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교육콘텐츠연구소

사무실 번호 : 070-4898-2779 / 대표메일 : streamwk@gmail.com

칼럼 [콩나물시루]

[시민성] 설정의 삶에서 수정의 삶으로_완벽한 설정은 없다

강정모 소장 2019. 1. 20. 22:02

 

https://brunch.co.kr/@ahala/3 (사진출처)

 

∎ 수정의 유용성

 

비행기의 항로는 정확하지 않다보조날개는 끊임없이 항로를 수정하기 위해 존재한다자동조정장치는현 상태가 되어야할 상태에서 얼마나 이탈해 있는지 계산해서 초당 1천번 정도 꼬리날개에 수정명령을 전달한다비행기든 자동차든 운전대를 1초만 내버려두어도편향과 편류가 일어난다우리 삶도 비행기자동차 운전과 유사하다. 삶이 계획대로예상대로방해없이 진행될 수 있다면우리는 최적의 출발상태즉 설정(set-up)에만 신경쓰면 된다.

 

즉 처음에 완벽하게 설정해놓으면 계획대로 목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하지만 절대로 삶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우리는 설정만 잘 해놓으면 계획된 대로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는 순진한 사고에 빠진다설정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고, ‘수정의 중요성을 과소평가 한다.

 

세포분열에서 유전물질이 복제될 때면 늘 실수가 일어난다모든 세포는 복제실수를 나중에 수정하는 분자들이 있다이런 유전자 수정이 없다면모든 사람은 태어나서 몇 시간 만에 암으로 사망할 것이다우리의 면역체계도 끊임없는 수정기능을 통해서 유지된다. 마찬가지로 관계와 팀워크파트너십이 파국을 맞았다면 너무 놀라지 말자시작할 때 설정을 과대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모든 관계파트너는 끊임없이 가꾸고 노력해야 한다.

 

 

좋은 삶을 어떤 상태로 여길 때 불행할 가능성이 크다. ‘좋은 삶은 계속해서 조정해나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고치고수정하는 걸 내키지 않아 할까우리는 수정을 계획상의 실수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군하면서 탄식하고실패자로 여긴다계획은 반드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확정된 계획보다 거듭해서 계획을 세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계획은 끝이 없다.

 

쇼펜하우어는 계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삶의 체스 게임과 같다삶과 체스는 모두 계획이 존재한다하지만 체스는 상대방이삶에서는 운명이 어떻게 오느냐에 따라 계획이 수정된다그래서 대부분 실행과정에서 수정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 원래 계획은 몇몇 특징 외에는 거의 분간이 어려운 상태가 된다.”

 

∎ 수정과 민주주의

 

헌법은 한 국가와 모든 법률의 근간이다그러므로 헌법은 시대를 초월해야 한다하지만 헌법도 결코 수정없이 버티지 못한다미국의 헌법은 1787년 제정이후 27번 수정을 거쳤다. (그래서 수정헌법이라 한다. Amendment to the Constitution) 스위스 연방헌법은 1848년 제정이후 2번의 전면개정과 10여번의 부분개정을 거쳤다독일헌법은 1949년 이래 지금까지 60번 수정되었다.

 

헌법의 수정은 치욕적인 일이 아니라매우 현명한 일이다. 수정하고 고치는 능력이야말로 잘 돌아가는 민주주의 토대이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적절한 사람을 선출하는 것(즉 적절한 설정)이 아니라부적절한 사람을 유혈사태 없이(평화적이고정기적으로물러나게(해고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유용한 점이다.민주주의는 모든 국가 중에 유일하게 수정 매커니즘을 도입한 시스템이다.

 

∎ 수정과 인격성숙

 

21세기는 학벌과 직업적 성공사이의 연관성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대신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진로수정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우리 주변의 성숙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지금의 훌륭한 인격을 가지게 된 것이 출발의 완벽한 설정(출생배경부모학력때문이었는가 아니면 어려움을 딛고부족함을 고치며 끊임없이 성장해온 결과였는가?

 

이상적 교육유일한 삶의 목표완벽한 기업전략최적의 포트폴리오최상의 직업최적의 진로 이따위 것은 없다완벽한 설정과 계획’ 따위의 말은 모두 신화다수정없는 성취는 우연과 운일 뿐이다두 번째도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다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출발조건은 비중이 약하다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자원을 완벽한 설정에만 쏟아서는 안 된다불충분한 것은 신속하고지속적으로 수정의 노하우를 쌓아가야 한다.

 

<불행 피하기 기술영리하게 인생을 움직이는 52가지 비밀롤프 도벨리 지음 p22

 

---------------------

 

민주주의의 감수성이 심화되어가는 시대의 건강한 조직은 설정에서 수정으로, ‘상태에서 조정으로, ‘사업에서 과정으로성장사회(정답을 맞히는 힘)에서 성숙사회(모두가 수긍하는 답을 찾아가는 힘)으로, ‘계획중심에서 기획중심으로, ‘닫힌질문에서 열린질문의 문화적 토대가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성(citizenship)이란 내가 내린 선택(과 수정)’으로 만들어진 책임적(오류인정과 수정)’ 존재다그러므로 내가 내린 선택으로 평가받는 사회일수록 성숙한 시민사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