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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콩나물시루]

우리의 아이가 살고 자라는 어린이집의 현실

강정모 소장 2015. 1. 18. 20:49

최근 인천의 한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폭행사건을 통해 한국의 돌봄노동이 조명되고 있다. 이번 폭행사건 당사자의 처벌과 해당어린이집 폐쇄는 사건의 심각성으로 볼 때 불가피하다.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으면 사회적 성찰이 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회적 성찰이 실제적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슬프다. 처벌과 폐쇄, 그리고 부모들의 어린이집 교사들에 대한 성토는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어린이집에 대한 처벌과 감시정책의 강화 조치는 연쇄적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맞벌이 부모들에게 어린이집의 부재는 삶의 절벽이 된지 오래다. 어린이집의 일주일간의 여름방학이 되면 맞벌이 부부들은 이전에 아이 맡길 곳을 수소문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겪는다.

 

새누리당은 총선 직전인 20123월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만 0~5세 아동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고,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중산층 70% 재건 프로젝트' 공약 중 하나로 "확실한 국가책임 보육, 5세까지 국가 무상보육 및 무상유아교육"을 내세웠다. 구체적으로는 "0~2세 영아 보육료 국가 전액 지원 및 양육수당 증액", "3~5세 누리과정 지원비용 증액"을 약속했다.(오마이뉴스, 14.11.20, 이경태 기자) 그러나 정권실세 중의 한명이자 친박 계열의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김재원 의원을 중심으로 새누리당은 대선 때 자기들이 공약이기도 한 3~5세 누리과정예산을 교육청에 떠넘기고 무력화시키려는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했다. 불과 두 달 전이다. 보육현장의 처참함을 알면서도 강바닥과 자원외교를 빙자해 외국에서 수십조씩 뿌려대며 온갖 호구짓을 하던 자들이자, 그들이 낭비한 돈에 비하면 껌 값도 안 되는 보육재정을 가지고 갑질하던 자들이 이 사건이 터지자 기회를 만난 듯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기막힌 건 많은 부모들은 새누리당의 적반하장의 으름장에 대해 분노하기보다 유치원으로 갈아탈 궁리를 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유치원 대기자수는 일시적으로 폭증했다.

 

9, 8, 5살의 세 아이를 기르는 아빠다. 오늘 온 식구가 지인의 결혼식에 갔다. 아내는 사진찍고 오느라 아이들과 나는 먼저 식당으로 갔다. 간만에 잔치음식을 먹고자 하는 기대로 갔다. 그러나 아내 없이 손님으로 북적이는 곳에서 아이들을 먹이는 건 그곳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노동에 필적해야만 했다. 아이들 외투 벗기기, 착석시키기, 돌아다니지 않도록 단단히 타이르기, 큰 아이를 조수삼아 숟가락과 포크 챙기기, 아이들에게 적절한 음식 고르기, 조금씩 담아 여러 그릇에 담기, 큰 아이가 혼잡 속에서 날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심초사하기, 먹이기, 목마르다하니 먹이는 도중 음료수 나르기, 환타, 콜라, 물 등 요구도 다양했다. 나는 그 때부터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먹은 후 내가 먹을 음식 가지고 와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음식이 맵다느니 어쩌구하면서 투정을 부렸다. 곤두선 신경은 화로 바뀌었다. 그 순간 한 녀석은 식탁에 음료를 쏟았다. 한 녀석은 옷소매에 음식물이 묻어 나에게 조치를 해달라고 칭얼댔다. 화는 내 얼굴로 표출되었다. 얼굴에서 입으로 전환되기 직전 아내가 왔다. 아내가 오자 기다렸다는듯이 막내는 똥마렵다고 했다. 아내가 와서 망정이지 나 혼자 있을 때 똥마렵다고 했으면 화는 입으로 분출되었을 것이다. 내 새끼들도 이렇다.


요즘 아이 셋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린이집 교사 1인당 셋은 적다고 생각한다. 그런 체감적 사고에 의해 구성된 현재 어린이집 인당 아동을 관찰해보라. 지금은 겨울이니 보기 힘들지만 봄날에 나들이 나오는 어린이집 아이들도 유심히 보시기 바란다. 한 교사가 도대체 몇 명을 인솔하는지를. 사진촬영 소재로만 보기보다는 오늘 치솟는 분노의 눈과 마음으로 살펴보시기 바란다. 집권 새누리당이 사건에 대응한다며 서둘러 내놓는 대책은 진정성이 없다. 두 달전 갑질하던 모습에 대한 반성없이는 쇼에 불과하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귀여운 아이들이 하루의 반 이상을 사는 어린이집을 최소한 집구석만큼이라도 관심갖아야 한다. 이 사건을 접하는 부모들은 걱정에 기인한 죄책감이 아니라 관심에 근거한 책임감이 필요한 때이다. 아이들이 소중하다면 부모의 책임은 아이들이 살고 자라는 어린이집과 교사들이 어떤 현실에 있는지 잘못은 잘못대로, 아름다움은 아름다움대로, 슬픔은 슬픔대로, 참담함은 참담한대로 직면하는 것이다. 제대로 직면한다면, 새누리당을 찍거나 바쁘다고 투표를 안 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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