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분석틀과 현장적용
강정모(시민교육콘텐츠연구소 소장)
갈등을 해결하기 전에 갈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하였다. 갈등을 받아들인 이후에는 갈등을 잘 해야 한다. 갈등의 과정을 잘 해야 해결할 수 있는 꺼리가 생긴다. 갈등을 잘 하는 것을 ‘건설적 대립(Constructive Confrontation)’이라고 한다. 건설적 대립에는 4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직접적 대립이다. 특정 쟁점에 대해 관련 당사자와 직접 대립하는 것이다.둘째, 객관적 대립이다. 객관적 자료와 사실, 관찰과 경험을 토대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 긍정적 대립이다. 대립의 대상은 ‘이슈’이지 ‘사람’이 아니다. 감정이 격해지면 이슈와 사람을 하나로 보게 된다. 그러면 토론보다는 인신공격이 되기 쉽다. 마지막으로 적시(適時)의 대립이다.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곧바로 대립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체되면 문제는 점차 왜곡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건설적 대립을 잘 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팀 안에서 발생된 갈등을 표면화시켜 분석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갈등을 객관화시키기 위한 몇 가지 분석이론을 살펴보도록 하자.
1) 빙산분석
많이 알려져 있는 것처럼 빙산은 수면위로 전체의 1/5만 밖에 나와 있고, 4/5는 수면 아래에 있다. 갈등도 드러난 쟁점뿐만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즉 직면한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갈등해결을 위한 개입수준과 지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2) 양파분석
갈등에 있어서 당사자들이 겉으로 주장하는 것과 속으로 진짜 원하는 것(혹은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이것도 빙산분석처럼 겉으로 드러난 각 당사자들의 입장(position)외에 더 깊은 차원의 지점들이 양파껍질처럼 존재한다는 가정에 입각한 분석이다. 입장은 보다 더 깊은 차원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실익 또는 관심사(interest)이고, 그 다음에는 욕구(need)이다. 입장은 어떤 문제에 대해 당사자가 생각하는 해결책으로 모두가 알도록 공개적으로 취하고 있는 내용으로 겉으로 원한다고 표명하는 것이다. 실익은 목표, 이익 등 당사자가 갖기를 원하는 것들로서 보다 물질적이고, 구체적인 것이다. 욕구는 개인이나 조직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면 신념, 정체성, 안전, 의식주, 존중 등이 있다. 심리적이고, 내재적인 것으로서 나누거나 양보하기 어렵고, 이것의 절대적인 정도는 나누거나 양보하기 어렵다.
3) 다면분석
갈등의 이슈를 둘러싼 사람과 활동 그리고 이슈의 성격이 내부적, 외부적이냐의 상관관계를 통해 갈등의 성격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갈등이 사람과 내부적 요인이 많다면 갈등에 대한 해석의 충돌이고, 사람과 외부적 요인이 많다면 다름(차이)의 충돌이며,활동(관리업무)과 내부적 요인이라면 이해관계의 충돌이고, 활동과 외부적 요인이라면 구조의 충돌이다. 내부적 요인에 기인한 해석과 이해관계의 충돌이라면 사람과 활동에 대한 당사자 간에 대화와 소통이라는 주관적인 접근법이 요구되며,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 다름(차이)와 구조의 충돌이라면 정책과 프로그램, 예산, 인력, 운영방식 등 객관적인 접근법이 요청된다. 이처럼 다면분석은 갈등의 성격을 파악하여 해결방법을 기획하고, 조망하는데 유용한 방법이다.
4) ABC 삼각형 분석
갈등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성격, 심리상태, 감정상태 등의 ‘태도(Attitude)’와 갈등 당사자의 구체적 행위인 ‘행동(Behavior)’과 갈등 당사자가 처한 조건, 환경, 배경, 주변여건인 ‘맥락(Context)’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서 ABC삼각형 분석이라고 한다. 이 분석은 갈등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파악하는데 효과적이다. 참고로 여기에 갈등 당사자들이 현재의 태도가 형성된 과거의 과정(Development)까지 분석하면 ABCD 사각형 분석이 될 수 있다.
자원봉사관리자들이 당면한 갈등을 이슈와 사람을 분리시켜 최대한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이 갈등분석이다. 갈등분석의 과정을 통해 바로 해결책을 얻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석을 통해 해결책이 필요 없는 경우도 많다. 즉 분석 자체로 해결이 될 수 있다. 그만큼 분석은 당사자들의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는 불편하고 어려운 과정이다. 힘들지만 분석을 거치면 성찰을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갈등의 순간에는 감정으로 인해 원인이 전적으로 상대에게 있다고 여기지만 분석을 통해서 상대뿐만 아니라 자신과 구조, 환경 등 여러 가지 원인이 파악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감정은 가라앉고, 해결의 실마리는 많아지게 된다.
※ 자원봉사 갈등사례 분석연습 (①~④의 분석틀 중에서 적절한 것을 선택하여 아래의 갈등을 분석해보자.)
[일반 자원봉사 사례]
복지관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경로잔치와 마을행사 같은 지역문화행사와 요보호대상가정에 밑반찬을 만들어 제공하는 일, 독거노인 가정에서 가사보조와 말벗 등 정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s씨는 이 동네 주민으로서 복지관 개관 때부터 복지관 대소사를 함께 해 온 5년 경력을 가진 자원봉사자로서 기관에서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가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동안에 담당직원만도 세 번이나 바뀌었다. 오랜 경력과 담당자의 어머니뻘 되는 s씨에게 오히려 담당자가 이끌려 다니는 듯한 모습을 종종 보았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s씨는 담당자와 의견조정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담당자는 s씨와 대화를 통해 업무를 조정하고 상황을 설명하였으나, 이런 행동에 섭섭해진 s씨는 동네에 다니면서 담당자와 기관을 비판하고, 오랜 경험으로 알게 된 기관의 프라이버시와 내부상황을 이야기 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였다.
(박소희/대구지역자원봉사기관시설담당자 워크숍 자료집 중에서)
[국립공원 자원봉사 사례]
자원봉사자들이 활동을 통해 국립공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아져간다. 그런 것은 좋지만 자원봉사자들이 활동에 열심일수록 걱정되는 것은 안전에 대한 것이다. 국립공원 자원봉사 특성상 자연은 여러 가지 위험과 사고의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특히 고지대 자원봉사활동은 자원봉사자들의 안전을 담당할 관리자들이 반드시 별도로 배치되어야 한다. 안전담당 관리자를 배치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업무조율과 협조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잘 아는 자원봉사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봉사회의 몇몇 분들은 자신들의 스케줄에 따라 고지대 자원봉사를 추진하려고 한다. 한두 번이 아니다. 자신들은 이 산을 많이 등산해봤고, 산 지리에 대해 잘 알아서 안전요원은 필요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만약 사고가 나면 자신들이 책임지겠다고 말하면서 자원봉사활동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자원봉사 관리자로서 그 분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없다. 그리고 사고시에는 자원봉사활동중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우리 사무소의 책임이지 그 분들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선 내가 융통성 없고, 심지어 풋내기나 꼴통이라는 둥의 말이 들려오기도 한다.
(시나리오작성 : (사)한국자원봉사문화, 국립공원현장 인터뷰, 강정모 소장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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