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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콩나물시루]

개구리 독립

강정모 소장 2015. 7. 17. 07:45




아이들이 가져와 기른 올챙이들이 제법 개구리들이 되었다. 올챙이때는 다 올챙이들이었지만 개구리들이 되니 모양이 사뭇 다르다. 큰 놈, 파란놈, 까맣놈, 작은놈, 바닥에서 기는놈, 절벽에 딱 붙어 있는 놈.. 모두 달랐다. 식구들이 다 자고 고요한 밤에 쇼퍼에서 책을 읽거나 멍하니 있다보면 꿀~럭, 꿀~럭하면서 물에서 꼬물거리는 올챙이들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한달 반동안 올챙이들이 있으니 식구가 늘어난듯 했다. 아이들이 자기 동생(무리)들처럼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오자마자 관찰과 돌봄에 여념이 없다. 식구들중에 내가 올챙이들에 제일 관심이 없었다. 이유를 고백하자면 난 아직 개구리를 못 만진다. 그리고 무서워한다. 아내와 아이들이 식구중 가장 성질이 더러운 날 놀려먹는 주요 지점이다. 내가 이 나이에 올챙이와 개구리 몇 마리를 두고 이렇게나 사색을 하는건 그만큼 신경이 곤두서있기 때문이다. 도까남의 속성을 간직하고 있는 나에게 최근 올챙이들과 '이'소동은 낯설고 불편한 경험들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오자마자 개구리들을 보더니 나에게 이제 풀어주자고 한다. 잌! (무척 반가웠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개구리 먹이 구하기가 어려워 굶어죽을것 같다는것이다. 그래 맞아! 난 격하게 공감, 동의하며 회의약속 한시간 전에 아이들과 광명의 유명산인 도덕산으로 향했다. 패트병을 주고 아이들에게 개구리들을 다 옮기라고 했다. 나보고 도와달라고 했지만 '책임'이라는 주제로 징그러움과 두려움을 감추고, 포장한 훈계를 던지며 네들이 다 옮기면 출발한다고 하고 난 내방으로 들어갔다. 꿍시렁 꿍시렁거리더니 일고여덟마리를 다 옮겼다. (짜식들...)

도덕산으로 가면서 아이들은 대략 두어번정도 '아빠 아직도 개구리 무서워?'를 물었다. 난 인정도, 부정도 아닌 묘한 얼굴로 딴 말을 했다. 지들끼리 내 표정을 보며 낄낄댔다.

산에 도착하여 개구리들을 풀어주었다. 아이들은 입양, 양육, 독립시키기의 경험을 한셈이다. 그 놈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뒤도 안 돌아보고 제 갈길 갔다. 잘 살길... 비록 난 거의 돌보지 않았지만 아주아주 약간의 이별의 아쉬움이 일었다. 그런데 이상한건 그렇게 정성과 관심으로 키웠던 아이들은 아쉬움의 안색이 전혀 보이지않았다. 풀어주고 바로 눈에 보이는 다른 관심사에 히히덕거렸다.

독립.
독립은 낳고, 기르는 것의 지향이자 목적이며 완성이다. 독립을 하는것은 독립을 시키는것과 함께 한다. 독립을 바라보는건 상대에 대한 사랑이며, 독립을 시키는건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독립을 시키지 못하는건 사랑을 빙자한 자기애이다. 이제 앞다리 하나 겨우 나온 앞서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독립. 그 때 난 어떻게 이들앞에 서 있을지 생각하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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