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의 언어가 곧 영향력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한두 번 이상 경험합니다. 이때 우리는 돈 많은 사람보다 친한 사람을 먼저 찾습니다. 아는 사람 중에 부자가 있더라도 친밀감이 없다면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평일 기업의 직장인들이 분주히 활동하여 '돈'이라는 자본을 창출하듯, 사회복지사들도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성과를 기업의 '수익'처럼 짧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사회복지사는 드뭅니다. 설명이 길고 복잡할수록 사회복지의 영향력은 흐려집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과 조직일수록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단 한 문장의 임팩트를 구사합니다.
아픔이 길이 되는 확신, ‘사회적 자본’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기관은 이제 자신의 사업과 성과를 단 한 단어로 요약하는 언어적 자산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 정답은 바로 ‘사회적 자본’입니다. 김승섭 교수는 저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확신, 위기에 처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함께해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강조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안전한 사회를 갈구하는 구성원들의 소망이자 사회적 자본의 본질입니다. 인생의 잘나갈 때 모여드는 사람들은 일시적이지만, 삶의 위기 앞에서 곁을 지키는 사람들은 돈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닙니다. 이 가치를 만드는 힘이 바로 사회적 자본입니다.
관계의 효용, 기업 자본과 동등한 이익
현실적으로 사회적 자본은 경제적 자본보다 그 중요성을 과소평가받아 정책 결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합니다. 그러나 경제학자 아이리스 보넷과 브루노 프레이의 실험은 이 편견을 완전히 뒤집습니다. 단순히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줄 몫이 늘어났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자 무관심했던 이들이 가진 자원의 절반을 흔쾌히 나누었습니다. 이 실험은 기업이 창출하는 '자본'만큼이나 사회적 자본이 실질적인 '효용'과 '이익'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명백히 증명합니다. 사회적 관계망은 단순한 감성적 영역을 넘어,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을 견인하는 핵심 자산입니다.
‘돈 많은’을 넘어 ‘신뢰받는’으로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돈 많은' 것을 곧 '훌륭한' 것으로 치환해 온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복지 현장 또한 이 낡은 프레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돈 많은'이라는 지표와 '훌륭하고 신뢰받는, 지속 가능한'이라는 언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90년대 <역사의 종말>로 자유주의의 승리를 예견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후속 저서 <트러스트>를 통해 국가의 지속적인 번영은 경제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공동체 구성원 간의 '신뢰'가 필수적임을 강조했습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이 '신뢰 자본'의 밀도에 있습니다.
사회복지사, ‘사회적 자본’의 촉진자가 되다
우리는 '훌륭함'에 대한 정의를 재개념화해야 합니다. 훌륭한 지역사회는 경제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이 균형을 이룬 곳입니다. 돈 없이 훌륭함을 논하는 것은 상상의 영역일 뿐이지만, 돈만으로 훌륭해질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사례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제 주민조직과 지역사회복지 사업을 수행하는 사회복지사는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해야 합니다. “나는 우리 마을을 신뢰받고 지속 가능한 훌륭한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사회적 자본의 촉진자’입니다.” 힘과 제도를 넘어, 협상력 있는 대화로 자원을 배분해내는 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복지사는 진정성을 담아낸 설득력 있는 ‘민주적 언어’로 세상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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