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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콩나물시루]

[강정모 소장] 군인은 현장에 총을 주민조직 사회복지사는 현장에 ‘무엇’을?

강정모 소장 2024. 6. 17. 23:14

 

 

군인은 현장에 총을 주민조직 사회복지사는 현장에 ‘무엇’을? 

 

 

강정모 소장

 

주민조직을 담당한 사회복지사는 주민들과 마을에서 무슨 활동을 할지 의제를 도출해야 한다. 주민조직 사업담당 복지사는 사업예산, 다른 업무, 내용에 대한 상사와 동료 또는 팀원들의 반응 등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참여한 주민들은 여러 가지 마을 활동을 꺼내기 시작한다. 주민들의 의제도출이 시작되었다. 노인방문 안부, 반찬배달, 집수리봉사, 텃밭상자 제작, 아침을 거르는 수험생들에게 토스트 제공, 마을공원 환경미화, 줍깅 활동,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보행로 조사, 중년독거남성 독서모임, 마을신문 제작, 마을공동체 축제 등 주민들의 의제도출이 쏟아진다.

 

 

 

 

 

자기소개, 관계형성을 두툼하게 운영한 효과를 봤다. 주민들이 신나게 마을 활동의제를 도출하고 있다. 그런데 활동의제가 도출될수록 신나는 느낌은 잠깐이고, 불안이 엄습한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걸 다할수도 없고,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의제는 못하는데 큰일이다. 그만 얘기하라고 할수도 없고 어떻게 결정하지.... 복잡함에 초조함이 더해진다.

 

모든 인간사는 하고 싶은 걸 다할 수 없다. 이익이 되는 일이든, 공적인 활동이든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없다. 인간사는 매 순간 선택이며, 선택들이 이어져 우리 마을과 사회가 흘러간다. 하지만 이익이 되는 일이든, 공적 활동이든 하고 싶다는 욕구(慾求, need)는 옳고 그름, 맞고 틀림이 없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 이상 욕구는 그냥 욕구일 뿐 도덕적, 가치적 판단을 할 수 없다. 다만 내 욕구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크면, 욕심이 되고,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주민들의 의제도출 과정은 공적활동을 하고자 하는 선한, 자발적 욕구의 발현이다. 선한 욕구도 한정된 자원의 범위내에서 선택해야 한다. 욕구를 선택하는 과정이 토론이다. 토론은 조직내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선한 욕구를 도출한 주민들이 다른 구성원들을 매력적으로 설득하도록 토론을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공적 의제를 선택받기 위한 설득지점은 기업 의제와는 다르다. 이 지점을 주민조직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이 선명하게 인식해야 토론이 건강하고, 효과적이다.

 

윤태호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의 8주년 특별기획 드라마로 2014년에 방영한 드라마 <미생>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넷플릭스에서 인기 콘텐츠이다. 종합상사인 회사는 부서별 사업이 종료되면 다음 사업을 위한 ‘아이템’을 정하느라 전 부서원이 고심한다. 아이템을 제안하는 것은 막내 사원부터 고위급 임원까지 모두 가능하다. 제안된 아이템이 사업으로 실행되기 위해 부서내 토론이 있다. 하지만 기업은 직급이 있어 민주적 토론보다는 조직 내 정치로 결정된다. (드라마는 이 지점이 재미의 요소다) 하지만 간혹 낮은 직급의 직원들이 제안한 아이템이 설득력에서 구성원들을 감동시킨다면 선정과 실행되어 높은 실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 현상을 뒤풀이에서 ‘대박’이라고 회자된다. 그렇다면 기업에서 논의되는 아이템 선정의 설득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바로 ‘수익성, 히트, 대박’ 이런 언어의 지점들이다. 기업은 수익성 확률이 높은 의제에 사업추진을 위한 투자가 이뤄진다.

 

문제는 기업의 이러한 의제도출과 토론 및 선정 과정이 ‘중력(gravity)’이 강하여 행정조직과 사회복지관을 비롯한 비영리조직(NPO)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행정조직과 사회복지관 자원의 원천은 세금과 모금(후원)이다. 세금과 모금(후원금)이 쓰여지기 위한 설득력의 원천은 기업과 다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기업의 설득 논리와 유사해지고 있다. ‘수익’이라는 언어가 나오진 않지만 ‘대박, 히트, 조회수, 참여자, 만족도’ 등의 언어로 상대를 설득하는 현장을 많이 목도하게 된다.

 

그렇다면 세금과 모금(후원)이라는 자원을 활용해야 하는 마을의제의 설득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예산을 써야하는 주민조직부서에 주민들이 의제를 제안하고, 선택하는 모든 과정은 한 마디로 “돈 주세요!”라는 요청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이러한 요청에 바로 “예 알겠습니다. 돈 드릴께요.”라고 응답할까? 분명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어디에 쓰시게요?”라고 질문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질문하면 기업의제 토론처럼 ‘대박, 히트’의 관점에서 답변할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과 사회복지사는 “돈 주세요!”라는 주민들의 요청에 “무엇이 문제입니까?”라고 질문해야 한다.

 

세금과 모금(후원금)을 사용하는 공공의제는 공동체에 ‘문제’가 발생할 때 그 문제를 변화하고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활동이다. 즉 기업의 모든 활동과 사업화는 목적이 ‘수익’이라면 공공조직의 활동과 사업의 목적은 ‘변화’다. 변화는 문제를 전제한다. 문제가 없는데 변화가 요청되진 않기 때문이다. 반찬을 만들어 나눠주는 활동이 문제가 아니다. 설득은 문제로부터 나와야 한다. 즉 위기가구, 독거가구 고립위험, 고독사 가능성이 매우 심각하니 반찬을 만들어 나눠주면서 위기가구의 상황을 파악하고, 도와줄 이웃과 주민이 있음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 공공의제 설득의 기본구조다. 공공의 자원은 문제상황의 변화를 위해 마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마을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 ‘반려인을 위한 펫티켓 행사’를 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일 듯 합니다. 행사하고 모여진 수익금은 저소득층에게 기부하면 좋을 듯 합니다.”라는 설득보다는 “고립 및 위기가구 주민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외로움을 해소하고, 마을의 다른 반려인들과 산책하고,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듯 합니다.”라는 주장이 사회복지 의제로서는 더욱 설득력이 높다는 것이며, 겉으로 보기에 유사한 활동으로 보이지만 문제의 변화에 목적을 두고 실행되는 것과 사업을 해내는 것에 포커스를 두는 것과는 효과의 차이는 물론이며, 참여한 주민들의 구심력과 의식향상과 조직의 질도 다를 것이다.

 

① “**복지관이 전통시장 내로 이전함에 따라 시장 상권과 함께 있는 기관의 특성을 살려 시장상인들의 자원봉사활동을 유도하여 기관과 자영업자간의 네트워킹을 활성화하고 자원봉사활동을 촉진시킬 필요가 있음. 시장상인들이 상업활동과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활성화 시키고자 함.”

 

② “**복지관이 전통시장 내로 이전함에 따라 시장 상권과 함께 있음. 이 곳은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서 흡연자가 상당히 많고, 공공거리에 담배꽁초가 많이 버려짐. 지자체에서 인력을 투입하여 청소를 하고 있으나 오후 시간이 되면 다시 담배꽁초가 쌓이는 상황이 반복됨. 이에 따라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인 '담배꽁초 투표함'을 설치하여 흥미로운 주제를 제시하여, 투표하도록 유도하는 수거법을 실시하려고 함.”

 

읽는 여러분들이 주민조직 공모사업 심사자라면 어떤 내용에 더 설득력을 느끼고, 선정하겠는가? 아마도 ②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문제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이다. 주민조직 사업의 성격을 정리하면 활동중심의 사업은 행사적 성격이며, 명분이 낮다, 대중들의 주목과 소문을 얻는 게 목적이며, 이를 위해 재미와 만족도 중심의 설계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참여자 모집이 용이하다. 반면 공공예산을 취득하기 위한 설득력은 낮고, 실행시 실무량이 많다. 반면 문제중심의 사업은 공익적 성격이며, 명분이 높다. 변화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며, 이를 위해 의미와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한 프로그램 설계에 집중한다. 반면 대중성이 낮기 때문에 참여자 모집이 어렵고, 전문성이 요청된다. 사업의 기획과 운영에서 높은 사고력이 요청된다.

 

주민들과 의제를 도출하고, 선정하는 과정을 운영하는 담당 사회복지사가 두려움과 불안을 내려놓을 수 있는 현장 ‘무기’를 제시하며 이번 칼럼을 마치고자 한다.

 

 

 

① 무엇이 ‘문제’인가요? (어두운 언어)

② 그 ‘문제’를 어떻게 변화(해결)시키고 싶으신가요? (밝은 언어) _문제지점(장소) 또는 문제대상자(사업수혜자)

③ 그 ‘문제’를 그렇게 변화(해결)하고자 하기 위해 ‘무엇’을 하실건가요?

④ 그 ‘무엇’을 ‘어떻게’ 하실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볼까요?

⑤ 그것을 하시기 위해 돈이 얼마나 들어갈까요? (전체 금액)

⑥ 어디어디에 들어갈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볼까요? (항목 및 내용)

⑦ 자~ 이제 논의가 어느 정도 완성되어 가네요. 마지막으로 정말 우리가 이 활동을 하면 예상한 것처럼 효과가 날까요? 다시한번 점검한다면 어떤 부분을 조정하고, 보완할까요?

⑧ 좋습니다! 하시죠. ‘언제’ 실행하면 좋을지 논의해 볼까요?

 

 

 

군인은 현장에 총을 들고 가지만, 주민조직 사회복지사는 현장에 ‘열린질문’을 가지고 가면, 이들이 여러분들을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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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복지교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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