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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콩나물시루]

가을산행 : 바로 앞 계단만

강정모 소장 2017. 10. 23. 07:24

 

 

 

 

 

 

 

 

 

 

아내의 고향은 강화도다.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강화를 다닌걸로 따지면 이삼백번은 왔다갔다했으나 어제 처음 강화의 대표적 관광지인 마니산 참성단에 올랐다.

 

햇살뜨거운걸 싫어하는 막내는 일찌감치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할아버지와 가을의 축제속으로 들어가 마니산이 아니라 고인돌과 놀러갔다. 네명이 천네개의 계단을 밟았다. 아내도 오른지 이십년이 훌쩍 넘었다고 한다.

 

바람, 황금벌판, 바다, 햇살, 하늘, 사람과 사람들의 간격, 그리고 간간하고, 옅은냄새... 완벽한 시간이었다.

 

큰 산이나 동네뒷산이나 등산을 할 땐 처음이 힘들다. 삼분의 일쯤 오면 유혹이 온다. '평소에 운동 좀 할껄...힘들다. 내려가자~' 그리고 정상을 본다. '에구 저길 어떻게...' 반 정도는 그 유혹에 넘어가지만 반은 유혹을 이긴다. '그래도 가자, 여기까지 왔는데...' 허리띠를 동이고 운동화끈을 조이고 올라간다.

 

그런데 처음보다 쉽다. 몸이 적응하고, 익은거다. 처음보다 땀은 더 나지만 처음에 드는 거칠고 메마른 피로는 아니다. 풍경도 들어오고, 함께하는 사람도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가파른 계단이 다가왔다. 구십도에 가까운 계단들이 하늘과 닿았다. 또 다시 유혹. '그만둘까? 저길 언제 올라...' 잠시 지금까지 오른 내 뒤의 풍경을 본다. 강화서쪽의 시야가 확 펼쳐진다. '와 내가 이만큼 올랐구나! 정상에 오르면 얼마나 멋질까?' 그리고 내 앞을 지나 오르는 사람들을 본다. 유혹은 물러가고 다시 무릎을 짚는다.

 

지금부터 요령은 위를 쳐다보지 않는거다. 바로 앞 계단 내가 이 순간 디딜수 있는 '그 한 계단'만 보고 딛는거다. 계단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때까지... 위를 보면 '난 소금기둥이 된다'(ㅋㅋ) 그런 맘을 먹고, 하나하나하나...

 

처음으로 내 눈에 참성단을 담았다. 참성단의 풍경은 가을도 가득 담겨있었다. 이렇게 한 때가 흘러갔다. 바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