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4일 월요일, 대전의 중심에 위치한 예람인재교육센터는 전국 8도에서 모인 사회복지사들의 열기로 가득 찼습니다. 한국사회복지관협회가 주최한 ‘2025년 사회복지관 종사자 지역조직화 교육’을 위해, 짧게는 1년 차 신입부터 길게는 10년 이상의 베테랑 팀장님들까지 80명의 실무자가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입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무려 5시간 동안 이어진 긴 호흡의 강의였지만, 현장의 몰입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주민조직 현장 역동 이해 및 역량강화”라는 주제로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사회복지사가 붙잡아야 할 본질적 가치와 구체적인 실천 기술을 제시드렸습니다.

■ 고립의 시대, 왜 우리는 ‘지역조직화’를 말하는가?
강의의 포문은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을 직시하는 것으로 열렸습니다. 영국과 일본이 ‘고독부 장관’을 임명할 정도로 전 세계는 지금 ‘사회적 고립’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빈곤이 경제적 결핍이었다면, 2025년의 빈곤은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사회적 빈곤’”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경제적 서비스’이라면, 외로움을 해결하는 것은 오직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관계 처방’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종합사회복지관이 단순한 프로그램 운영을 넘어 ‘주민 조직화’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오페라’가 아닌 ‘마당놀이’ 같은 복지 현장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변화된 조직과 행사, 지역행정을 ‘오페라’와 ‘마당놀이’에 비유한 대목이었습니다. 정답과 악보가 정해져 있던 과거의 성장 사회가 ‘오페라’라면, 정답 없이 관객(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판을 만들어가는 성숙 사회는 ‘마당놀이’ 방식과 같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주민을 가르치거나 정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무대에서 놀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사회적 자본의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마음의 가시를 빼주는 대화의 기술


현장에서 실무자들이 겪는 가장 큰 고충인 ‘갈등 관리’에 대한 실전 방법도 다뤘습니다. 주민들의 날 선 불만(Position) 속에 숨겨진 진짜 욕구(Need/Want)를 찾아내는 ‘까시 빼기(바꿔 말하기)’ 실습 시간, 참여자들은 호기심으로 가득하였습니다. “왜 나만 일해?”라는 주민의 불평을 “혼자 하려니 벅차서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시군요”라고 번역해 주는 기술. 그것은 단순한 화술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읽어주는 공감의 언어였습니다. 영화 <프리덤 라이터스>의 한 장면처럼, 주민들을 ‘대상자’라는 집단으로 묶지 않고 고유한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 5시간의 열정적인 강의 끝에 우리가 도달한 결론은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대전에서의 하루가, 각 지역의 복지관으로 돌아가시는 선생님들의 발걸음에 ‘관계’라는 따뜻한 씨앗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전국 사회복지관 지역조직화 담당자 여러분의 ‘사람 냄새나는’ 도전을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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