합니다. 반면 업사이드는 모호하며 사람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따라서 삶에서 다운사이드를 체계적으로 제거하는 데 먼저 집중해야 합니다. 그것이 훨씬 효과적으로 좋은 삶에 도달하는 방법이라고 롤프 도벨리는 <불행피하기 기술>에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워크숍의 질문을 바꾸어야 하는 이유
이 원리는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위한 번아웃 워크숍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활동 방식이 좋은 방식인가?"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진부할 수 있습니다. 질문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조직의 어떤 관행이 지속가능성을 불가능하게 하는가?" 혹은 "나의 어떤 생활 습관이 나의 활동을 가로막는가?"라고 물어야 합니다. "조직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논의할 때 활로가 더 선명하게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멈춤(STOP)에 대한 선제적 사고가 전제되어야 시작(START)의 진정성이 확보됩니다. 더 많이 하는 것이 삶을 풍성하게 만들기 보다는 오히려 '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삶과 조직을 윤택하게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다운사이드를 직시하라
우리 삶의 다운사이드는 매우 명확합니다. 과음, 거절하지 못하는 수많은 약속, 과로,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나쁜 자세, 지나치게 긴 통근 시간,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 등이 그것입니다. 또한 타인에 대한 과도한 기대, 과소비, 재정적 종속, 불평만 늘어놓는 이들과의 관계, 외적 평가에 연연하는 마음, 끊임없는 비교, 희생적 행동, 자책과 피해의식, 수면 부족도 포함됩니다. 이런 요소를 나열하는 데는 깊은 학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위협들입니다.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우기보다 그런 문제들을 피하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의 친구이자 동업자인 찰리 멍거는 대단해지려 애쓰기보다 멍청해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태도가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공을 가져온다는 말을 했다고 롤프 도벨리는 이야기 합니다.
부기능의 메시지는 내 안의 보혜사다
성격유형검사인 MBTI 관점에서도 이 논리는 유효합니다. 저의 주기능은 '외향적 사고(Te)'입니다. 이는 추진하고 실행하라는 신호입니다. 반면 저의 부기능인 '내향적 감각(Si)'은 브레이크 역할을 합니다. 주기능이 폭주할 때 부기능은 "지금 이 일이 적절한가? 옳은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를 묻습니다. 이 메시지를 무시하고 주기능을 과도하게 쓰면 갈등과 우울, 실패가 찾아옵니다. 번아웃은 내 안의 부기능이 보내는 '멈추라'는 경고를 외면할 때 발생합니다. 성서 요한복음에서 예수가 언급한 '보혜사'는 우리 곁에서 돕고 보호하는 존재입니다. 부기능의 메시지는 바로 우리 마음속의 보혜사와 같습니다. 그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활동가와 사회복지사를 위한 응원
시민단체 활동가와 사회복지 현장의 종사자 여러분, 여러분은 타인의 고통을 돌보고 지역사회의 변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민 조직과 지역 복지를 담당하는 분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일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헌신이 여러분의 삶을 피로하게 하는 '다운사이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운이나 외부의 평가는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지만, 누적된 과로와 자기 방치는 오래되어도 적응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선한 의지가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여러분을 불행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요소들을 발견해보시기 바랍니다. 완벽한 활동가가 되려 하기보다, 스스로를 소진을 피하는 지혜를 발휘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건강하고 평안할 때 여러분이 꿈꾸는 마을과 사회도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걸음이 비록 화려하지 않더라도, 추락하지 않고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