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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콩나물시루]

[강정모 소장] 지역조직 현장에서 120% 활용가능한 기술 1_인터뷰 소개하기

강정모 소장 2024. 11. 26. 22:45

 

 

지역조직 현장에서 120% 활용가능한 기술 1_인터뷰 소개하기

 

시민교육콘텐츠연구소 강정모 소장

 

지역조직을 처음 담당하게 된 1.5년차 박소통 사회복지사 현장 이야기

 

 

지역조직이 시작되었다. 지난주에 주민들과 첫 번째 모임을 무사히 마쳤다. 얼굴 그리기, 아바타게임, 키워드 소개와 함께 레크리에이션까지 실행하였다. 5일이 지난 지금도 주민들의 즐거워하는 표정, 분위기가 떠오른다. 사회복지사가 되고 처음으로 단독 진행했던 프로그램이었다. 전날 잠을 설칠 정도로 긴장했으나 역시 유비무환이다. 준비하고, 고민한 만큼 참여자 만족도가 높았다. 모임을 마치고 가까이 다가온 팀장님의 칭찬과 응원은 지금까지 가슴에 설렘으로 남아있다.

 

이틀 후 두 번째 모임이다. 다른 팀의 입사동기 사회복지사는 모임 내내 주민들이 지루해하는 모습에 어떻게 상반기를 운영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하였다. 어제 동기 얘기를 듣고 내일 모레 모임을 생각하니 걱정이 밀려온다. 계획을 확인하니 두 번째 모임은 ‘참여주민 지역활동욕구사정’이라고 되어있다. 내가 대학 때 동아리 활동을 통해 행사진행, 레크레이션을 경험하며 자신 있었으나 이번에는 ‘참여주민 지역활동 욕구사정’이라니.... 용어부터 낯설고, 전문적이다.

 

세 번째 모임은 지역의제 도출이다. 차라리 두 번째부터 바로 의제도출로 들어가면 마음이 더 편할 듯하다. 관계형성하고 지역의제 도출로 바로 들어가면 되지 않나? 중간에 주민 욕구사정이라니 선명하게 잡히지 않는다. 상담도 아닌데 지역조직사업에 ‘욕구사정’이라니 뭘 하면 되는 건지 막연하다. 회의에서 선배들이 잡아 온 초안을 검토할 때 조정 의견을 말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 반나절 동안 준비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잡히지 않아 주민모임을 경험했던 타 부서 선배 사회복지사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내 걱정을 들은 선배는 관계형성과 의제도출을 부드럽게 연결해 주는 방법이 있다고 하면서 감춰둔 초콜릿을 꺼내듯이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띠며, 파일 하나를 열어 출력하더니 점심식사 후 1층 카페에 가자고 했다. 식사후 카페에 앉아 걱정으로 가득한 머리를 식혀줄 ‘아아’를 쭈욱 빨고, 선배의 입을 주목했다. 선배는 ‘인터뷰 소개하기’라는 방법이 적힌 자료를 내밀고, 설명하였다. 제목이 ‘~~ 소개하기’로 되어있었다. 아니 소개하기라고? “선배님, 참여자 소개와 관계형성은 첫 번째 시간에 했어요. 소개하기보다는 주민 욕구사정을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요~”라고 물으니 선배는 욕구사정하는 방법이니 끝까지 들어보라고 했다. 선배에게 들은 방법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내가 운영하는 15명의 주민모임을 8, 7명씩 A, B그룹으로 구성하고, 구성원을 둘씩 짝을 짓도록 한다. 홀수인 B그룹은 2-2-3으로 구성한다. 인원 구성이 완료되면 참여자 모두에게 다양한 색깔의 A4용지와 잘 나오는 펜을 나눠 준다. 그리고 내 짝과 가위바위보를 하도록 요청한다. 승부를 내도록 한다. 이긴 사람은 기자(記者) 역할 임무를 부여한다. 진 사람은 인터뷰이(interviewee) 역할을 하도록 한다. 그리고 나눠준 A4용지를 반으로 접도록 요청하고, 기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접은 한 쪽면에 짝꿍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해서 적도록 안내한다. 이 때 반드시 한쪽면에만 요약해서 적도록 하고, 키워드로 적지 말고, 문장으로 작성하도록 요청한다. 인터뷰를 마치면 역할을 바꿔서 상호인터뷰 한다. 3명으로 구성된 짝은 이긴 사람이 A, 나머지 사람이 B, C가 되어 A가 B를, B가 C를, C는 A를 인터뷰하도록 설명한다. 이 때 사회복지사가 준비할 핵심은 기자의 질문이다. 여기서 ‘욕구사정(欲求査定)’이 기능한다. 예를들면 네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1. 이름과 좌우명 그 이유는? 2. 힘들 때 기운 낼 수 있는 아름다운 기억은? 3. 경험한 회의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이유는? 4. 우리 마을에서 변화시키고 싶은 문제와 활동은? 이유는?> 기자는 인터뷰이에게 네 가지 질문을 하고, 내용을 요약해서 문장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질문은 위의 사례처럼 담당 사회복지사의 사업운영 의도를 반영하되 인터뷰가 부드럽게 활성화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욕구사정에 해당하는 질문은 4번 질문이다. 여기에 3번 질문을 넣어 향후 지역사업이 진행될 때 회의(會議)가 많아질텐데, 주민들이 힘들어하는 원인을 도출하면 회의를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욕구사정을 위한 질문만 넣으면 재미가 없게 된다. 그래서 웜업(warm-up) 기능을 할 1, 2번 질문을 넣는다. 본격적인 상호인터뷰가 시작된다. 늘어지지 않도록 각 4분씩, 8분 정도의 인터뷰 시간을 제시한다. 전체적인 상황을 보면서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이 때 사회복지사는 시간체크뿐만 아니라 인터뷰하는 7개 커플을 계속 주목하고, 점검해야 한다. 점검 지점은 인터뷰를 하는데 기자가 듣기만 하지는 않는지, 문장으로 작성하지 않고 있는지, 상호인터뷰 하지 않고, 한쪽만 인터뷰에 몰입하지는 않는지, 인터뷰가 너무 일찍 또는 늦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는지, 너무 일찍 끝난 커플에게는 다른 질문을 제시하거나 기자역할 하는 주민에게 다른 질문을 해도 된다고 제안한다. 운영하는 사회복지사는 전체 활동을 계속 주시 및 촉진(促進) 해야 한다. 사회복지사가 촉진 역할을 충실히 해야 인터뷰 후 다음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이제 7개 커플의 상호인터뷰를 마쳤다. 이제는 A, B그룹 내에서 작성내용을 소개하는 시간이다. 작성내용은 내 내용이 아니라 짝꿍의 내용이다. 짝꿍의 내용을 그룹 내에서 소개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 짝꿍의 이름은 김영순 선생님입니다. 좌우명은 ~~~이라고 하십니다...”라고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김영순입니다. 내 좌우명은 ~~~ 입니다. 이유는 ~~~ 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것이다. 즉 내 짝꿍에게 ‘빙의(憑依)’가 되어서 소개하라고 한다. 발표 형식뿐만 아니라 목소리, 표정까지도 흉내 내면서 소개하라고 안내하면 재미가 더 한다. 소개가 끝나면 그룹별로 다가가서 접혀있는 기자수첩 역할한 종이를 펴라고 요청한다. 작성내용 옆 비어있는 면에 인터뷰를 하면서 더 가까워진 짝꿍에게 하고 싶은 말을 4~5줄 적어서 반으로 잘라서 전달하라고 요청한다. 하고 싶은 내용으로는 응원, 격려, 공감, 조언, 꿀팁, 협업제안 등을 전달하면 된다고 안내한다. 인터뷰 소개하기가 종료되면 참여자들의 도출내용을 향후 사업 및 회의준비에 참조하고, 반영하고자 한다는 의도를 설명하고, 짝꿍의 3, 4번 내용만 A4용지에 다시 작성하여 제출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한다.

 

 

선배는 자기가 경험한 현장 적용시 주의사항과 역동(逆動) 활용방법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인터뷰 소개 방법을 사용하면 짝꿍의 내용을 발표하니 내 얘기를 하며 느끼는 타인 시선(視線)의 부담감을 덜 수 있고, 내 얘기를 타인을 통해 들으면서 묘한 자기 객관화의 역동도 일어나게 되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질문하고, 경청하고, 기록하여, 발표까지 해주는 과정을 통해 타인의 집중과 존중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되고, 운영자의 질문설계로 다양한 참여자의 욕구수렴이 가능하다고 했다. 선배님의 도움으로 관계형성과 의제도출 사이에 재밌고, 부드러운 욕구사정 단계가 왜 필요한지 이해하게 되었다. 마음이 든든해졌다. 이런 딱 맞는 주민조직 방법이 있었다니... 그러고 보니 카페오기 전 선배님 컴퓨터 폴더 안에 주민조직 방법 정보가 가득 들어있던 게 생각났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판다고, 지금부터 선배님 붙잡고 노하우를 배워야겠다. 제시해 주신 질문 말고, 흥미 있는 지역 관련 질문도 넣어보고 싶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복지관이 위치한 지역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은데, 지역 주민들과 인터뷰 소개하기를 하다 보면 지역의 꿀 같은 정보를 가득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집에 가서 누나, 엄마, 아빠와 함께 연습을 해봐야겠다. 초년 사회복지사 역량강화를 도와달라고 하면서 이참에 가족과 진솔한 대화를 나눠봐야겠다. 어색할까? 좋아할까?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