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교육콘텐츠연구소

사무실 번호 : 070-4898-2779 / 대표메일 : streamwk@gmail.com

칼럼 [콩나물시루]

권력이라는 이름의 도구 상자: 2026년, 여러분은 ‘도구’를 뽑겠습니까, ‘우상’을 뽑겠습니까?

강정모 소장 2025. 12. 28. 23:08

2026년 지방선거라는 파도가 우리 동네를 밀려올 것입니다. 선거철이면 거리마다 '주민의 머슴'이 되겠다는 구호가 넘쳐나지만, 정작 우리가 마주하는 후보는 '머슴'이 아니라 '왕'이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일 때가 많습니다. 유권자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사람을 고르는 마음을 넘어, 후보자가 가진 '권력의 성질'을 꿰뚫어 보는 현명한 시민성입니다.

 

1. 권력은 '칼'인가, '왕관'인가?

권력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어떤 이에게 권력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어 든 '일의 도구와 수단(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오직 머리 위에 쓰고 싶어 하는 '목적(왕관)' 그 자체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지점은 권력이 '목적'이 되는 순간, 인간의 뇌와 본성이 변한다는 사실입니다. 1971년에 스탠퍼드대에서 진행된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가 수행한 사회심리학 실험으로 유명한 '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짐바르도 교수는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평범한 대학생들을 선발해 제비뽑기로 '간수'와 '죄수' 역할을 맡긴 뒤 대학 지하에 마련된 가짜 감옥에 수용했습니다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간수' 역할을 맡은 이들은 권력이라는 상징을 쥐게 되자마자 고압적으로 변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이들이 연구자들이 퇴근하고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죄수들에게 성적인 모욕을 주거나 가혹 행위를 일삼는 등 가학적인 본성을 드러냈습니다. 인간은 권력을 가지면 거리낌 없이 남에게 고통을 주는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결국 2주로 예정되었던 실험은 참가자들의 정신적 붕괴와 가학성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단 6일 만에 중단되었습니다실제로 권력을 가진 상태에서는 타인의 고통에 공명하는 뇌의 뉴런 반응이 현저히 느려집니다. 양심과 공감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고, 대신 권력을 부릴 때 나오는 '도파민'의 쾌감에 서서히 중독되기 시작합니다. "내가 법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묻는 이른바 '초합리적 어리석음'은 바로 권력을 공동체를 위한 일을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그 자체의 목적으로 삼을 때 나타나는 일종의 '뇌 질환' 같은 상태로 빠지게 한다고 합니다. 

 

2. 세 가지 열매를 다 먹으려는 '욕심'을 가려내는 법

좋은 정치인은 권력이라는 도구를 얻기 위해 자신이 치러야 할 대가를 압니다. 명예를 얻으려면 도덕과 성실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지식과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권력을 얻으려면 그에 걸맞은 용기와 치열한 희생을 감내해야 합니다. 문제는 후보자가 권력뿐만 아니라 명예와 돈까지 모두 얻으려는 욕심에서 발생하기 시작합니다우리가 2026년에 만날 후보자 중, 명예로운 말로 대중의 지지를 얻어 권력을 쥐었으면서 정작 그에 합당한 책임과 희생은 치르지 않으려는 이가 있다면 그는 권력을 '목적'으로 삼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권력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명예(뒷담화와 비난)와 개인적 이익을 기꺼이 내려놓을 용기를 가진 후보라면, 그는 권력을 '일의 도구'로 사용할 준비가 된 사람입니다.

 

3. 리얼리스트와 로맨티스트, 나는 어떤 시민인가?

시민들 역시 자신의 욕망을 후보에게 투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리얼리스트 시민은 나에게 이익이 되는 '능력자' 지도자를 원하고, 로맨티스트 시민은 이상과 이념을 추구하는 '지사'형 지도자를 지지합니다. 리얼리스트를 선호하는 시민은 이익을 추구하는 후보에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고, 로맨티스트를 선호하는 시민은 이념을 펼치고자 하는 후보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리얼리스트 시민들은 후보자들이 당선후 자신의 이익을 챙길 때, 마치 그것이 지지한 나의 이익인 것처럼 생각되어 후보의 사적 이익 추구에 관대해지는 태도를 가질 가능성이 있고, 로맨티스트 시민들은 추구하는 이념이 현실과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밀어붙일 때 시행착오와 부작용이 발생함에도 그가 추구하는 이념과 정책을 합리화하고, 옹호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리얼리스트 경향의 시민은 후보자의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을 명확히 구분하는 지성이 펼요하며, 로맨티스트 시민은 지지하는 후보자가 펼치는 정책과 방법이 현재 상황과 적합한지 파악하는 비판적 유연함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은 우리의 대리자이자 머슴을 부리는 주인입니다. 

 

4. 풍성한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의 '도구 확인'

지방선거는 우리 동네의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최적의 도구'를 구매하는 날입니다. 가장 잘 하는 투표는 '물건사는 것'과 동일합니다. 주권자인 '나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후보가 누구인가를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와 같은 주권자를 후보자는 가장 두려워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물건사는 사람을 판매자는 무어라 합니까? '호구'라고 합니다. 후보자가 내세우는 화려한 스펙이나 명석함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권력을 가졌을 때 발생할 도파민의 유혹을 이겨낼 공감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감시해야 합니다. 그것은 지역의 약자와 소수자에게 대하는 태도와 정책을 보면 나타납니다. 약자와 소수자가 행복하면 모두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위해 얼마나 자신이 결정할 권한이 있는 세금을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사용하느냐가 권력 중독의 도파민을 이겨낼 공감 능력의 가능성이 있는 후보입니다.

 

2026년, 우리가 권력을 '목적으로 삼는 우상'이 아닌 '일을 위한 도구'로 부리는 일꾼을 제대로 골라낼 때, 비로소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자치는 완성될 수 있습니다. 똑똑한 권력보다 '진실한 권력'을 찾아내는 안목,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풍성한 시민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