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당한 이들의 반란: 카페 게르부아에서 탄생한 '인상파'
19세기 후반 파리, 예술의 성패는 단 한 곳, 관 주도의 전시회인 '살롱(Salon)'에 달려 있었습니다. 당시 아카데미가 규정한 미의 기준은 엄격했습니다. 역사적 신화나 종교적 사건을 매끈하고 완벽한 필치로 그려야만 '예술'로 인정받았습니다. 마네, 모네, 르누아르 같은 젊은 화가들이 포착한 현대의 거리, 찰나의 햇살, 거친 붓 자국은 그들에게 '미완성된 오물'에 불과했습니다. 1863년, 살롱전에서 무려 3,000점이 넘는 작품이 무더기로 낙선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화가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나폴레옹 3세는 이른바 '낙선전(Salon des Refusés)'을 열어 대중이 직접 심판하게 했습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대중은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보며 조롱하고 침을 뱉었습니다. 하지만 이 조롱의 현장에서 화가들은 깨달았습니다. 자신들이 '거부당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서로를 결속하는 가장 강력한 정체성이 되었다는 점을 말입니다.

'카페 게르부아'와 '라 누벨 아텐': 집단 지성의 산실
이들은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파리 바티뇰 가의 '카페 게르부아'에 모였습니다. 마네를 중심으로 한 이 모임에는 모네, 드가, 르누아르뿐 아니라 작가 에밀 졸라 같은 지식인들도 합류했습니다. 이곳에서 이들은 단순한 친목을 넘어 새로운 예술 철학을 정립했습니다. "왜 우리는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지 못하는가?", "왜 아카데미의 낡은 규칙에 복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불행한 처지에 놓인 동료들이 서로를 안심시키고(불행의 동료 찾기), 하향 비교가 아닌 서로의 독창성을 북돋는 상향 비교를 통해 '인상주의'라는 정교한 대안 기법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1874년, 마침내 이들은 살롱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전시를 위해 '무명 예술가, 화가, 조각가, 판화가 연합 주식회사'를 결성합니다. 재정은 궁핍했고 미술계의 시선은 냉담했습니다. 첫 전시에서 모네의 <인상, 일출>을 본 비평가 루이 르로이는 "날림으로 그린 인상일 뿐이다"라며 비꼬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그 비난의 단어인 '인상'을 자신들의 이름으로 삼았습니다. 낙인을 훈장으로 바꾼 것입니다. 이 집단은 내부적인 성격 차이와 재정난으로 8번의 전시 끝에 해산했지만, '주류 시스템 밖에서도 우리는 생존할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습니다.

집단에 합류하는 인간의 본능과 기질
사람들이 조직의 구성원이 되려는 배경에는 몇 가지 기질적 요소가 작용합니다. 우선 개인의 내향성과 외향성에 따라 집단 참여 방식이 다릅니다. 또한 타인과 접촉하며 소속감을 얻으려는 '친애 욕구'가 중요한 동기가 됩니다. 다만,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경우 오히려 타인을 회피하기도 합니다. 반면 '친밀 욕구'가 강한 이들은 타인과 깊은 정서적 유대를 맺고 돌봄을 나누길 원합니다. 이들은 거부에 대한 불안이 적어 훨씬 적극적으로 다가갑니다. 타인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 '권력 욕구' 역시 집단 참여의 강력한 동인입니다. 윌리엄 슐츠는 소속, 통제, 애정이라는 세 가지 욕구가 상호작용하며 우리가 집단을 대하는 방식과 기대치를 결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속의 심리: 불안과 보완
인상파 화가들처럼 고립된 상황에서도 집단을 형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불행은 동료를 찾는다'는 이론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불안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평온한 이들보다 타인과 함께하기를 열망합니다. 특히 자신과 유사한 처지에 있는 동료로부터 가장 유익한 정보를 얻기에, 비슷한 아픔을 가진 이들끼리 결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때로 자신을 안심시켜 줄 대상을 찾기도 합니다. 수술 대기자가 같은 처지의 사람보다 이미 회복 중인 환자와 함께 있길 원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자기보다 상황이 나쁜 이들과 비교하며 안도감을 얻는 '하향 비교'나, 더 나은 이들을 보며 희망과 대처법을 배우는 '상향 비교'가 일어납니다. 다만 지속적인 상향 비교는 열등감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매력적인 동료와 집단의 경제학
'자기-평가 유지 모형'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중시하는 분야에서는 자신보다 실력이 낮지만, 다른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을 친구로 선호합니다. 반면 자기 가치와 무관한 과제에서는 뛰어난 친구를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이처럼 집단은 개인의 자존감을 보호하는 완충지대이자 실용적 목표 달성을 돕는 협동의 장입니다. 뉴컴은 집단 형성의 원리로 유사성, 보완성, 상호성을 꼽았습니다. 가치관이나 취미가 비슷한 사람에게 이끌리고, 내가 없는 능력을 갖춘 이를 통해 부족함을 채우려 합니다. 또한 서로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 줄 때 집단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나아가 사람들은 보상은 극대화하고 부담은 최소화하려는 '경제적 원리'에 따라 움직입니다. 현재 소속된 집단의 만족도는 '비교 수준'에 의해 결정되지만, 실제 가입과 탈퇴 여부는 내가 갈 수 있는 다른 대안들과 비교하는 '대안 비교 수준'에 의해 좌우됩니다.
심리적 기제의 이면과 현장의 역설
집단을 이해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인간의 기질과 심리를 단순히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흔히 내향적인 사람이 사회적 접촉을 회피한다고 오해하지만, 내향성과 외향성의 본질적인 차이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외향적인 이들이 외부로 에너지를 발산하며 활력을 얻는다면, 내향적인 이들은 반드시 혼자만의 절대적인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회복합니다. 따라서 내향적 성향이 곧 집단에 대한 거부나 독립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 운영자는 구성원의 에너지 충전 방식을 존중하며 소속감을 고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불안을 동력으로 삼는 집단의 생리는 때로 권력자에 의해 악용되기도 합니다. 거짓 위기를 조장해 대중을 불안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부정부패에 대한 불만을 소속감으로 덮어버리는 소위 '공안정국' 형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는 집단이 주는 안도감이 때로는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하게 합니다. 특히 우리 활동가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만족도와 지속성 사이의 괴리'입니다. 가치 중심적인 학습 모임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인데,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에 매우 만족(비교 수준 상위)하면서도 정작 지속적인 가입이나 활동(대안 비교 수준 하위)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딜레마에 빠지곤 합니다. 이는 조직의 응집력이 약화될 때 나타나는 수동성, 장황함, 지루한 아첨 같은 '부담 요소'들이 보이지 않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평가는 좋은데 수요가 정체되어 있다면, 현재 우리 조직이 '소속은 만족스러우나 가입하고 싶지는 않은'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결국 건강한 조직이란 구성원들이 서로의 성취를 이중 잣대 없이 축하해줄 수 있는 친밀함을 유지하되, 조직이 주는 심리적 부담 요소를 끊임없이 덜어내어 '가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안'으로 남는 곳일 것입니다.
사회화와 헌신: 비영리 조직을 향한 제언
개인이 조직에 스며드는 과정은 상호 평가를 통해 완성됩니다. 흥미롭게도 집단에 가장 열정적인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대안이 없는 성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고통스러운 입문 과정을 거친 이들은 인지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투자한 조직의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며 강한 애착을 보이기도 합니다. 비영리 조직의 활동가들은 종종 외로운 길을 걷습니다. 인상파 화가들이 조롱 속에서도 서로를 지탱하며 시대를 바꿨듯, 우리도 서로의 '불안한 동료'이자 '안심을 주는 선배'가 되어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조직에 성하기를 바란다면, 단순히 물리적 보상을 넘어 그들이 우리 조직을 유일무이한 가치 있는 대안으로 느낄 수 있도록 '비교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고단한 활동 현장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느끼는 '친밀 욕구'와 '심리적 완충 작용'은 조직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입니다. 지금 곁에 있는 동료가 여러분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조직이 성원들에게 어떤 보상적 매력을 주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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