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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콩나물시루]

올챙이 기르기

강정모 소장 2015. 7. 17. 07:56



함양으로 놀러가서 아이들이 올챙이 잔뜩 잡아왔다. 가뭄탓인지 물이 얕아 잽싼 올챙이들은 아이들의 서툰 손길에도 속수무책으로 잡혔다. 집집마다 잡은 올챙이를 적절히 나눠 물병에 넣어왔다. 종자가 다른지 올챙이들이 새까맣고 실하다.

아이들은 집으로 가져온 올챙이들을 잠자리 채집통에 물을 붓고 넣었다. 가끔 한두마리 키우다 이십여마리를 키우려니 호기심이 아니라 일이되었다. 이 녀석들은 키우는 일을 슬금슬금 엄마와 아빠에게 떠넘기려는 시도를 하지만 영리한 나와 아내는 냉정히 거절했다.

함양산이라 그런지 먹기도 잘먹고 싸기도 잘 싼다. 먹이야 밥알몇개면 되는데 엄청 싸대서 물이 금방 더러워진다. 그럼 물을 갈아줘야하는데 이게 아이들로선 꽤 부담되는일이다. 처음엔 바닥에 왕창 쏟아서 마루에 올챙이들이 단체로 꼬물락거렸다. 반사적으로 아이들과 엄마와 난 달라붙어 올챙이 구하기에 나섰다. 다 구했다. 저지른 큰 아이의 눈엔 미안함인지, 쪽팔림인지 알듯모를듯한 눈물이 고였다. 지금은 물갈기가 선수들이다.

시간이 꽤 지났다. 미숙한탓에 몇 마리는 죽었지만 차츰 변화되어 뒷다리, 앞다리가 나왔다. 올챙이가 차츰 커갈때마다 아이들은 신세계를 경험하는듯 했다. 학교에 갔다오자마자 올챙이보는게 일이다. 조금만 변화되어도 나에게 관찰기를 보고하는게 신나는 일이다.

드디어 한두마리는 앞다리, 뒷다리를 넘어 개구리가 되었다. 그런데 개구리가 되자마자 죽는다. 물을 갈고, 먹이를 깨끗이 해도 죽는다. 다들 걱정이었다.

나름 시골출신인 아내는 한동안 생각하더니 "맞다! 개구리는 허파호흡을 하고, 먹이도 달라!"라고 하였다. 그래서 안쓰고 어린이집 구석에 처박혀 있던 작달막한 수조를 가져다. 개구리로 변화된 놈을 거기에 옮기고 돌도 넣어주고, 개운죽도 담가주고 했더니 돌과 나무에 붙어서 잘 산다.

환경을 바꿔주지 않으면 죽는다.
환경, 먹이 다 바꿔야 한다.

그렇구나....

올챙이와 개구리는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올챙이와 개구리뿐이랴 아이들도, 어른들도 변화된다. 자란다. 성장을 하든, 성숙을 하든 그럴때마다 관계와 노는물, 정신적 먹이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산다.

개인의 변화, 자기개발을 위해 치열하게 산다고 해도 변화된만큼 관계와 환경을 바꾸지않으면 그 변화는 죽음에 이르는 스트레스가 된다.

지금 이 시각에 대한민국에 숨쉬는 21세기 개인들은 개구리로 변태되자마자 70-80년대라는 옛 그대로의 물에 질식해 죽어가고 있다.

그냥 올챙이로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살아남는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