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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활동

[강정모 소장] 광산구에서 만난 민주주의의 희망_공직자 및 시민 민주시민교육

강정모 소장 2025. 12. 7. 15:28

지난 11월 21일, 저는 조금 특별한 설렘을 안고 광주로 향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심장이라 불리는 광주, 그중에서도 광산구청 7층 윤상원홀에서 여러분을 만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강연장의 이름인 '윤상원', 그 세 글자가 주는 울림이 남달랐습니다. 윤상원 열사는 1980년 5월, 계엄군에 맞서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을 지키다 산화한 시민군 대변인이자,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실제 주인공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백기완이 작사하고, 김종률이 작곡했습니다. 1981년 윤상원과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노래로 여겨집니다. 가사는 원래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를 황석영 작가가 다듬고 개사한 것입니다. 이곳 광산구가 고향인 그의 치열했던 민주 정신을 기리기 위해 구청의 가장 큰 강당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윤상원 열사 생전 모습 및 생가,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

 

가장 앞장서서 공동체를 지켰던 '시민'의 이름이 새겨진 공간에서 마이크를 잡으니, 기분 좋은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이날은 광산구 공직자분들과 시민분들이 함께해주셨는데요. 우리가 함께 나눈 <민주주의와 시민의 힘>에 대한 강연의 소회를 짧은 글로 남겨봅니다.

 

강의를 시작하며 헌법 제1조를 함께 읽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는 왕이 주인인 '제국(帝國)'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인 '민국(民國)'에 살고 있습니다. 1919년 3.1운동은 우리가 누군가의 명령을 따르는 '백성'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시민'으로 다시 태어난 거대한 전환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께 되물었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건강합니까?" 민주주의는 저절로 자라는 잡초가 아닙니다. 정원사가 매일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야 아름다운 정원이 유지되듯, 민주주의 또한 시민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참여'라는 돌봄이 필요합니다.

 

 '착한 사람'과 '좋은 시민'의 차이

이날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화두는 바로 '공익성(Publicness)'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법을 잘 지키고, 가족에게 헌신하는 사람을 '착한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훌륭합니다. 하지만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바로 '좋은 시민'이 되는 것입니다.

  • 착한 사람: 내 가족, 내 울타리 안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챙깁니다.
  • 좋은 시민: "나도 언젠가 늙고, 아플 수 있으며,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렇기에 타인의 고통을 남의 일로 여기지 않고, 나와 우리 공동체의 문제로 받아들이며 연대합니다.

윤상원 열사가 자신의 삶을 던져 지키고자 했던 것도 바로 내 이웃과 공동체를 위한 '공전(公田)'의 마음 아니었을까요? 광산구의 '늘행복 프로젝트'와 같은 민관협력 사례는 제가 강의에서 강조한 '연대'의 사례였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의 고립된 이웃을 위해 공무원과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이웃지기'가 되어주는 모습. 단순히 예산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신호를 보내며 사람을 살리는 광산구의 민관협력 현장은 훌륭한 민주시민교육의 현장이었습니다.

 

 

평범한 우리가 만드는 위대한 변화

강의를 마치며 미국의 행정가 존 가드너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민주주의란 지도자들이 어려운 일을 기차게 해내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평범한 일을 기차게 잘 해내는 것으로 판가름 난다."

 

 

 

화려한 영웅 한 명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내 집 앞 눈을 치우고, 소외된 이웃의 초인종을 누르고, 마을의 쓰레기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평범한 시민'들의 위대한 연대가 세상을 바꿉니다. 늦은 시간까지 윤상원홀을 가득 채워주신 광산구의 모든 분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이 가꾸어갈 광산구라는 정원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기대하며, 저 또한 그 여정을 늘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