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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콩나물시루]

[비영리조직운영] 조직에 원래는 없다_침팬지 조직 실험

강정모 소장 2019. 1. 21. 12:47

 

https://janegoodall.ca/our-stories/10-things-about-chimpanzees/(사진출처)

 

비어있는 방에 침팬지 다섯 마리를 들여보낸다. 방 한복판에는 사다리가 세워져 있고 그 꼭대기에는 바나나가 놓여있다. 한 침팬지가 바나나에 다가가자마자 천장에서 찬물이 분출하여 침팬지를 떨어뜨린다. 다른 침팬지들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바나나를 잡아 보려고 한다. 모두가 찬물을 뒤집어쓰고 결국 바나나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한다.

 

그 다음에는 천장에서 찬물이 분출하지 않게 해 놓고 물에 젖은 침팬지 하나를 다른 침팬지로 대체한다. 새 침팬지가 들어오자마자 원래부터 있던 침팬지들은 사다리로 올라가는 것을 말린다. 그들 나름대로 새 침팬지가 찬물을 뒤집어 쓰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새 침팬지는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다른 침팬지들이 자기가 바나나를 먹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으로 보일뿐이다. 그래서 그는 완력을 쓰기로 하고 자기를 제지하려는 침팬지들과 싸운다. 하지만 한마리 대 네마리의 싸움이라서 새 침팬지는 뭇매를 맞고만다.

 

다시 물에 젖은 침팬지 한 마리를 새 침팬지로 대체한다. 그가 들어오자마자 앞서 교체되어 들어온 침팬지가 덤벼들어 그를 때린다. 그게 새로 들어온 자를 맞이하는 방식이라고 저 나름으로 이해한 것이다. 새 침팬지는 사다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겨를도 없었다. 말하자면 구타 행위는 이미 바나나와 무관해진 셈이다. 물을 뒤집어 쓴 나머지 세 침팬지도 차례로 나가고 대신 물에 젖지 않은 침팬지들이 들어온다, 그때마다 새로 들어온 침팬지는 들어오자마자 매질을 당한다.

 

신고식은 갈수록 난폭해진다. 급기야는 여럿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새로 들어온 침팬지에게 뭇매를 놓는다. 여전히 바나나는 사다리 꼭대기에 놓여있다. 하지만 다섯마리 침팬지는 바나나를 잡으려다 물을 뒤집어 쓴 적도 없으면서 그것에 다가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뭇매를 맞을 새 침팬지가 어서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문을 살피는 것이다. 이 실험은 한 조직에서 나타나는 집단행동을 연구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상력 사전> p9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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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직원들은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 신입직원이든, 경력직원이든 수습 또는 오리엔테이션 기간이 있다. 이들의 오리엔테이션은 대개 직급이나 직책상 바로 위나 아래일 경우가 많다.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사람들은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자신의 업무에 방해되지 않도록 또는 자신의 업무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리엔테이션에 실시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새로 들어온 멤버에게 '일을 처리하는 방법(How)'을 중심으로 관행이나 현재 상황에서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방법(do thing right)'을 주로 알려준다. 특히 '현재 문제없이 진행하고 있는 자신이 숙달한 방법'을전수하게 된다. 
그것이 옳은지, 적합한지, 효과적인지, 처음 의도가 무엇인지, 왜 하는지, 믿을만한지는 보다 그 날, 그 날 업무를 문제없이 보내는 방법을 전수받는다. 가끔 새 멤버가 옳은지, 믿을만한지, 그렇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으면 "우리 조직은 원래부터 이렇게 해왔어요~"라고 듣게 될 가능성이 크다.
거기서 질문을 멈추면 문제가 없는데, 계속 해서 옳고그름, 적합, 비적합, 일의 의도와 하는 이유, 신뢰성 여부를 질문하면 조직은 그 멤버를 이상하고, 골치아픈 존재로 여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처음에는 피곤한데 왜 그런걸 묻느냐 그냥 그렇게 하면된다라고 애정어린 조언을 하다가 질문이 계속되면 시키는대로 하면 문제없는데, 너 때문에 나도 피곤하다는 식으로 공격하기 시작하고, 심지어 질문하는 새 멤버에 대한 조직적 왕따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사다리에 관련된 과업으로 예를 들면 관리(Management)는 "어떻게 올라갈 것인가?"를 질문한다면, 리더십(Leadership)은 "어디에 사다리를 걸쳐 놓을 것인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관리는 문제없이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라면, 리더십은 그 활동이 옳은지, 효과적인지, 적합한지 질문하는 것이다. 관리는 실무력이 중요하다면, 리더십은 사고력이 중요하다. 둘 중 어느 것이 어렵고, 중요할까? 리더십? 아니다! 둘 다 어렵고, 중요하다. 
문제는 관리와 리더십을 구분하지 못하는데 있다. 관리가 필요한 상황,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을 구분하고, 각각의 역할이 주어졌을 때 역할에 맞는 질문을 해야한다. 그런데 시작하는 조직은 리더십에 대한 질문으로 편향되어 있고, 궤도에 오른 중견조직은 관리에 관한 질문에 편중되어 있다. 편향성, 편중성이 조직건강을 해치는 원인이다. 
현재 우리 조직은 어느 쪽에 편향되어 있는가? 우리 조직이 따지지도 않는 '원래'는 무엇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