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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콩나물시루]

[강정모 소장] 주민들과의 매력적인 회의 기획하기

강정모 소장 2024. 3. 11. 00:20

 

 

주민들과의 매력적인 회의 기획하기

 

강정모 소장

 

1단계 회의를 통해 주민모임 활동내용을 논의할 2단계 회의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2단계 회의는 懷疑로서, 주제에 대해 의심하고, 비판하고, 논쟁과 설득하는 토론(討論)하기 단계이다. 3단계는 선정하고, 4단계 회의는 回議로서, 선택한 입장에 대해 마음을 모은 구성원들은 ‘돌아가며’ 대안에 대해 토의(討議)하기다. 그렇다면 활동내용을 정교하게 도출할 토론과 토의의 차이는 무엇인가? 어떤 상황에서 토론하자고 하고, 혹은 토의를 하자고 할까? 우리는 메인언론사의 100분 토론, 심야토론에 익숙하다. 그렇다면 토론 프로그램에서 주로 다루는 의제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그렇다. 찬반이 갈리는 의제였다. 행정수도이전, 의대정원확대, 국정교과서배포, 고위공직사수사처 설치 등 이렇게 찬성과 반대가 명확히 갈리는 주제를 토론주제라고 한다.

 

 

토론과 토의의 차이는 ‘쟁점(爭點)’의 유무다. 쟁점이 있으면 토론, 쟁점이 없으면 토의다. 토론에서 다루는 내용은 참여자들의 욕구다. 욕구는 ‘나는 ~~~을 하고 싶다’로 기술되는 내용이다. 한정된 자원의 범위 안에서 참여자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할 수 없다. 그래서 토론을 하는 것이다. 참여자 개인들이 각자 하고 싶은 것이 다를 때 토론이 필요하다. 토론과정을 통해 결정된 내용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토의가 필요하다. 예를들면 ‘마을 음식물쓰레기 청결한 관리를 위한 음식물쓰레기 수거장치 설치’는 마을에 이슈를 제기할 때 마을주민 안에서는 찬성과 반대의견으로 나뉘게 된다. 이후 ‘설치하지 말자’로 결정이 났다면, ‘마을 음식물쓰레기 청결하고, 친환경적인 관리방법’에 대해 토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기획과 계획과 토론과 토의를 연결시켜 보자. 일단 기획과 계획의 차이는 무엇일까? 계획은 영어로 Plan이다. 그런데 교육참여자들에게 기획을 영어로 하면 무엇인가요? 라고 질문하면, 당혹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기획을 영어로 사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획은 영어로 Planning이다. 영어의 차이는 ‘~~ing’ 차이다. ‘~~ing’는 ‘~~하는 중이다. 진행’을 의미한다. 즉 유동적인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획과 계획 중에 어느 것을 먼저 해야 할까? 우리가 여행을 가려고 한다면 세부내용부터 짤까? 아니면 머릿속으로 여행 과정을 그리기(構想)부터 할까? 당연히 후자다. 구상과정을 기획이라고 하고, 구상내용을 실행하기 위한 세부내용을 짜는 것을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면 기획과 계획, 토론과 토의를 연결시킬 수 있다. 기획회의에서 토론을 하고, 계획회의에서 토의를 하면 된다. 다르게 표현하면 기획회의는 내용도출과 결정을 위한 토론을 하고, 계획회의에서는 결정된 내용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의제를 실행하기 위해 토의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출과 결정의 과업을 회의에서 다루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도출은 속담으로 비유하자면 ‘구슬’을 모으는 단계다. 도출단계에서 미덕은 풍성함이다. 즉 다다익선이다.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오려면 도출회의(기획회의, 토론과정)에서는 세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첫째. 사회자가 아니라 촉진자가 필요하다. 사회자와 촉진자는 적합한 역할이 다르다. 촉진자는 참여자들에게서 내용을 ‘끄집어’ 내는 역할수행자다. 둘째. 안전하고, 자유롭고, 눈치 안 보고, 검열하지 않는 분위기여야 풍성한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적, 조직적 계급장을 떼고, 참여해야 한다. 수평적, 민주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회의테이블도 직사각보다는 원형테이블이 적합하다. 셋째. 익숙한 회의실이 아닌 낯선, 편안한, 신선한, 정서적 공간이 마련되면 창조적이고, 직관적인 우뇌가 활성화되어 도출회의에 도움이 된다. 반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즉 ‘꿰어야’ 목걸이든, 팔찌든 만들어서 팔 수 있는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다. 이것을 결정회의라고 한다. 결정을 한다는 건 책임을 수반한다. 그래서 결정회의에서는 도출회의와는 다르게 시스템이 필요하다. 첫째. 촉진자가 아니라 사회자가 역할해야 한다. 사회자는 조직과 모임의 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적합하다. 둘째. 기준이 명료하고, 일관되어야 한다. 결정을 한다는 건 기준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합의한 기준을 구성원들과 확인하고,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결정내용에 권위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합의한 기준이 있으나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고, 주관성, 관계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선택한다면, 회의의 긴장감이 낮아지고, 결정된 내용에 대한 실행동기가 낮아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주민조직 회의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회의에 참여하는 목적이 담당 사회복지사와는 차이가 있다. 담당 사회복지사의 목적은 사업의 성과를 계획대로 성취하는 것에 있다면, 참여주민은 겉으로는 사회복지사와 같지만 내면적으로는 다른 주민과 사귀고, 소통하고, 놀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 욕구는 주민조직을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 그래서 회의에 참석한 사회복지사는 회의내용을 파악하고 참여하겠지만 주민들은 참석하고 나서야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할지 그 자리에서 비로소 떠올리곤 한다. 이러한 태도에 사회복지사는 섭섭할 필요 없다. 그 대신 담담하게 지난번 회의내용을 요약하여 알려주고, 오늘 회의사안을 안내해 주면 된다. 또한 주민들은 회의에서 의제뿐만 아니라 동료주민과 근황토크를 하고 싶은 욕구로 인해 다른 얘기로 자주 빠지곤 한다. 역시 답답해할 필요없다. 20분마다 한 번씩 오늘 회의진도와 남은 시간을 제시해 주면 된다.

 

 

토론과 토의, 기획과 계획, 도출과 결정 등 회의용어가 다르다는 것은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회의를 원활하지 않게 하는 것은 불친절하고, 거친 소통에 원인이 있지만 그것보다 더 비중 있는 원인은 토론과 토의, 기획과 계획, 도출과 결정을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다룰 때 회의에 회의감을 상승시키게 된다. 사회복지사 리더십은 선명한 회의 테이블에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