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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콩나물시루]

[강정모 소장] 주민조직 활동현장 소통2_감정언어 현장사례 연습

강정모 소장 2025. 8. 6. 23:57

 

 

 

주민조직 활동현장 소통2_감정언어 현장사례 연습

시민교육콘텐츠연구소 강정모 소장 

 

 

‘두려움’과 ‘불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리는 두려움과 불안을 유사한 감정으로 여기고, 두려울 때 불안이라는 언어를 사용하거나 불안할 때 두렵다는 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적합한 감정언어를 사용해야 내가 내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감정이 나를 휘두를 가능성이 높다. 10여 년 전 노인복지관에서 노인모임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소통교육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참여자들은 70대 중반에서 80대 정도의 연령대였다. 모둠별로 ‘두려움’과 ‘불안’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논의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 참여자가 경기북부가 고향이었는데 어린 시절 전쟁이 나서 부모님 손을 잡고 남쪽으로 피난을 가면서 길가에 폭격과 총격으로 사망한 시체들을 보면서 매우 ‘두려웠었다’고 했다. 그런데 한참 피난을 가는데도 폭격소리가 그치지 않는데, 하늘을 보면 어디서 폭격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어 ‘불안했다’고 표현하였다. 내가 들었던 두려움과 불안에 대한 표현중 가장 인상 깊고 생생하여 지금도 그분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즉 두려움은 감정의 원인을 알 수 있을 때 표현되는 것이며, 불안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감정이다. 그래서 두려움은 원인에 대해 조치하거나 변화시키면 두려움이 잦아들 수 있지만 불안은 원인을 알 수 없으므로 불안을 다루기 위해서는 심층적이고, 다양한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렇게 감정언어마다 그 상태가 쓰임이 다르다. 

 

하나 더 살펴보자. 우리가 보통 붙여서 자주 사용하는 감정언어중 하나가 ‘시기질투’다. 그런데 시기(猜忌)와 질투(嫉妬)는 별도의 다른 언어다. 이것은 언어마다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다를까? 예를 들어 연인이 공원에서 데이트 중이다. 팔짱을 낀 연인이 아름다운 대화를 하면서 걷고 있다. 그런데 팔짱 낀 연인 옆으로 한 멋진 여성 또는 남성이 지나간다. 그런데 연인 중 한 명이 지나가는 다른 이성(異性)을 향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눈길을 돌리고 있다. 고개와 눈이 돌아가는 상대방을 보면 ‘시기’가 날까? ‘질투’가 날까? 생각하면 헷갈리다가 내가 투영된 상황을 상상하면 분명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질투’다. 즉 연인 또는 부부간에 마땅히 나를 가장 사랑해야 할 상대가 나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관심을 보일 때 발생하는 감정이 ‘질투’다. 반면에 ‘시기’는 상대가 나보다 더 잘 되었을 때 일어나는 감정이다. 즉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시기’의 감정을 잘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질투와 시기의 감정을 다루기 위한 대처는 다를 수밖에 없음을 생각할 수 있다. 

 

주민조직, 사회복지사업, 비영리현장 활동사례를 통해 대화속에 들어있는 감정을 추론하는 연습을 하면 의외로 사회복지사들이 감정언어를 낯설어하고, 어렵다는 표현을 한다. 하지만 감정은 낯설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 내면과 두뇌에서 다채롭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다. 다만 주민조직현장에서 다채로운 감정을 담아낼 ‘감정언어’를 사용할 기회가 별로 없었을 것이다. 사회적 취약계층과 소수자에게 서비스하는 전문직인 사회복지사임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말하는’ 것에는 익숙하나 상대의 말에 숨어있는 감정을 ‘입으로 듣는’ 경험은 별로 없었던 것이다. 친절하고, 따뜻하게 말하는 것과 상대의 감정을 입으로 듣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사회복지사가 친절하고, 따뜻하게 말하는 것은 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것이지만 상대의 ‘감정을 입으로 듣는 것’은 사회복지사 자신을 위한 것에 가깝다. 사회복지사가 주민을 조직하고, 운영하고,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말을 영향력과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 ‘상대의 감정을 입으로 듣는’ 것은 사회복지사의 말을 조직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소통해 내기 위한 비용일 수 있다. 

 

그러므로 주민조직 사업을 실행하는 사회복지사에게 ‘감정언어’는 영향력 있는 현장활동의 ‘무기’다. 다양한 감정언어를 보유하고, 활용하면, 자신의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선명하고, 신속한 소통을 구사할 영역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소통 영역의 확장은 운영하는 사업의 성과향상으로 연결된다. 주민조직에 참여하는 주민 간에 갈등은 필연적이다. 사회복지사는 이를 조정하고, 소통하고, 합의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주민 간 갈등, 기관 내 갈등에 심판으로서 논리적 시비를 가리고자 하는 시도는 오히려 갈등당사자들 간에 더 큰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하며, 양쪽에게 공격을 당하기도 하는 행위다. 이러한 상황에 적용할만한 김윤나의 <말그릇>에 나오는 문장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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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다가도 

누군가의 그 ‘이름’을 불러주면

재빨리 짐을 정리하고 떠난다. 

 

“당황스러웠지, 정말 놀랐겠다”

“속상했지, 마음이 힘들었겠어.”

 

이렇게 제대로 된 ‘이름’으로 담아주면 

감정은 더 이상 마음을 휘젓지 않고 사라진다. 

반면에 확인되지 않은 감정은 출구를 찾을 때까지 

마음 어딘가를 떠돌면서 계속 생채기를 낸다. 

 

김윤나 <말그릇>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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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의 말처럼 상황에 제대로 맞는 적합한 ‘이름’의 언어로 갈등당사자의 감정을 담아주면 언어에 담긴 감정은 더 이상 양측의 마음을 휘젓지 않고, 가라앉게 된다. 비로소 합리적, 논리적 소통이 가능한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이다. 좋은 감정도, 피하고 싶은 감정도 수백가지다. 그런데 이런 감정을 좋아, 짜증나로만 표현하면 ‘제대로 된’ 이름이 아니므로 감정은 당사자들의 마음을 휘젓게 된다. 그래서 다양한 감정언어를 사회복지사의 현장활동 무기라고 하는 것이다. 다채로운 감정언어를 확보하기 위해 사회복지 직무현장을 반영한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사례 1.

“며칠 전 주민활동 동료와 말다툼을 해서 서로 말도 안 하고 지내요. 그 후로 먼저 말을 걸려고 생각해도 그게 잘 안 돼요.”

 

분석 1.

참여주민이 사회복지사에게 동료와 말다툼을 했다고 호소한다. 그런데 다음 회의 또는 활동에서 다시 봐야 한다. 집에서 현장으로 오는 길에 어떤 감정이 들까? 그렇다 ‘불편함’이다. 그런데 불편함이라는 감정에서 최종적으로 조금 달라진다. 먼저 말을 걸려고 하는 의도를 표현하였다.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 어떤 감정이 있어야 배우자에게 ‘먼저’ 말을 걸 수 있을까? 답답함? 자존심은 답답함 정도의 감정으로는 ‘먼저’ 말을 걸고자 하는 태도를 갖기에 부족하다. ‘미안함’의 감정까지 가야 ‘먼저’ 말을 하고자 할 듯하다.

 

사례 2.

“활동용 공용 컴퓨터가 오래되고, 느려서 활동 행사에 사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이번에 컴퓨터를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분석 2.

사회복지관 내에 자원봉사단 단장이 사업담당 팀장 사회복지사에게 개별적으로 건의하는 상황이다. 자원봉사단 단장은 어떤 감정일까? 어렵지 않다. ‘답답함’이다. 그러면 “많이 답답하셨겠네요~”라고 입으로 들어주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팀장 입장에서는 이렇게 단장의 감정을 들어주면 마치 공용 컴퓨터를 교체해 주겠다는 것처럼 전달되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 그래서 “그간 많이 답답하셨겠네요~”라는 공감언어가 순간 떠올랐으나 망설이게 된다. 그런데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과 상대의 감정을 들어주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나아가 상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아도 상대의 감정을 들어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선생님 상황과 입장으로 그간 많이 난처하셨겠습니다. 화도 많이 나셨겠고요. 하지만 해결방법에 대해 저는 선생님의 의견과 좀 다릅니다.”라고 할 수 있다.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도, 상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아도 상대의 감정을 입으로 들어주면 상대에게 신뢰를 받게 되어 소통상황을 유리한 국면으로 형성할 수 있다.

 

사례 3.

“제가 내일까지 활동 결과보고서를 마무리해야 하는데요. 내일 오후까지는 마감해서 전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 아이가 어제부터 열감기가 심해서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해서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분석 3.

주민동아리 회장이 일과 종료가 임박하여 다급하게 전화가 왔다. 또는 사회복지사 팀원이 팀장 또는 선임에게 말하는 경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일 마감해야만 하는 직무상황이 있는데, 어린아이가 아프다. 열이 심하다. 어린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있는 특히 맞벌이 부부인 경우에는 더 공감이 될 것이다. 불안, 걱정, 속상함 등의 감정이 있겠으나 과업을 앞둔 상황에서 아이가 심하게 아플 때 상황을 담기엔 무언가 부족하다. ‘초조함’은 어떨까? 일단 방법 제시이전에 “마감해야 하는데 아이가 열나서 많이 초조하시겠어요...”라고 일단 입으로 들어주고 대처하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사례 4. 

“그 단체와 어렵게 논의해 왔는데 그 단체가 사업선정이 안 되었어요?! 그 단체가 마을의제에 대해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는데 앞으로 어떻게 관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참~~”

 

분석 4. 

이 상황은 주민조직, 민관협력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간에 하는 업무소통으로 추측할 수 있다. 마을문제 관련하여 지역 NGO 단체와 협의하였고, 공모나 위탁형태로 지속적 파트너십을 가지려고 했으나 최종선정 과정에서 논의해 왔던 지역단체가 선정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논의해 온 사회복지사가 동료 사회복지사에게 푸념하는 상황이다. 향후 지역사회에서 오다가다 또는 다른 사안으로 그 단체 회원들과 자주 교류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러분이 담당 사회복지사라면 어떤 감정일까? 최종선정되지 않았다는 정보를 듣게 된 순간 ‘곤란함’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곤란하다는 공감경청한 후 소통과 관계방법에 대해 조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례 5.

“전에는 현장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겁고 보람이 있었는데요. 요즘은 내가 뭐 하나 싶을 때가 많네요.”

 

분석 5. 

역시 주민조직 또는 자원봉사 담당 사회복지사간에 대화이다. 오전 현장활동을 종료한 후 점심식사 후 카페에서 대화중이다. 담당하는 사업에 대해 이전과는 다르게 몰입하지 못하는 상태를 솔직히 얘기하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동일한 사업을 반복함으로써 권태를 느끼거나 지쳤을 가능성이 있다. 

 

사례 6

(저소득 가정 청소년)

“이제 제 실력으로는 대학진학을 포기할래요. 에이 그냥 돈 벌죠 뭐~ 그냥 속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분석 6.

청소년의 얘기 속에 감정언어의 힌트가 내재해 있다. 마지막에 청소년은 그냥 속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것은 현재 속이 상한 상황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즉 속상함의 감정이란 여건이 되면 충분히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으나 여건이 되지 않아 할 수 없을 때 ‘속상함’의 감정이 발현될 가능성이 있다. 

 

사례 7.

(다문화가정 돌봄 서비스 이용 가족 어린이) 

“(마지막 서비스가 종료된 직후) 선생님~ 이제 헤어지는 건가요…ㅠㅠ 우리 언제 또 봐요?”

 

분석 7.

여러 회차 돌봄 서비스 활동한 주민과 다문화 가족 어린이가 헤어지는 상황이다. 헤어지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아빠와 아내와 아이가 헤어지는 장면이다. 아빠는 군인으로 이제 전쟁터로 가야 한다.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가? 그렇다. 슬픔이다. 그런데 똑같이 아빠와 아내와 아이가 헤어지는 상황이나 아빠는 전쟁터가 아닌 삼 일간 지방출장을 가는 상황을 떠올려보라고 했더니 한 여성주민은 ‘즐거움’이라고 해서 청중이 한바탕 웃었던 경험이 있다. 그렇다 똑같이 헤어지는 상황이지만 하나는 슬프고, 하나는 다른 감정이다. 즉 슬픔이란 헤어진 후 다시 볼 수 없을 가능성이 있을 때 발생하는 감정임을 알 수 있다.  

 

사례 8.

(장애아동 부모) 

“이제 제 능력으로는 우리 아이를 잘 키우는 건 안될 것 같아요. 에이, 그냥 포기하기로 했어요..”

 

분석 8.

장애아동을 돌보는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 일평생 소원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즉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부모님은 왜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하는가? 힘들어서 일 것이다. 여기에 포기하면 안 된다거나, 여러 대처방법을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부모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그냥 ‘얼마나 힘드신가요...’라고 공감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