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교육콘텐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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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콩나물시루]

2016년 민주주의는 가슴에 새겨지다

강정모 소장 2016. 12. 7. 12:08



유시민씨의 예전 강연록을 묶어 출판한 '공감필법'이라는 책을 봤다. 유시민씨는 한국의 실력있는 과학자 정재승,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의 의견을 언급하였다. 이들은 뇌가 충분히 성장하기 전에는 가치판단이 개입된 지식인 도덕과 윤리가 아니라 수학이나 물리학을 가르치는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유시민씨는 이 의견에 공감하면서 독재자들은 유아교육을 장악하려고 했다는 역사적 현상을 제시하였다. 나치, 스탈린, 김일성... 그리고 박정희 그리고 그의 딸도 역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기도하다 지금 쫓겨날 판국이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청소년지도자, 청소년교육활동가, 청소년자원봉사교육활동가들 역량강화과정에서 내가 많이 언급하는 내용은 '지랄총량의 법칙'이다. 인생에서 떨어야할 지랄의 총량이 있다는 비유다. 그걸 그래도 정신적, 경제적으로 저렴하게 비용을 치를수 있는 시기가 청소년시기이고,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아름답게(?) 떨수 있도록 콩나물시루를 만들어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책임이라는 내용을 주고 받는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합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가 아직 성장중이다. 그래서 성인에 비해 대뇌 아래 감정을 관장하는 뇌의 영향을 더 받는 이들에 대한 이해를 얘기한다. 그래서 정재승, 김대식 두 과학자의 의견에 나는 공감한다. 감정에 새겨진 '가치'는 성인이 되어서도 비판하기 어렵다. 즉 그 가치에 갇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소위 '모태신앙'인이다. 내 어릴적 뇌에는 매일 종교적 삶의 규칙들과 교리, 믿음상실에 대한 지옥의 공포로 채워졌었다. (사랑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사랑보다는 공포가 대부분이었다) 합리적 사고가 가능하게 되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으나 그것에 대한 의문은 곧 지옥일듯한 두려움이었다. 그것을 벗어나는데 나는 너무나 많은 갈등을 치뤘다. 사실 지금도 공포와 두려움이 밀려오면 그 감정의 파도를 막아내기 위해 여러권의 책에서 동원되는 합리적 근거들이 필요하다. 인간이 내리는 선택은 합리보다는 감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합리적 동물'이라기 보다는 '합리화 하는 동물'이라고 한다는 누군가의 말이 더 진실하다고 생각된다. 비아그라를 고산병 치료제용으로 구입했다는 것으로 대표되는 실소를 금치못하는 각종 의혹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을 보자니 '합리화하는 동물'의 근거가 쌓여만 간다.

세월호 침몰 당일 올림머리를 하고 자빠졌다는 보도까지 된 지금은 어떤 심경으로 변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3주전까지만해도 지지율 4%에 속했던 박근혜지지자가 내 가까이에 있었는데 다름아닌 아버지였다. 해방과 전쟁의 한복판에서 출생한 나의 부모세대. 이들은 청소년기에 4.19라는 불안과 뒤이어 박정희의 쿠데타를 겪는다. 북한의 김일성은 '위대한 어버이 수령님 은혜'를 주입하고, 박정희는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국민교육헌장을 이들에게 주입시켰다. 그리고 김일성과 박정희는 자신을 비판하는 모든 이를 반동, 앞잡이, 빨갱이로 되뇌이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에서 박정희는 JTBC가 최순실 테블릿PC 특종보도한 날 직전까지 한반도에서 가장 강력한 교주였다. 대한민국의 주류기성종교는 충효교와 박정희교의 아류들에 불과하다.

우리는 지금 충효라는 조선의 가치토대와 박정희의 '독재' 가치토대를 갈아치울수 있는 기로에 서 있다. 우리는 2016년에 충효와 독재라는 무의식적 가치토대를 쓸어내고, 민주주의의 가치위에서 '근대'를 시작할 것이다. 무의식적 민주주의 원년!

87년에 민주주의는 헌법에 새겨지고
2016년에 민주주의는 가슴에 새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