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회의가 주민모임 활동의 토대를 닦았다면, 2단계 회의는 주제를 의심하고 비판하며 논쟁과 설득을 이어가는 ‘토론(討論)’의 과정이다. 3단계에서 안건을 선정한 후 맞이하는 4단계는 ‘회의(回議)’의 시간이다. 선택한 입장에 마음을 모은 구성원들이 돌아가며 대안을 구체화하는 ‘토의(討議)’가 이루어지는 단계다. 활동 내용을 정교하게 도출하기 위해 토론과 토의의 차이를 이해하는 일은 중요하다.

토론과 토의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는 ‘쟁점(爭點)’의 유무다. 쟁점이 존재하면 토론이고, 그렇지 않으면 토의다. 토론은 참여자의 욕구를 다룬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구성원의 바람을 모두 충족할 수 없을 때, 각자의 요구를 조율하는 토론이 필요하다. 반면 토의는 토론을 통해 결정된 사항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마을 음식물 쓰레기 수거 장치 설치’ 여부를 두고 찬반이 나뉜다면 이는 토론의 영역이다. 만약 ‘설치하지 않기로’ 결론이 났다면, 이후 ‘친환경적인 관리 방법’을 찾는 과정은 토의에 해당한다.
기획(Planning)과 계획(Plan)의 관계도 이와 유사하다. 기획이 머릿속으로 전체 과정을 그리는 ‘구상’이라면, 계획은 그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세부 지침’을 짜는 일이다. 따라서 기획 회의에서는 내용 도출과 결정을 위한 토론을 진행하고, 계획 회의에서는 결정된 의제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토의해야 한다.

성공적인 회의를 위해서는 도출과 결정의 과업에 따라 준비 사항이 달라야 한다. 아이디어를 모으는 ‘도출’ 단계의 미덕은 풍성함이다. 이때는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 내용을 이끌어내는 ‘촉진자(Facilitator)’가 있어야 한다. 둘째, 직급과 위계를 내려놓은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원형 테이블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신선하고 편안한 장소를 마련함으로써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해야 한다. 반면 도출된 아이디어를 보배로 만드는 ‘결정’ 단계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요구한다. 우선 촉진자가 아닌, 권한을 위임받은 ‘사회자’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또한 명료하고 일관된 기준이 전제되어야 한다. 합의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때 결정 사항은 권위와 정당성을 얻으며, 구성원의 실행 동기도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사회복지사는 주민의 회의 참여 목적이 자신과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회복지사가 사업 성과에 집중한다면, 주민은 이웃과 소통하고 교류하려는 내면적 욕구를 지닌다. 이는 주민 조직을 지탱하는 건강한 동력이므로, 사회복지사는 주민의 태도에 서운해할 필요가 없다. 지난 논의를 담담하게 요약해주고, 대화가 곁가지로 샐 때는 20분 간격으로 진행 상황과 남은 시간을 안내하며 유연하게 대처하면 충분하다. 회의 용어를 명확히 구분하는 일은 소통의 혼선을 줄이는 첫걸음이다. 기획과 계획, 토론과 토의를 뭉뚱그려 다룰 때 구성원의 피로도는 높아진다. 사회복지사의 리더십은 회의 테이블 위의 용어를 선명하게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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