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갈등의 기본이해
강정모(시민교육콘텐츠연구소 소장)
사람은 모두 다르다. 성별, 연령, 성향, 경험과 문화, 욕구와 동기, 가치관이 같을 수 없다. 그래서 갈등은 필연적인 것이다. 사람은 갈등이 발생했을 때 본능적으로 회피(혹은 방어)하거나 제거해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갈등은 피하거나 제거할 수 없는 것이다. 갈등은 오직 관리되어져서 다른 에너지로 전환(transformation)되어질 수 있다. 자원봉사활동은 혼자서 하는 활동이 아니다. 자원봉사는 팀으로 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갈등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자원봉사 관리자들은 일차적으로 갈등발생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 가지 가설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만약 한 조직이나 활동에서 전혀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러한 상황은 전체주의국가, 광적 사이비 종교집단, 독재국가에서 운영하는 수용소 같은 곳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장면이다. 결코 건강하지 않다. 건강한 모임일수록 갈등이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허용되고 구성원들이 그 갈등을 표면화시켜 다룰 수 있는 역량이 크다. 그래서 자원봉사자와 자원봉사 관리자들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갈등에 대한 이해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갈등은 회피하거나 숨길 때 오히려 증폭되는 특징이 있다. 갈등을 외부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갈등을 관리하는 과정의 반 이상이다. 갈등마다 차이는 있지만 어떤 갈등은 표면화시키는 것만으로 해결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 만큼 갈등을 표현하고, 당사자 간에 공유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래서 동일집단간에 워크숍등을 활용하여 점진적으로 표면화시키는 연습을 하게 되면 갈등을 드러낸다는 것이 홀가분한 경험이며, 공감받음을 통해 안전감을 느끼고, 갈등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다른 사람의 시각의 차이를 접할 수 있다.
갈등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복잡한 것, 짜증, 답답, 골치 아픈 것, 불편한 것, 피하고 싶은 것, 마음의 상처, 화, 분노가 일차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과 달리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전통적으로 갈등은 개인과 조직에 피해를 주는 것이므로 반드시 제거되어야 할 것으로 이해되어왔다. 하지만 민주적 가치가 확산된 현대사회에서는 창조적이고 합리적인 조직운영에 필수적이고 바람직한 요소로 전환되었다. 그래서 갈등제거에서 갈등관리가 핵심적이다.
갈등의 긍정적인 요인으로는 조직의 문제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고, 변화와 혁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동기를 주고, 긍정적인 조직의 응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적절히 갈등하는 조직은 성장하고, 성숙하는 조직이다. 그러므로 갈등을 중심으로 볼 때 유능한 자원봉사 관리자란 갈등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해 갈등을 활용하는 사람이다.
조직에서 갈등이 전혀 없는 상태는 문제가 없는 조직이 아니라 무기력하고, 지루한 조직이다. 오히려 갈등이 어느 정도 유지되어 적절한 긴장감이 있는 조직이 활력이 넘치고, 역동적인 조직이다. 이 때의 갈등을 Eustress라고 한다. 그러나 정도 이상의 갈등이 지속되면 조직원들은 사안과 조직에 대해 기대를 접고, 낙담하고, 자신과 조직을 별개로 여겨 조직은 무질서하게 된다. 이때의 갈등을 Distress라고 한다. 이 때 대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링겔만현상이다. 이때는 상호조정능력과 구성원들 간에 공통의 목적의식이 결여되어 갈등이라는 시한폭탄을 돌리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갈등관리의 역량은 ‘차이’ 또는 ‘다양성’에 대한 수용력이 일차적이다. 가장 낮은 수준의 수용력을 가진 개인 혹은 조직의 내적 메시지는 ‘너하고 나는 너무 달라. 그래서 우린 함께 할 수 없어’ 즉 갈등의 원인을 전적으로 타자에게 돌리는 태도이다. 조금 발전하면 ‘너하고 나는 정말 달라. 그렇지만 우린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어’ 로 타협적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원봉사와 같은 이익이 아닌 공공적이고, 가치중심적 활동에는 이상의 태도가 요구된다. ‘너하고 나는 다른 점이 많아. 그래서 더욱 넌 소중한 사람이야’ 즉 관계하는 사람의 ‘차이점’이 활동의 동력으로 활용되는 수준이다. 이런 수준에 이르게 되었을 때 조직은 활동에서 시너지를 발생시키며, 예측된 것보다 수십 배 이상의 결과물을 얻게 된다.
3. 자원봉사활동에서 갈등
이성록은 일반적으로 관리자와 자원봉사자간에 갈등양상을 아래와 같이 분석하였다. 첫째, 과업의 상호의존적 상황으로 발생한다. 제한된 예산을 놓고 집행에 대한 견해차이와 일정에 대한 견해차이이다. 둘째, 목표와 역할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자원봉사자들은 일차적으로 자기성장과 보람, 활동을 통해 국립공원의 변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하지만 관리자들은 자원봉사자 활용을 통한 예산절감과 조직발전에 대해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다. 셋째, 지각에 차이이다. 배경, 가치관, 교육정도,연령, 정보체계, 사회적 관계유형에 따라 같은 대상과 활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자원봉사자들은 ‘사명감’이 활동의 주요동인이고, 관리자들은 ‘전문성’이 주요동인이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은 과정중심의 인지를 갖게 되고, 관리자들은 결과중심의 시각을 갖게 된다.
이성록은 자원봉사 관리자들의 갈등지점들도 분석하였다. 첫째, 지위에 대한 불안이다. 자원봉사자의 유능성, 경력, 능력이 관리자들에게 도전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특히 국립공원 자원봉사자들 중에는 자연에 대한 깊은 철학적 가치에 기반을 두어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국립공원 관리자보다 훨씬 연령도 많고, 경험도 많을 수 있다. 따라서 오랜 경험에 따라 전문성도 높아서 때로 관리자들을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관리자들은 괜히 위축되고, 자신감이 결여될 수 있고, 국립공원 자원봉사 관리자로서 자격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될 수 있다. 구조적으로 국립공원 관리자들이 자원봉사 관리파트에 배치될 때 신입직원들이 배치되는 상황이 있다. 신입직원들은 높은 연령의 오랜 자원봉사자들과 관계에서 더욱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둘째, 서비스질에 대한 우려이다. 관리자들은 위치상 자원봉사자가 수행하는 서비스의 결과에 관심의 초점이 있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권한위임을 기피하려는 경향이 따르게 된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은 활동에 보람을 느낄수록 권한위임을 더 요청할 것이다. 이를 두고 관리자들은 어느 정도까지 자원봉사자들에게 허용할 것인지가 문제가 될 것이다. 셋째, 역할에 대한 인식부족이다. 관리자들이 자원봉사에 대한 철학적 이해가 부족하면 자원봉사자의 활동을 일시적 편의와 단순노동력 지원책, 예산절감 차원으로 취급할 수 있다. 이것은 구조적 요인도 따른다. 즉 국립공원 정책에서 자원봉사 관리업무의 우선순위를 하위로 배치함에 따라 자원봉사 담당 관리자의 잦은 보직이동, 교육훈련의 미비로 자원봉사 관리가 허술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은 관리자들에게 자원봉사 관리업무가 ‘처리’해 버려야 하는 사안으로 전락될 수 있다.넷째, 이전의 경험에 따른 기피이다. 자원봉사자들은 배경의 다양함뿐만 아니라 인격수준도 다양하다. 때때로 무책임한 활동,개인 사정을 중심으로 한 활동, 비인격적으로 관리자들을 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과거에 이런 자원봉사자를 겪게 되면 마음의 상처로 인해 자원봉사자들을 불신감이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취감의 상실이다. 자원봉사 활동의 확대로 관리자들이 점점 현장과 직접 접촉하기 보다는 행정적, 관리적 역할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자원봉사 활동이 확대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관리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얻는 성취감과 행복을 얻는 기회는 잃어가게 된다. 현장과의 괴리는 관리자들의 소진(burn-out)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국립공원 관리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을 것이다. 자연과의 직접적 접촉은 사명감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래서 관리자들은 현장과의 직접 접촉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로 말미암아 무의식적으로 자원봉사자들과의 협력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관리자들은 자신의 활동 사명의 원천과 내면의 욕구를 잘 살펴 균형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성록은 자원봉사자들 간에 갈등현상에 대해서 분석하였다. 그것은 ‘인정경쟁’이다. 자원봉사팀 내에서 동료, 관리자에게 더 많은 관심과 인정을 받고자 한다는 것이다. 자원봉사 관리업무 분야에서 ‘인정과 보상’이 있다. 자원봉사 인정과 보상은 활동의 무보수성의 원칙상 금전적인 것이 되어선 안 되나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경력이 낮은 자원봉사자들은 관리자들의 칭찬에 일희일비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자원봉사자들 간에 활동경쟁은 공식, 비공식 지위에 대한 경쟁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그에 따른 갈등정도는 비교적 크다. 자원봉사자들이 팀의 지위를 인정과 보상이라고 여길 때 팀에서 정치적 역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과정은 개인이나 팀의 열심경쟁으로 나타나 활동의 에스컬레이터 현상을 초래하여 기대와 목표는 점점 높아지고, 구성원은 소진되게 된다. 그러면 인정경쟁은 불만족한 결과에 대한 원인을 동료에게 돌리는 현상으로 나타나 심각한 갈등이 유발된다. 관리자들은 자원봉사자들 간에 인정경쟁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조정해야하고, 타인의 인정보다는 자신의 자발성에 활동의 토대를 두도록 견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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