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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콩나물시루]

비영리활동가, 정체성에 대한 다른 시선 : 나는 누구인가?

강정모 소장 2016. 6. 7. 12:42




비영리활동가, 정체성에 대한 다른 시선 : 나는 누구인가?

 

시민교육콘텐츠연구소 강정모 소장

 

일단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상근일꾼이라고 임시로 명명하자. NPO 상근일꾼은 누구인가? 최근 비영리단체에 상근일꾼들은 서로를 직원이라고 호칭하곤 한다. 나도 최근 실제로 직원이라는 호칭을 들었을 때 어색하였다. 나는 직원이라는 호칭은 영리조직에서나 통용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NPO단체가 인력을 채용할 때 10여년 전과 다르게 개인의 사명과 비전, 단체의 지향보다는 경력이나 스펙, 면접, 연봉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모집한다. 영리조직과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채용되기에 직원으로 불려지는게 이상할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있던 단체에 직원의 후원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었다. ‘부하직원' 근무단체의 후원회원 가입여부를 두고 탐탁치 않아했다. 상급자의 강요와 압박으로 여겼다. 10여년 단체에서 경력이 있는중간관리자였던 나는 자기가 활동하는 단체에 회원가입에 문화적으로 익숙하였던터라 상급자의 강요와 압박으로는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부하직원은 왜 내가 당연히 후원회원이 되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개인적인 토로를 하였다. 나는 그 단체와 함께 활동하기로 결정한 바로 그 다음날 행정팀에CMS계좌를 신청하였다. 나는 그걸 당연히 여겼다. 나에게는 무의식적 문화였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오랫동안 교회에 다니는 신자가 월수입의 10%나 되는 거금을 아깝다고 여기지 않고, 헌금하는 태도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런문제제기는 나에게는 단체에서 서로를 직원으로 호칭하는 것보다 더 낯선 상황이었다. 당혹스러워 논쟁도 못하고 우물쭈물거렸다. 그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부하직원이 제기하는 문제는 금액의 부담여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머리가 복잡하던 중 우연히 십 몇년 만에 한 선배를 만나 포장마차에서 이러저러한 말을 나누게 되었다.그 선배는 큰 단체의 지역지부를 개척했던 경험이 있는 입지전적인 선배였다. 그 선배가 그간 살아온 단체관련한 경험을 얘기하던 중 이런말을 했다.

 

"상근자는 회원이다! 그것도 가장 그 단체에 기여를 많이 하는 회원이다. 일반 후원회원들은 상근자들에게 더욱 잘 해야 한다. 그들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가장 열정적으로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근직원이 아니라 상근회원이 맞고, 상근활동가이다."

 

지금도 포장마차와 오징어 안주 앞에서 울리는 선배의 모습과 목소리가 눈과 귀에 선하다. 난 그 때 머리가 열리는 듯 했다. 그 때까지 난 상근자는 회원이라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단지 의무감에 습관화되어, 명분용으로 후원회원이 되었을 뿐 활동가의 정체성 논리가 정립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상근자는 회원이고, 그래서 후원회원은 상근자에게 고마워해야한다는 논리는 아찔함과 통쾌함을 일으켰다. 보통 NPO상근자는 후원회원에게 고마워해야만 하고, ‘고객으로 서비스한다. 상근직원들의 월급여를 일정부분 돕는 고객이 후원자였던 것이다. 단체에 연관된 모든 사람은 회원이며, 회원으로 활동으로 존재한다. 어떤 사람은 반상근으로 어떤 사람은 일정시간 자원봉사로, 어떤 사람은 후원만으로, 어떤 사람은 상근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다만 여건에 맞게 역할분담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 역할분담의 초기정신을 계속적으로 갱신하지 않으면 상근활동가는 직원으로 후원자는 고객으로 영리조직화 되어간다. 

물론 현재 한국의 비영리단체의 문화가 있다. 원칙을 그대로 구현하다간 단체가 생존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단체의 주인은 회원이고, 모든 사람은 회원이라는 이 원칙이 사라지면 비록 현실적으로 생존한다 해도 단체로서 존재의의는 없는 것이다. 직원은 급여만큼 일하게 된다. 하지만 조직의 가치에 동의한 회원은 나아가 아예 그 가치와 비전에 온전히 시간을 다해보겠다는 상근활동가 직원과는 분명 다른 정체성을 갖는다


이 글은 서울시NPO지원센터 아카이브 이슈와 동향에 게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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