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갈등에 대한 전략적 이해와 전환(Conflict Transformation)
인간은 본질적으로 다양한 존재입니다. 성별, 연령, 기질, 경험, 가치관, 그리고 활동 동기 등 모든 면에서의 차이(Difference)는 갈등을 필연적인 현상으로 만듭니다. 사람들은 갈등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회피(Avoidance)하거나 방어(Defense)하려 하지만, 갈등은 제거될 수 없는 에너지입니다. 따라서 자원봉사 관리의 핵심은 갈등을 억압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관리(Management)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Transformation)시키는 데 있습니다.
자원봉사 활동은 개인의 독립된 행위가 아닌 팀 기반(Team-based) 활동의 성격이 강하므로, 갈등 발생의 빈도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관리자는 일차적으로 이러한 갈등 발생을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갈등이 전혀 없는 조직은 역설적으로 건강하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전체주의적 통제나 무관심이 지배하는 환경이 아니라면, 건강한 조직일수록 갈등이 안전하게 허용되고 구성원들이 이를 표면화(Surfacing)하여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갖춥니다. 자원봉사 관리자와 봉사자 모두에게 갈등에 대한 이해와 관리 역량을 높이는 지속적인 교육 및 훈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갈등은 회피되거나 은폐될 때 증폭되는 특성을 가집니다. 갈등을 외부적으로 드러내는 것 자체가 갈등 관리 과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특히, 당사자 간에 갈등을 공유하고 표출하는 행위는 심리적 어려움이 따르지만, 워크숍 등의 촉진된 환경을 통해 점진적으로 표면화하는 연습은 갈등 노출에 대한 안전감(Safety)과 홀가분함을 제공합니다. 이는 공감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갈등을 바라보는 인지적 시각의 차이를 학습하는 중요한 기회가 됩니다.
갈등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은 '복잡함', '부정적 감정', '제거 대상'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민주적 가치와 조직 혁신이 중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갈등은 '새로운 기회(New Opportunity)'이자 창조적 조직 운영에 필수적인 요소로 그 위상이 전환되었습니다. 이제 핵심은 갈등 제거(Conflict Elimination)가 아닌 갈등 관리(Conflict Management)입니다.
갈등의 긍정적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조직 문제의 정확한 진단: 갈등은 잠재된 조직의 병리 현상을 드러냅니다.
- 변화와 혁신의 동력: 갈등은 현상 유지를 거부하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 긍정적 조직 응집력 향상: 갈등 해소 과정은 조직의 결속력을 강화합니다.
따라서 유능한 자원봉사 관리자는 갈등을 회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 해결과 조직 성장을 위해 갈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리더입니다. 조직에 갈등이 전혀 없는 상태는 무기력하고 정체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오히려 적절한 긴장감이 유지되는 수준의 갈등()은 조직에 활력과 역동성을 부여합니다. 그러나 갈등이 과도하게 지속되면 조직원들의 낙담과 기대 상실을 초래하는 역기능적 스트레스()로 변질되며,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와 같은 책임분산 및 무질서 현상을 유발합니다.
갈등 관리 역량의 근간은 '차이' 또는 '다양성'에 대한 수용력(Acceptance)입니다. 갈등 수용력이 가장 낮은 수준은 '우린 너무 달라서 함께 할 수 없다'는 타자 비난적 태도입니다. 발전된 수준은 '우린 다르지만 충분히 함께 할 수 있다'는 타협적 태도입니다. 그러나 가치 중심적이며 공공성을 지향하는 자원봉사 활동에서는 밀도있는 수용적 태도가 요구됩니다. 바로 '우린 다른 점이 많아. 그래서 더욱 넌 소중한 사람이야'라는 태도입니다. 이 수준에 도달했을 때, 관계에서 발생하는 차이점 자체가 활동의 강력한 동력으로 활용되며, 조직은 예측을 뛰어넘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게 됩니다.
3. 자원봉사 활동의 고유한 갈등 역동
3.1. 관리자-자원봉사자 간 갈등 양상 (이성록 분석 기반)
관리자와 자원봉사자 간 갈등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인지적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 갈등 요인 | 관리자의 인지/동기 | 자원봉사자의 인지/동기 | 충돌 지점 |
| 과업 상호의존성 | 제한된 예산/일정 준수 | 활동 유연성, 자율성 요구 | 자원 배분 및 일정 집행 견해차 |
| 목표/역할 차이 | 예산 절감, 조직 발전 기여 | 자기 성장, 보람, 자연 변화 기여 | 봉사자 활용 목적의 상충 |
| 지각의 차이 | 전문성 중심, 결과 중심 시각 | 사명감 중심, 과정 중심 시각 | 활동 목표 및 성과 판단 기준 이견 |
3.2. 자원봉사 관리자의 내부적 갈등 지점 (이성록 분석 기반)
국립공원 자원봉사 관리자들은 고유한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 지위에 대한 불안정성 (Competence Threat): 자연에 대한 깊은 철학과 경험을 가진 고연령/고경력 자원봉사자의 전문성이 관리자의 능력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자원봉사 관리 부서에 신입 직원이 배치되는 구조적 상황은 이러한 위축감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 서비스 질에 대한 우려 및 권한 위임의 딜레마: 관리자는 자원봉사 활동의 결과 품질을 책임지므로, 자원봉사자의 권한 위임 요청에 대해 품질 저하를 우려하여 소극적인 경향을 보입니다. 그러나 봉사자는 성취감을 위해 더 많은 자율성과 권한을 요구하며 갈등이 발생합니다.
- 역할에 대한 철학적 인식 부족: 관리자가 자원봉사를 단순한 노동력 지원이나 예산 절감 수단으로 인식할 경우, 봉사자의 활동 가치를 폄하하게 됩니다. 이는 잦은 보직 이동, 교육 미비 등 국립공원 조직 내 자원봉사 관리 업무의 낮은 정책 우선순위라는 구조적 요인에 의해 악화됩니다. 관리자는 업무를 '처리' 대상으로 전락시킬 위험에 놓입니다.
- 이전 경험에 따른 불신: 무책임하거나 비인격적인 소수 자원봉사자의 과거 경험은 관리자에게 심리적 상처와 불신감을 남겨, 전체 자원봉사자 그룹과의 협력에 장애가 됩니다.
- 성취감의 상실 및 소진(Burn-out): 활동의 확대는 관리자의 역할을 현장 활동에서 행정 및 관리적 업무로 이동시킵니다. 이로 인해 자연과 직접 접촉하며 사명감을 유지하던 현장 성취감을 잃게 되고, 이는 소진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관리자는 무의식적으로 현장 접촉 욕구 때문에 자원봉사자와의 협력을 거부하거나 견제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관리자는 자신의 내면적 동기와 현장 사명의 원천을 면밀히 살피고 균형을 유지하는 자기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3.3. 자원봉사자 간 갈등 현상: 인정 경쟁(Competition for Recognition)
자원봉사자 간의 갈등은 주로 '인정 경쟁'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활동에 대한 보수가 없는 원칙 때문에, 관리자 및 동료의 관심과 인정(Recognition and Reward)은 자원봉사 활동의 중요한 보상 기제가 됩니다.
- 지위 경쟁: 경력에 따른 공식적/비공식적 팀 내 지위는 일종의 '보상'으로 간주되어 과도한 경쟁을 유발합니다. 이는 팀 내에 정치적 역동성을 발생시키고, 경쟁 심화는 활동의 에스컬레이션 현상(Escalation)을 초래하여 기대치를 비현실적으로 높이고 구성원들의 소진을 가속화합니다.
- 갈등의 표출: 인정 경쟁으로 인한 불만족스러운 결과는 동료에게 원인을 전가하는 형태로 표출되어 심각한 갈등을 유발합니다.
관리자는 이러한 인정 경쟁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조정(Mediation)해야 하며, 자원봉사자들이 외부의 인정보다는 자신의 자발성(Intrinsic Motivation)과 내면의 성취에 활동의 토대를 두도록 코칭(Coaching)하고 견인하는 전략적 역할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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