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스터디 모임에서 인권에 관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날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책의 내용이 아니라 한 질문이었습니다. "소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잠시 모두가 말을 멈췄습니다. 한 청소년기관 실무자는 학교 연계 체험학습을 준비하며 겪은 고민을 들려주었습니다. "30여 명이 참여하는 요리 체험에 학교 담당 교사는 무슬림 학생 두 명이 있으니 식단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메뉴를 고민했지만, 다수의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충돌했고 예산도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비건 식단을 알아볼수록 식재료와 조리 과정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것까지 우리가 해야 하나?'"
또 다른 참여자는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동권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어요. 그런데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는 시위 때문에 지하철이 멈춰 제가 지각했다면 제 권리는 누가 보장해 주나요?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바꾸기에는 예산에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누구도 소수자를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두 현실에서 마주하는 고민을 솔직하게 꺼낸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쉽게 답할 수 없었습니다.

정답보다 먼저 필요한 것
저 역시 모두의 필요가 충족되는 사회가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원의 한계가 있고, 서로의 권리가 충돌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권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술이라기보다, 한계 속에서도 누구의 어려움을 조금 더 먼저 살펴볼 것인가를 고민하는 태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 생각은 책을 읽으면서가 아니라, 직접 다양성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분명해졌습니다.

"괜찮아요"라는 말 뒤에서
지난 학기 제가 맡은 한 대학 수업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과 목발을 사용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사회복지 현장에서 장애인을 만난 적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 학기 동안 같은 교실에서 배우고, 함께 이동하며 수업을 만들어간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과제 발표, 토론 중 자리이동 방법을 고려해야 했고, 기관 현장방문 수업은 고려할 지점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전까지 기관 방문 수업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살폈던 것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하면서부터는 가장 먼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지, 장애인 주차구역은 마련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꼼꼼히 준비하고 기관을 방문한 날, 공교롭게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습니다. 두 학생은 그런 상황이 익숙한 듯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아래에서 기다릴게요." 하지만 강사인 저도, 함께한 학생들도, 기관 담당자도 그 말로 상황을 끝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리엔테이션 장소를 옮겨 함께했고, 기관 라운딩은 영상을 촬영해 함께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완벽한 해결은 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그 학생들을 '괜찮다'는 말 뒤에 남겨두지는 않았습니다. 그날 저는 인권은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누군가의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함께 방법을 찾아가는 태도. 그것이 제가 현장에서 배운 인권이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아마 이 질문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을 것입니다. 현실은 이상보다 복잡하고, 모든 사람의 권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해답도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계산의 기준입니다. 나와는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의 입장을 한 번 더 살펴보고, 나도 그 위치에 설 수 있음을 인정하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으려는 사회. 저는 그것이 인권 감수성이며, 다양성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괜찮아요." 라는 말에 기대어 지나치지 않는 사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외면하지 않는 사회.
그리고 왜 그것이 아직도 예외적인 일이 되었는지 계속 묻는 사회.
다양성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아마 그런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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