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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칼럼[콩나물시루]

내가 근무하는 시민단체에 후원금을 내야 하나요? : 사무국 직원이란 누구인가?

강정모 소장 2026. 3. 1. 12:35

최근 비영리단체(NPO) 내부에서는 서로를 ‘직원’이라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습니다. 과거 사명과 비전을 공유하며 ‘활동가’ 혹은 ‘일꾼’으로 불리던 이들이 이제는 채용 시장의 논리에 따라 경력과 스펙, 연봉 조건을 따지며 조직에 합류합니다. 영리 기업과 유사한 채용 방식은 비영리 조직 구성원들에게 ‘나는 고용된 노동자’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활동가의 가슴 속에 있어야 할 ‘주권자적 정체성’을 희미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근무하는 시민단체에 후원금을 내야 하나요? 

후원금 결정을 둘러싼 세대 간의 인식 차이

실제 현장에서는 소속 단체에 대한 후원 여부를 놓고 갈등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10년 이상 경력의 활동가들에게 자신이 몸담은 단체의 후원회원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문화’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 신자가 헌금을 하듯 단체의 가치에 동참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반면, 신입 활동가의 일부는 이를 상급자의 부당한 압박이나 ‘열정 페이’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서 상근자가 후원회비를 가입하는 이슈가 세대간 갈등의 이슈중 하나가 되곤 합니다. 최근 NGO에 상근자로 지원하는 분들에게 단체는 급여를 주는 ‘직장’의 개념으로 인식되어, '우리 조직'이라는 언어보다는 '우리 회사'라는 언어가 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이러한 NGO조직에 대한 세대간 인식의 차이는 비영리 영역, 즉 제3섹터가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확대되어 가며 일어나는 성장과정의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사무국 직원은 이사진의 유무형의 실적 압박과 후원회원 모집을 성과로 인정받는 현실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비영리 조직에서 근무하는 사무국에 근무하는 분들의 정체성 혼란이 계속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상근자는 '가장 뜨겁게 활동하는 회원'이다

오랜 선배 활동가와 현장 활동에 관해 대화를 나누던 중, 평소의 고민을 명쾌하게 풀어주는 이야기를 들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선배는 “NGO 단체의 사무국 상근자는 직원이 아니라, 그 단체에서 가장 많이 기여하는 회원이다”라고 말하더군요. 저 역시 평소 이 원칙을 잊을 때가 많았습니다. 본래 비영리 활동은 최초의 목적에 동의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참여 인원과 활동량이 늘어나면, 활동의 지속성을 위해 조직의 질서와 효율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해집니다. 이 지점에서 구성되는 것이 바로 '사무국'입니다. 그렇다면 사무국의 역할은 누가 맡게 될까요? 아마도 활동에 가장 깊이 관여해 온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조직의 모든 구성원은 본래 '회원'이었던 셈입니다. 누군가는 후원으로, 누군가는 자원봉사로 참여하듯, 상근활동가는 자신의 '시간과 삶'을 온전히 투여하여 참여하는 '핵심 회원'입니다. 문제는 조직의 연차가 쌓일수록 '회원 중심'이 아닌 '사무국 중심'으로 변화되어 간다는 점입니다. 상근자를 고용된 서비스 제공자로 보고 후원자를 고객으로 간주하는 상황에 이르면, 비영리 조직은 영리 기업의 하위 호환 모델로 정체성의 모호함과 건강성을 잃어가기 시작합니다. 상근활동가는 가치를 구현하는 주체여야 하며, 후원자는 그 활동이 지속 가능하도록 삶의 일부를 책임져주는 동료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노동조합의 체계성을 위해 노조 전임자가 필요하고, 조합원들이 전임자의 생계를 책임지며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원리와도 같습니다. 과거 노동조합 전임자의 노동자성 여부에 대한 논쟁이 있었던 것처럼, 비영리 조직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소통과 토론이 필요합니다.

 

https://www.allianzcare.com/en/employers/business-hub/hr-blogs/exploring-the-essential-duty-of-care-in-ngos.html

2026년, 노동인권과 사명감의 조화로운 공존

물론 2020년대를 지나오며 활동가의 노동권 보호는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 되었습니다. 과거처럼 사명을 빌미로 무분별한 희생을 강요하거나 권위주의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는 것과 별개로, ‘나는 왜 여기서 일하는가’에 대한 답은 여전히 ‘회원 정체성’에서 찾아야 합니다. 직원은 급여만큼 일하지만, 조직의 가치에 동의한 회원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움직입니다. 사무국은 단순히 행정을 처리하는 곳이 아니라, 회원들의 뜻을 모아 사회적 임팩트를 만드는 베이스캠프가 되어야 합니다.

현실의 파도를 넘어서는 비영리 조직의 존재 이유

현실적인 생존 논리는 늘 강력합니다. 원칙만을 고수하다가는 조직이 존립 위기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체의 주인은 회원이며, 상근자 또한 그 핵심 주체라는 원칙이 사라진다면 조직은 건강성을 잃게 됩니다. 노조 사무국이 조합원들의 권익을 위해 스스로 조합원이 되어 활동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2026년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와 활동가로서의 뜨거운 주체성을 동시에 품는 일입니다. 우리는 고용된 ‘직원’을 넘어, 세상을 꿈꾸는 ‘상근회원’으로 존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