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자원봉사협의회 2016 몽골 자원봉사개발사업 참가후기
2016. 6. 7
시민교육콘텐츠연구소 강정모 소장
정신없이 교육장으로 출발하려는 제주행 비행기에서 이륙 전 한통의 전화가 왔다. (사)한국자원봉사협의회(이하 한봉협)에서 5월 첫 주 몽골로 개발사업을 하려는데 합류할 수 있겠냐는 연락이 왔다. 때마침 스케줄이 비어있었다. 이륙직전이라 빨리 통화를 마친후 비행기 내내 이 사업에 대한 생각으로 한 시간이 채워졌다. 제주의 일정을 마치고 내가 이 프로젝트에 합류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한봉협은 지난 3년간 베트남 개발사업을 종료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후속 사업으로 몽골 자원봉사개발사업이 실시되는 첫 해에 프로젝트 합류를 제안 받은 것이다. 첫해 몽골 자원봉사개발사업의 목표는 지역 및 네트워크 탐색과 자원봉사센터 건립을 위한 파트너십, 파트너 기관에 대한 선진 자원봉사 콘텐츠 제공이었다. 아마도 시민교육, 자원봉사교육 등의 전문가인 나에게는 세번째 과제수행의 적합성이 높아 제안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간 교육현장과 활동현장을 겪으며, 신나고, 재미있고, 쉬운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한 것들을 몽골의 대학생들에게 강의를 해본다는 건 개인적으로도 의미있는 도전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한봉협의 제안을 수락하였다. 처음에 내가 전달한 교육콘텐츠는 어렵고, 설명이 부족하다는 한봉협측의 피드백을 받아 좀 더 쉽고,풍부한 설명을 거쳐 제작되었다. 피드백대처럼 나도 현장에서 사용하던 파워포인트 자료는 설명보다는 직관성이 높아서 학생들이 강의 후 복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몽골 대학생들을 상상하며, 최대한 상세히 별도의 설명을 달았다. 특히 몽골 대학생들을 위한 콘텐츠이므로 몽골을 대표하는 세계적 아이콘인 칭기즈칸의 어록을 인용하여 자원봉사의 ‘학습성’과 연결지었다. 학생들은 사회복지와 아동복지를 전공하는 학생들이라서 자원봉사에 대한 지식들은 수월하게 이해하였으나 오히려 칭기즈칸의 어록들을 낯설어했다. 한국의 대학생들이 이황과 율곡, 정약용, 김구 선생의 이름은 알아도 어록들을 알지 못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라 생각되었다.
새벽에 몽골에 도착하였다. 몽골의 관문이라는 칭기즈칸 공항은 아담하였다. 우리를 맞이해준 몽골측 호스트는 몽골 울란바타르 국제 대학교 대외협력처장이었다. 몽골의 공기는 무척 건조하였다.우리가 발 딛고 있는 곳은 지리산 꼭대기보다 높은 곳이라고 했다. 머무는 내내 늦가을과 초겨울의 건조함이 적응을 힘들게 하였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창밖에는 몽골의 전통숙소인 ‘게르’촌이 일부 펼쳐져 있어 여기가 몽골임을 실감케하였다. 네시간여 취침후 다음날 오전부터 일정이 시작되었다. 몽골 인구, 사회복지를 관할하는 정부부처의 중간관리자를 접견하고,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특이한 것은 정부부처명에 ‘인구’가 명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몽골은 남한의 15배 영토에 인구는 서울인구 1/4에 해당하는 250여만명이다. 평균연령은 40~50대 사이라서 매우 젊은 나라다. 세계 주요국들에 비해 인구구성이 특별하고, 인구대국인 중국과 이웃하여 국가적인 인구관리가 필요한 나라임을 알 수 있다. 최근 민주화가 되어 직선으로 대통령과 의회를 선출한다. 민주화 이후의 몽골은 사회주의시절 쌓였던 문제가 두드러지게 되었다. 그래서 국가가 사회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으므로 시민사회 역할이 크게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우리와 미팅한 담당 관리자는 상당히 직급이 높은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30대정도 되어 보였다. 젊은 나라임을 실감하였다. 하지만 몽골에 대한 ‘국가’가 아닌 ‘사회’에 대한 여러가지 질문에 원론적인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민주화 이후 변화하는 몽골사회의 역동성이 아직은 정부부처에 긴박하게 다가가지 않은 듯하였다. 몽골 사회의 자원봉사는 민간의 목소리와 아이디어가 건강하게 정부에 전달되고 연결되도록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오후 일정은 몽골 울란바타르시의 민간단체가 집결되어 있는 건물에서 20개 이상의 단체책임자와 자원봉사활동가들의 만남이었다. 한봉협 활동소개와 몽골 주요단체 소개 및 활동브리핑이 이어졌다. 한 건물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은 협의체로 운영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운영의 세부체계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지만 통역의 한계와 물리적 시간의 부족이 아쉬웠다. 우리뿐만 아니라 몽골 사회단체들의 한국의 자원봉사현황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단체중에는 최신 트랜드인 사회적 경제 분야의 NPO기관도 있었고 국가인권분야를 다루는 엠네스티인터네셔널 사무소도 있었다. 몽골의 정치범들에 대한 활동은 민주주의가 태동중인 몽골에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어떤 계기로 사무소를 개척하려하고, 향후 어떤 비전이 있는지 질문을 하고 싶었다. 아쉽게도 담당 활동가는 중간에 일정이 있어 질문이 이어지지 못했다. 단체들의 활동과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대한 발표는 인상적이었다. 공통적으로 욕구는 자원봉사자들과 활동가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관련콘텐츠였다. 자원봉사의 의미와 가치, 사례, 이론적 체계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를 갈무리하여, 의제화시키고, 모집, 홍보, 갈등소통, 자료화, 공유 등의 제반 활동과정에 대한 부분도 몽골 자원봉사 개발사업의 주요과제임을 인식하였다.
몽골 울란바타르 국제 대학교의 학생들에 대한 강연은 애초 40여명씩 3개반을 운영하기로 하였으나 사정상 강당에서 3시간씩 200여명이 듣는 걸로 변경되었다. 자원봉사교육은 활동워크숍과 참여자들간에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몽골 울란바타르 국제대학의 변경은 아쉬웠다. 하지만 관련학과 참여 학생들의 열정은 매우 높았다. 김범수 교수의 이론, 나의 의미와 가치, 김난희 대표의 사례로 이어지는 이틀간의 교육에서 참여자들은 언어와 자료의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교육콘서트’를 연상할 정도였다. 다음 교육에서는 관련학과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학과 학생들에게도 참여 기회를 주어 시민사회의 다양한 시선이 흘러들어가는 워크숍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또한 울란바타르 국제 대학과의 공동기획을 하여 분반 워크숍 및 토론, 실습이 이뤄지는 입체적 활동으로 교육의 준비부터 실행, 결과정리까지 모든 과정의 노하우가 전수되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한봉협과 나를 비롯한 참여주체들의 몽골 사회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가 사전에 노력되어야 함을 절감했다. 이를 토대로 몽골의 실질적인 이슈-노숙자인권, 아동인권, 구직 등-를 주제삼아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모델 프로그램이 생산되어야 한다. 그래서 자원봉사센터건립이라는 하드웨어적인 개발뿐만 아니라 콘텐츠, 프로그램과 같은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함께 가야 한다. 아울러 수행과정개발도 중요하다. 자원봉사센터건립에 어울리는 운영노하우와 책임자 선정이 함께 가지 않으면 관리미비로 인해 열정과 예산이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많은 과제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미션으로 몽골UN사무소에서 국제 자원봉사관련 인사들과의 미팅 및 의견교류가 있었다.애초 몽골어 통역으로 진행하려고 했으나 영어로 변경되어 한봉협 스텝들이 매우 고생했다. 참여자들은 캐나다, 독일, 미국, 일본, 몽골 등의 다양한 나라에서 온 참여자들이었다. 한봉협에 대한 사무총장의 발제를 시작으로 한국의 자원봉사현황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서구의 주요국 스텝들은 민주주의의 성숙과 민간활동 및 자원봉사의 주요 선진국들로서 우리가 모델로 삼아야 할 점이 많은 나라들인 만큼 예리한 질의를 했다. “한국은 자원봉사가 왜 법제화가 되어 있는가?”, “자원봉사센터가 왜 국가의 지원을 받는가?”, “한국자원봉사협의회와 국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등의 어쩌면 당연하지만 서구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의 상황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나는 영어로 거의 소통하지 못하여 어떤 발언도 못하고, 통역의 말을 어렵게 이해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질문들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내용의 문제였다. 자원봉사영역의 문제를 넘어서는 국가발전과정과 민주주의, 시민사회의 한국적 상황에 대한 배경을 전제하지 않으면 소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었다. 시민교육전문가로서 나는 통역을 부탁하고 답변을 도왔다.
서구는 200여년 이상의 민주주의 역사적 토대를 갖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일제식민지와 외세의 개입으로 인한 해방과 내전, 분단, 30여년이 채 안 되는 민주화 역사의 현대사를 간략히 설명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여년만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어느 정도 궤도에 올린 자랑스런 현대사도 이야기하였다. 자원봉사의 활성화는 시민들의 민주주의 성숙이 전제가 되어야 이룰 수 있는데 서구와는 달리 대한민국은 ‘국민의’ 손으로 권력을 창출하는 단계에서 이제야 ‘국민에 의한’국가운영의 단계로 가고 있는 중임을 알리고, 자원봉사 활성화를 통해 시민참여를 성숙시키기 위한 방법을 선택했으며, 이를 위해 법제화라는 수단을 사용했다고 해석하였다. 향후 서구처럼 시민사회의 충분한 성숙이 이뤄지면 자원봉사센터가 시민들의 자원봉사와 후원으로 100% 운영되는 완전한 독립운영의 비전을 갖고 있으며, 그 과정을 지켜봐달라고 권유하였다. 그 외에도 다른 교수자들과 한봉협 스텝들의 성실한 답변이 어우러져 치열하고 뜨거운 논의가 이뤄졌다. 이런 질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면 좀 더 깊은 논리적 준비 및 서구 주요선진국들의 세계문제에 대한 역질문들에 대한 아쉬움이 깊었던 시간이었다. 또한 우리를 비롯한 몽골이외의 나라가 몽골의 자원봉사발전과 사회기여 대한 어떤 공동의 과제를 실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하지 못한 것도 무척 안타까웠다. 사실 이러한 질문은 한국의 자원봉사관계자들과 지도자들의 주요한 숙제다. 다들 한계를 전제하고, 활동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의 자원봉사는 사회적 영향력 제고를 위해 국가와 기업과의 파트너십뿐만 아니라 견제역할도 고찰해야 한다. 자원봉사를 수단으로 한 시민들의 국가와 기업에 대한 견제가 허약하면 자원봉사는 국가와 기업의 권력과 돈에 쉽게 휩쓸려 존재의의를 상실하게 된다.
이번 몽골 자원봉사개발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몽골과 같은 제3세계에 대한 개발활동의 입체적 비전과 선진자원봉사활동의 도전을 한꺼번에 얻는 시간이었다. 몽골 울란바타르 국제 대학교는 한봉협과 자원봉사센터 건립을 위한 협약식을 맺었다. 대학측에 바라고, 한봉협도 조심스럽게 소통해야 할 영역은 대학이 자원봉사센터를 대학의 자산을 넘어 몽골사회를 향한 공공문제를 담지하는 창구로서 운영하는 비전이다. 초기 셋팅에서 사명과 비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그 기구의 전통을 만든다. 기구도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라 어떤 사람이 운영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지만 초기 원칙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한 주간 몽골 개발활동으로 다양한 경험과 견문을 잘 디자인하여 2차 개발에서는 더 비약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내년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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