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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콩나물시루]

[리더십+조직성숙] 자존심에서 자존감으로

강정모 소장 2019. 2. 12. 14:06

 

https://raisingteensblog.com/how-to-build-your-teenagers-self-esteem/(사진출처)

 

인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세 가지 사건

 

인류는 세 차례에 걸쳐 자존심 상하는 일을 겪었다. 첫 번째 사건은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제창한 일이다. 그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기는 커녕 태양의 둘레를 돌고 있으며, 태양 자체는 더 거대한 어떤 체계의 주변에 있다고 주장했다.

 

 

두번째 사건은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들고 나온 일이다. 그는 인간이 다른 피조물들을 넘어서는 존재이기는 커녕 그저 다른 동물들에게서 나온 하나의 동물이라고 주장했다.

 

 

세번째 사건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선언이다. 인간은 예술을 창조하고 영토를 정복하고 과학적인 발명과 발견을 하고, 철학의 체계를 세우거나 정치 제도를 만들면서, 그 모든 행위가 자아를 초월하는 고상한 동기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그저 성적인 파트너를 유혹하고자 하는 욕망에 이끌리고 있을 뿐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상력 사전>중에서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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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초기의 비영리조직은 발기인들의 구심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반가치의 숭고성, 특별함을 강조한다. 그래서 참여자들의 자존심을 고양하고, 다른 사람, 다른 조직, 다른 사회에 비해 '우리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들인지, 특별한 존재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강조하게 된다. 이것은 '구심력과 응집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꼭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초기단계를 지나 어느정도 활동계()에서 자리를 잡게 된 후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초기 '구심력과 응집력'에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시점에서 변화가 주는 충격은 위에서 언급된 인류에게 인식의 충격과 세계관의 변화를 준 사건과 같은 강도의 충격을 가져온다.

 

그리고 그 충격이 불러오는 감정과 상황이 그리 유쾌하지 않다. 즉 위에서 언급된 세 가지 사건을 '인류의 자존심을상하게 한 사건'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제목을 붙인 것처럼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그래서 초기단계에서 중기단계 즉 성숙단계로 진입하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다시말해서 개인성숙이나 조직성숙이나 변화가 쉽지 않은 것은 자존심을 다뤄야 하고, 자존심을 다룰때 일어나는 감정은 모욕감이기 때문이다.

 

세 가지 양상을 살펴보면 첫째 코페르니쿠스 사건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충격적 변화를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전환'이라고 하기도 한다. 몇 천년간 인류는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를 바라보았는데, 태양을 중심으로 그리고 그 태양마저도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로 바라보는 '진실'은 충격일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구'는 나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의 연장인 지구)는 세상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다른 것이 중심이고, 나는 변두리며, 변두리중에 작은 일부고, 중심이라고 하는 것도 훨씬 큰 중심의 일부일뿐이라니 그러면 나(=지구)는 아주아주 작고보잘 것 없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진리이자, 진실이다. 그래서 진리와 진실을 처음 마주할때 드는 최초의 감정은 불편함이다. 하지만 어렵고, 우여곡절을 겪고, 받아들이게 되면 자유로움을 얻게 된다.

 

우리가 머무르고, 살고, 겪고, 활동하는 조직, ()는 전체의 '일부'임을 받아들일때 내가 모든 것을 다 책임져야 한다는 과중한 의미와 부담에서 홀가분해질 수 있다. 그래서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다른 조직과 , 다른 계()를 존중하고, 협력해야 함을 알게 된다. 즉 다른 조직과 다른 계의 비교우위의 힘을 확보하려는 '자존심'을 에너지로 사용하려는 노력에서 다른 조직과 다른 계와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확보하려는 '자존감'의 힘을 채굴하려는 노력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전환은 조직의 작동방식과 리더십, 조직문화, 체계, 사명비전, 전략 등의 연쇄적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둘째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다. 이것이 인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이유는 인류가 동물과 별로 다를바 없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과 동물''은 다르다. 그래서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으나 인간이 동물을 죽이는 것은 아무리 동물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인간을 죽이는 것만큼은 아니다. 그런데 다윈은 진화론을 주장하며 인간과 동물이 크게 다르지 않고, 기원은 같다라고 한 것이다. 인류는 대뇌작용의 합리성과 의미성의 추구를 빼면 파충류와 포유류의 기본욕구와 거의 동일한 시스템에 지배받고 있는 존재들이다. 이러한 진실을 받아들일수록 비록 종교적, 신화적 자존심에는 상처를 받았지만 진화론을 통해 인간은 '인류'라는 존재를 더 정확하게 객관화시킬수 있었고, 엄청난 과학적 진화를 이뤘다. (역사적으로 다윈의 진화론을 왜곡하여 인류는 엄청난 차별과 폭력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측면으로 비영리조직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성숙을 위해서는 시행착오와 갈등을 겪고 있거나 겪었던 다른 단체들의 과오를 우리도 언제든지 겪을 수 있다는 겸손함이다.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잘 운영되더라도 우리도 시행착오를 한 단체들과 크게 다를바 없기에 언제라도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유용하다. 이러한 자각은 다른 계와 조직의 조언을 귀기울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가져온다. 많은 비용을 치르는 외부 컨설팅이 효과적이려면 이러한 조직문화의 토대가 중요하다.

 

세번째 프로이트의 무의식 즉 이드(Id)론이다. '이드'란 살인충동, 성애적 충동, 유아기성 절대 의존감, 칭찬, 인정 등등의 원초적 욕구가 뒤죽박죽 섞여있는 심층의식이다. 프로이트는 의식의 삼층을 제시하였다. 에고 즉 자아를 중심으로 그 위에 수퍼에고 즉 도덕심 그리고 그 아래에 이드를 제시하였다. 인간의 선택은 합리적이고, 고상한 선택을 할 것 같지만 사실 그 '의도성'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드에 기인한 충동적 선택이 90%이며, 다만 에고와 수퍼에고가 이드의 만족을 위한 선택을 합리와 도덕으로 '포장'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자존심 상하게 하는 말인가! 처음 접했던 사람들은 프로이트가 인간행위의 존엄한 의도까지 폄훼해버린듯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심층심리학은 프로이트의 이론의 상당부분의 오류를 제시했지만 '무의식'의 존재와 인간행위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었다.

 

특히 사명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비영리조직이 더욱 깊은 성숙이 이뤄지려면 현재 활동의 당위성, 도덕성, 착한행위들이 사실은 보잘 것없는 이기성의 동기에서 나오기도 하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자각이 요청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과 칭찬을 듣고자 하는 동기에서 고상한 행위를 하기도 하고, 내가 한 행위만큼 돌려받고자 하는 의도에서 하는 활동일 수 있다. 비영리 조직의 사명중심의 활동이 순수한 활동이라는 것은 환상이다. '순수성'은 종교적 사상에서나 추구할 것이지 비영리조직에서 요청될 것은 아니다. 활동동기와 욕구의 다양성을 인정하면 회원 활동의 노동성, 인간성, 호혜성, 인정욕망, 칭찬욕망과 비영리활동가의 쉼, 휴식, 보상, 놀이욕망, 인정욕망을 잘 조절하고, 다룰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그러한 욕망들을 사회를 변화시키는 에너지로 전환하는 체계와 문화로 만드는 혁신의 기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존재와 비교를 통해 자기를 인식해야하는 시달림을 겪는 '자존심'에서 '어제의 우리''오늘의 우리'를 비교하는 '자존감'으로 넘어갈때마다 인류는 혁명적 진화를 이룬 것처럼 비영리조직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