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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칼럼[콩나물시루]

'무엇을 더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강정모 소장 2026. 3. 14. 13:02

 

쥐고 있는 손이 덫이 되는 순간

미얀마의 원주민들은 원숭이를 잡기 위해 아주 단순한 덫을 활용합니다. 목이 좁고 배가 불룩한 투명 용기를 나무 밑동에 묶어둡니다. 그 안에는 원숭이가 좋아하는 단단한 과자가 들어있습니다. 과자를 발견한 원숭이는 그것을 움켜쥐기 위해 용기 안으로 손을 집어넣습니다. 하지만 과자를 쥔 주먹은 좁은 병목을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원숭이는 손에 든 과자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결국 원숭이는 과자를 손에 쥔 채 사람들에게 잡히고 맙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의 저서 <상상력 사전>을 통해 이 우화를 소개하며 인간의 집착과 한계를 지적합니다. 이 이야기는 현대의 조직 리더십에도 적용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우리가 관성적으로 붙들고 있는 '성과'나 '사업'이라는 과자가 실상은 우리 조직을 힘들게 하는 덫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리더십의 본질: 정당성, 효과성, 적합성의 조율

리더십은 단순히 일을 많이 하거나 잘하는 역량이 아닙니다. 리더는 조직이 나아갈 방향이 옳은지, 그 과정이 효과적인지,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적합한지를 끊임없이 묻고 선택하는 존재입니다.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건강성을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유능한 리더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모호함을 경계합니다. 정당성, 효과성, 적합성이라는 세 가지 시각을 명료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옳고 그름은 정당성의 영역입니다. 효과성은 효율성과 달리 결과보다 과정에 중심을 두는 가치입니다. 적합성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지금, 여기, 우리'에게 맞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사안의 복잡함과 불확실성 속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수긍할 수 있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곧 리더십입니다.

비움을 통해 증명되는 리더십의 진정성

새롭게 시작하는 모임이 아니라면, 이미 존재해 온 조직의 리더는 '무엇을 더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훌륭한 리더는 시작(Start)과 지속(Continue)을 위해 무엇을 멈춰야(Stop) 하는지 팀원들에게 질문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더하기'는 쉽지만 '빼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빼기'는 가장 구체적이고 강력한 실행 전략입니다. 불필요한 관행과 비효율적인 사업을 걷어내야 비로소 새로운 가치를 담을 공간이 생깁니다. '계속하기'와 '더하기'의 기회비용은 바로 '빼기'입니다. 리더가 제시하는 비전의 진정성은 그가 무엇을 포기하고 중단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빼기'가 없는 확장은 미얀마 원숭이가 덫에 걸린 신세와 다를 바 없습니다.

더하기보다 선행되어야 할 빼기의 용기

리더가 '빼기' 없이 '더하기'만 강조할 때 현장은 마비됩니다. 사회복지 현장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업무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음' 혹은 '하는 시늉'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는 개인의 태만함이 아니라 조직의 생존 본능입니다. 진정한 성장은 과부하된 엔진에 기름을 붓는 것이 아니라, 엔진의 부하를 줄여주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주민조직과 지역복지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자신들의 역량을 집중하여 변화를 만들수 있는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리더의 '빼기 제안'은 팀원들에게 숨을 쉴 공간과 다시 도전할 용기를 줍니다.

현장의 지혜를 모으는 건강한 리더십의 여정

시민단체 활동가와 사회복지 종사자 여러분, 그리고 지역의 변화를 일구는 주민조직 담당자 여러분. 우리 앞의 현안은 늘 복잡하고 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현장의 지혜 속에 답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리더는 그 지혜를 수렴하고, 함께 도출한 답이 설령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안전망이 되어야 합니다. 옳지만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고, 효과적이지만 우리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 수 있는 힘은 오직 구성원들과의 진솔한 대화와 '적절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있습니다. 모두가 수긍한 답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다시 용기를 내어 길을 나서는 행위야말로 건강한 리더십의 완성입니다. 우리가 쥐고 있는 과자가 덫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성장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