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교육콘텐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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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동원에서 자원으로, ‘주인’이 이끄는 시민사회의 힘 : 자발성

강정모 소장 2017. 2. 9. 10:14

상해의 좁고 습한 골목을 지나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 3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유독 시선을 붙잡는 낡은 흑백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의용대’ 창설 기념사진입니다. 서슬 퍼런 일제 강점기,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을 건 독립군들의 결연한 눈빛 사이로 눈에 띄는 영문 표기가 있습니다. 그들의 휘장에는 군대를 뜻하는 ‘Army’가 아닌, ‘Volunteers’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 한 단어는 우리 독립운동의 역사가 단순히 국가의 명령에 의한 의무가 아니라, 개개인의 뜨거운 선택과 주체적 의지로 일궈낸 ‘자발성의 역사’였음을 웅변합니다.

 

역사적 뿌리: 군인이 아닌 ‘자원자’였던 독립군

우리는 흔히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조직된 이들을 ‘군대’라 칭합니다. 현대의 징병제처럼 제도적 틀 안에서 신체적 조건을 충족해 의무적으로 배속되는 구조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선의용대는 달랐습니다. 그들은 누구의 강요도 없이 스스로 떨쳐 일어난 이들이었습니다. ‘Korean Volunteers’라는 명칭은 그들이 단순히 총을 든 병사가 아니라,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삶을 던진 ‘자발적 헌신자’였음을 증명합니다. 대한민국의 자원봉사는 바로 이처럼 조국 광복을 위해 생명을 바쳤던 선조들의 능동적인 투쟁 정신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동원의 굴레를 벗고 자원의 품격으로

자원봉사의 본질은 ‘스스로 원하여(자원, 自願)’ 행하는 마음에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의 공익 활동 현장은 어떠합니까? 때때로 숫자를 채우기 위한 ‘동원(動員)’의 도구로 전락하거나, 제도적 장치에 매몰되어 타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동원은 타인의 의지에 이끌려 움직이는 수동적 행위입니다. 반면 자원은 자기 결정권에 기반한 주체적인 도약입니다. 우리 안의 자발성을 회복하는 일은 잃어버린 ‘주인 정신’을 되찾는 과정과 같습니다. 독립군이 스스로 ‘Volunteers’라 명명하며 역사의 주인이 되었듯, 오늘날의 활동 역시 스스로의 의지가 발현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획득합니다.

자발성, 시민교육의 핵심 가치이자 동력

비영리 조직의 성패는 참여자의 내적 동기를 얼마나 깊게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시민교육의 현장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자발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은 지속될 수 없으며, 감동을 줄 수도 없습니다. 스스로 우러나온 마음은 그 어떤 강압적인 체계보다 강력한 사회 변화의 동력이 됩니다. 자발적 참여는 단순한 도움의 손길을 넘어, 시민 개개인이 사회 문제의 해결사로 거듭나게 하는 민주주의의 가장 성숙한 표현입니다.

활동가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당신은 이 시대의 조선의용대입니다

비영리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동료 활동가 여러분, 우리는 때로 지치고 무력해질 때가 있습니다. 가시적인 성과나 행정적인 절차에 치여 우리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잊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상해 임시정부에 걸린 그 휘장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마주하는 자원봉사자들은 단순히 일손을 돕는 보조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과거 조선의용대가 보여주었던 뜨거운 자율성을 계승하여, 오늘날의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나선 현대판 ‘독립군’들입니다. 활동가의 역할은 이들의 잠재된 열망을 깨우고, 그 자발성이 창의적인 사회 변화로 이어지도록 돕는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발성의 가치를 수호할 때, 시민사회는 비로소 권력이나 자본의 힘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자생력을 갖추게 됩니다. 독립을 향한 자발적 헌신이 대한민국을 세웠듯이, 여러분의 주체적인 실천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당신의 의지가 바로 변화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