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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칼럼[콩나물시루]

어른이 없는 시대, 모두가 어른인 시대, 20년 광명시 민주시민교육 과정개발 소감문

강정모 소장 2022. 3. 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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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어른들, 그들이 남긴 공허함

'시대의 어른들이 돌아가신다', '어른이 없는 시대다'라는 어른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이 자주 회자된다. 나 역시 존경받던 인물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날 때마다 가슴에 텅 빈 공허가 가을바람처럼 스쳐 지나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 어른들이 있던 시대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이 변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인권의 다양한 측면에서 과거보다 훨씬 성장하고 성숙했다.

 

어른이 필요 없는 사회로의 전환

어른들이 사라지는 시대가 안타깝긴 하지만, 어쩌면 어른들이 요청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에 우리는 왜 그렇게 어른들을 좋아했을까? 어른들을 좋아했다기보다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어른들'이 필요해서 '어른들'을 만들어왔던 것은 아닐까? 어른들이 많았고, 그들로 인해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다는 고백들은 그 어른들에게 의존하는 '어린이들'이 많았다는 것을 전제한다. 따라서 '어른이 부재한 시대'라는 말에는 '어른이 필요 없는 시대'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공동체 역량과 권위주의의 상관관계

공동체의 역량이 취약해질수록 어른으로 떠받드는 영웅들이 많이 출현하는 경향이 있다. 권위주의적 문화가 확산된 공동체일수록 구성원들은 완전한 인간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반면 공동체에 민주적 문화가 풍성해질수록 구성원들은 누구도 완전할 수 없음을 받아들여, 구성원 모두가 협의하여 답을 찾아가려는 환경이 형성된다.

 

선택의 자유와 책임의 무게

그렇다면 '어른'이란 누구일까? 과거에 많은 사람들이 어른을 필요로 했던 이유는 바로 그 어른들이 나 대신 '선택'을 해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지금의 나는 무수한 선택의 보람과 시행착오의 산물이며, 앞으로 내가 내릴 수많은 선택의 결과로 구성되어갈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내려야 하는 '선택의 자유'가 처음에는 설렘으로 다가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설렘은커녕 악몽의 원인으로 돌변한다. '진학을 할까, 직장에 갈까, 이 학교, 저 학교, 이 전공, 저 전공, 이 직장, 저 직장, 이 사람, 저 사람, 연애, 결혼, 출산, 주택구입, 대출, 관계, 이별, 제안 등' 생각만 해도 밤잠을 설치게 하는 이슈들이다.

 

자유로부터의 도피와 책임 회피

개인의 이슈도 이런데, 사회와 국가공동체는 어떨까? 이러한 선택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이유는 선택이 반드시 '책임'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학자 에리히 프롬은 또 다른 저서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사람은 책임의 무거움에 대한 공포 때문에 '선택의' 자유에서 도망치는 존재들이라고 심리적, 사회적, 역사적 분석을 했다. 어른이 있던 시대에는 어쩌면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어린이'였을 것이다. 그 어른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와 우리' 대신 생각해주고, 선택해주고, 책임져주었던 것이다.

 

성숙한 시민사회를 향한 여정

하지만 이제 점차 나와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책임도 지려는 역량을 길렀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생각에 힘겨워하고, 선택에 밤잠을 설치며, 책임에 가위눌리기는 해도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시대를 살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내 삶에 놓인 '선택'을 스스로 감당하고, 책임지고, 받아들일 때 그는 나이와 상관없이 '어른'이며, 비로소 '시민(市民)'으로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함께 생각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사회가 '시민사회(市民社會)'다.

 

온전한 시민사회의 모습

온전한 시민사회는 어른이 부재한 사회가 아니라 대다수가 어른이라서 어른이 필요 없는 성숙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어른들에게 정답을 기대하는 사회가 아니라 선택의 기로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수긍(首肯)하는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가 시민사회다. 어른이 없는 시대는 다수가 어른이 된 시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떠나신 시대의 어른들은 우리가 마냥 품안의 어린이들로 머물러 있길 원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주인으로서의 책임과 역량 강화

이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어른이어야 하며, 주인이어야 한다. 주인은 정답이 없고, 애매모호함을 견딜 수 있는 존재다. 개개인이 주인, 주권자, 책임자인 시대가 되었다. 뒤로 돌아갈 수도 없다. 이 책임의 무게를 피곤하게 여기지 않으려면 우리의 선택지는 오직 하나다. 지속적으로 민주시민으로서 역량을 학습하고, 연습하고, 경험하며, 반복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민주시민교육이 활성화되고, 양질의 콘텐츠들이 개발되어 시민들이 성숙한 민주시민, 즉 선택하고 책임지는 어른으로 역량을 키우기 위한 여정의 지도가 많은 지자체에 확산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광명시민주주의교육센터 [요즘시민] 기고문
2020.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