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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콩나물시루]

지역 청년활동가의 탄식

강정모 소장 2015. 7. 13. 08:52

<지역 청년활동가의 말> / 2010년 4월 / 강정모

서천군 자원봉사센터에서 군산의 군장대학의 사회복지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자원봉사강사 역량강화 교육을 다녀왔다. 왕복 6시간 거리지만 봄바람이 좋아 피곤하지 않았다. 지방 교육에서는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간다. 교육현장이 가늠이 안 되기 때문에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1시간가량 일찍 도착하여 분위기를 파악하고, 교육점검과 마음을 가다듬는다. 이번 서천군 자원봉사센터는 젊은 활동가가 준비를 잘 해주어서 여유가 많았다. 식사를 함께 하면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었다.

신입 활동가였는데 서천출신이며, 고향에서 활동한지 6개월 가량되었다고 한다. 지역에 청년은 커녕 30-40대를 찾기가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대도시에서 대학을 나온 청년이 고향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활동을 한다고 하니 후배처럼 대견하였다. 그래서 이것저것 질문하는 청년 활동가에게 내가 가진 작달막한 경험적 노하우를 털어놨다. 자료가 필요하다고 해서 가져온 자료들도 폴더째 주고 왔다.

그날 들었던 청년 활동가와 한 얘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지역 어른들이 문제가 있어요. 지역 어른들은 지역에 젊은이들이 다 외지로 나가서 지역에 일할 사람들이 없다고 한탄하시죠. 그리고 젊은 것들이 지역을 지키지 않는다고 책하기도 하세요. 그런데 자기 자식들에게는 여기서 있지말고 도시로 떠나라고 합니다."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선택한 활동가로서 날카롭게 꿰뚫어 본 진실이다. 지역을 살리고, 청년들이 지역에 모이게 하려면 이 진실에 마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벤트나 정책도 미봉에 불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 문제도 마찬가지다. 청소년 문제는 어른들의 문제다. 청소년들에게 자원봉사가 중요하다느니, 가치가 중요하다느니, 꿈이 중요하다느니 하면서 침튀기기고 얘기하더라도 어른들이 내 아이에게 사교육을 처발라가며, 돈과 출세, 경쟁의 승리만을 부추키는 짓과 평가기준을 보수어른이든, 진보어른이든 내려놓지 못한다면 백 가지 대책도 무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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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봄 블로그에 썼던 글이다.

강준만의 글(2015년 3월9일 한겨레 칼럼)을 보면서 4년전 쓴 글이 생각나 들춰봤다. 
"우리는 지역의 이익과 지역민의 이익이 같을 걸로 생각하지만, 그게 꼭 그렇진 않다는데 지방의 비극이 있다..." / "우리는 개천에서 더 많은 용이 나는 걸 진보로 생각할 뿐, 개천에 남을 절대다수의 미꾸라지들에 대해선 아무런 생각이 없다. 미꾸라지들의 돈으로 용을 키우고, 그렇게 큰 용들이 '개천죽이기'를 해도 단지 그들이 자기 개천출신이라는데 큰 의미를 부여한다. 내부 식민지의 기묘한 자학이요 자해라 아니할 수 없다."의 문장은 지금보니 4년전에 들었던 그 청년의 말에 함축되어 있다.

나는 서울토박이 출신이다. 그런데 우리 집안은 강원도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난 청소년기까지 강원도 정체성을 가지고 살았다. 그렇다고 명절에 강원도를 가는 것도 아니었다. 조부모는 진작에 자식들을 따라 서울로 와서 사셨다. 아버지는 강원도 고성 위 간성에서 고등학교때 서울로 유학왔다. 딱 15년 사시고, 60년 정도를 서울에서 사신 셈이다. 그래도 강원도다. 우리 친척들은 20년 넘게 촌에서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로 유학온 아버지를 용쯤으로 나에게 '신화'를 주입시켜왔다. 지금은 아니신듯 한데, 50대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용은 아니더라도 자신을 '잉어' 정도로 여기고 사신 것으로 안다.

이제 나와 나의 가족은 더 이상의 전세금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한번 더 올리게 되면 서울수도권에서는 못산다. 서울수도권에서 쪼들리면서 사느니 막내가 초등학교에 가는 시점에는 지역으로 가려고 한다. (아내와 나는 개인적으로 겪은 전세금 난리통에 마음을 더 굳혔다) 이런 생각은 여러해 되었는데 일부를 아버지에게 피력하면 강원도 출신임을 내세우는 아버지는 지방에 왜 가려느냐고 하면서 아이들을 떨어지게 만들려고 하냐느니, 병원도 없다느니, 뭘해먹고 살려하냐느니 일장 연설을 한다.

아버지뿐이랴...강준만의 말처럼 "내부 식민지의 기묘한 자학이요. 자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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