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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활동

[강정모 소장] 자원봉사, '활동'을 넘어 '변화'를 기획하다: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 자원봉사인증요원 교육

강정모 소장 2025. 12. 5. 11:58

2025년의 가을이 깊어가는 지난 10월 23일, 아름다운 섬 제주의 가을 하늘 아래 특별한 배움의 장이 열렸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에서 주최한 <자원봉사 수요처 관리자 프로그램 기획 및 사업운영 역량강화 과정> 을 실시했습니다. 단순한 '참여'를 넘어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는 올 한 해  '지역사회 밀착형' 자원봉사에 집중해 왔습니다. 지난 9월에는 22년간 묵묵히 헌신해 온 이경랑 봉사자님을 '사회복지 자원봉사 명예의 전당'에 등재하며 자원봉사의 숭고한 가치를 드높였고, 6월에는 자원봉사연합회와 함께 비자림 숲길 산책을 통해 봉사자들의 팀워크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주거환경 개선사업과 전문 기술을 가진 '지역사회봉사단'의 활동은 제주의 복지 사각지대를 밝히는 등불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열정적인 제주의 자원봉사 현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정교한 기획(Planning)'입니다.

 

'열심히 줍기'보다 중요한 '버리지 않게 하기' : 문제 정의의 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리의 담배꽁초' 이야기로 문을 열었습니다.

"거리에 담배꽁초가 많으니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매일 줍게 하자." (단순 해결책) vs "사람들이 왜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릴까? 꽁초를 쓰레기통에 '넣고 싶게' 만들 방법은 없을까?" (문제 정의)

 

전자가 단순히 인력을 투입하는 '수단'에 집중한 것이라면, 후자는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본질'에 접근한 것입니다. 실제로 강의에서는 흡연 구역이 아닌 곳에 '담배꽁초 투표함(밸런스 게임)'을 설치해, 꽁초를 줍는 노동 대신 꽁초를 올바르게 버리는 문화를 만든 사례를 소개하였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자원봉사 기획의 시작은 '무엇을 할까(수단)'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문제 정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기획이라 부르는 것이 사실은 단순한 일정 관리인 '계획(Plan, 計)'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보았습니다.

 

 '목적'과 '목표', 그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차이

현장에서 관리자분들이 가장 공감했던 내용은 목적(Purpose)과 목표(Goal)를 명확히 구분하는 실습 시간이었습니다.

  • 목적(Purpose): 추상적이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Why'.
    • 예: 화재 취약 지역 주민들의 안전한 삶을 보장한다.
  • 목표(Goal):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How much'.
    • 예: 화재 취약 골목길에 소화기 100개를 설치한다.

"소화기 100개 설치(목표)는 달성했지만, 여전히 화재율이 줄어들지 않았다면(목적 실패), 그 사업은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으며, 수단이 목적을 앞서지 않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강의 후반부에는 기업 의제(활동 중심)와 공공 의제(문제 중심)의 차이를 비교하며, 공공의 예산을 지원받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습니다.

  • 활동 중심: "반려인을 위한 펫티켓 행사" (이벤트성)
  • 문제 중심: "고립/위기가구의 외로움 극복을 위한 반려동물 산책" (사회문제 해결)

 

단순히 "좋은 일을 했다"는 만족감(Satisfaction)을 넘어, "어떤 사회적 문제(Problem)가 해결되었는가?"를 묻는 것이 바로 2025년 제주 자원봉사가 지향해야 할 '변화 주도형 자원봉사'의 핵심이었습니다.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이번 워크숍은 제주 사회복지 현장의 리더들에게 '기획자의 눈'을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가 쌓아온 탄탄한 자원봉사 인프라 위에, 오늘의 '맥락 있는 기획론'이 더해져 앞으로 제주 곳곳에서 더 의미 있는 변화들이 피어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