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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역동] 조직응집력과 성장과정<집단역학, Donelson R. Forsyth 6장, 발제문>

강정모 소장 2016. 3. 25. 18:07

톱니바퀴는 왜 멈춰버렸나: 어느 청년 단체의 비극

지역을 바꾸겠다며 뭉친 다섯 명의 청년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운명’이라 믿었습니다. 밤샘 토론은 축제였고, 눈빛만으로도 비전이 공유되었습니다. 그러나 조직이 안정되고 신규 활동가들이 합류하자 기묘한 균열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존 성원들은 자기들만의 견고한 성벽을 쌓았습니다. 신입들의 혁신적인 제안은 ‘우리답지 않다’는 이유로 차갑게 쳐내졌습니다. 결국 신입들은 상처 속에 떠났고, 남은 이들은 과거의 영광만 되새김질하며 고여버렸습니다. 우리를 하나로 묶었던 뜨거운 응집력이, 도리어 조직의 숨통을 조이는 족쇄가 된 것입니다.

 

사람을 머물게 하는 보이지 않는 손: 응집력의 정체

집단응집력은 성원들을 집단 속에 붙들어 매는 강력한 심리적 구심력입니다. 흔히 동료 간의 사적인 친밀함이 응집력의 전부라고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응집력은 ‘사회적 매력’에서 나옵니다. 이는 특정 개인이 좋아서라기보다, 그가 우리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와 정체성을 완벽히 체현하고 있기에 느끼는 존경과 찬사입니다. 즉, "우리는 같은 가치를 공유한다"는 일체감이 팀워크와 일체감을 만드는 핵심 동력이 됩니다.

 

https://www.linkedin.com/pulse/3-key-principles-team-cohesion-chris-caldwell / 사진출처

 

혼돈과 비우기를 거쳐 성숙으로 나아가는 여정

집단은 생명체처럼 움직이며 발달합니다. 처음의 어색한 탐색(형성기)을 지나면, 운영 방식과 리더십을 두고 격렬하게 충돌하는 진통(격동기)이 찾아옵니다. 이 폭풍을 견뎌야 비로소 규칙과 신뢰가 뿌리 내리는 질서(규범기)가 잡히고, 비로소 성과를 내는 절정(수행기)에 도달합니다. 스캇 펙 박사는 이 과정을 더욱 처절하게 묘사합니다. 갈등을 숨긴 채 평온한 척하는 ‘사이비 단계’에서 벗어나, 선입견과 통제욕을 완전히 내려놓는 ‘마음 비우기’의 죽음 같은 과정을 통과해야만 진정한 ‘공동체’가 탄생합니다. 마지막으로 목표를 달성한 집단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름다운 마침표(해체기)를 찍으며 각자의 독립성을 회복합니다.

 

응집력의 역설: 약이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높은 응집력은 안정감을 주고 불안을 잠재우는 보약입니다. 하지만 과하면 독이 됩니다. 결속력이 지나친 조직은 특정 성원의 이탈에 집단 전체가 마비될 만큼 침울해지거나, 외부인을 배척하는 폐쇄성을 보입니다. 이는 건설적인 비판을 가로막고 조직 내부에 갈등의 씨앗을 뿌립니다. 특히 응집력만 높고 생산 규범이 낮은 조직은 위험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적당히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응집력은 오히려 나태함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리더의 결단: 폭발하는 에너지에 걸맞은 비전을 던져라

응집력이 강력한 집단은 고성능 엔진을 단 경주용 자동차와 같습니다. 리더는 이 폭발적인 에너지가 내부 갈등으로 소모되지 않도록, 그에 걸맞은 거대한 목표와 선명한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해야 합니다. 응집력은 높은데 목표가 평범하다면 성원들은 금세 실망하고 회의감에 빠집니다. 에너지가 갈 곳을 잃으면 공격성은 안으로 향합니다. 따라서 리더는 조직의 결속력을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더 큰 과업으로 전환하는 정교한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응집력이 소모적 갈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이 됩니다.

 

활동가를 향한 제언: 다시, 질문 앞에 섭시다

비영리 현장의 활동가들은 종종 ‘가족 같은 단결’을 중요한 가치로 여깁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우리의 결속이 누군가에게는 소외의 벽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관계의 안락함 때문에 변화를 위한 날 선 비판을 묻어두고 있지는 않은가?" 모든 집단이 반드시 최상위의 응집력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무조건적인 결합보다는, 각자의 고유함을 지키면서도 공동의 꿈을 향해 유연하게 연대하는 ‘건강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동료와 뜨겁게 연대하되, 우리의 시선은 늘 ‘함께 이루고 싶은 세상’을 향해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