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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콩나물시루]

[사람이 모이는힘 8]_주민조직과 사회복지조직, 성장에 대한 다른 시선 : 아포토시스 메커니즘

강정모 소장 2022. 10. 25. 21:41

사진출처 : 세포의 죽음 - 죽어야 산다 < 몽글이의 과학다반사 < 문화와 사람 < 기사본문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catholicnews.co.kr)

 

가끔 자발적 헌신, 희생 주제를 다룰 때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이 언급된다.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은 세포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현상이다. 인류를 위대하게 만든 '손가락'이 대표적이다. 엄마 뱃속에서 태아가 자랄 때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에 문제가 생기면 손가락이 있는 손이 아니라 오리발 같은 손을 갖게 된다. 태아 때 손가락 사이에 있는 세포들이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의 신호를 받아들여 인류는 자판 두들김이 가능하게 되어,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글을 쓰고, 예술을 창조하는 '손'이 존재하기 위해서 세포들의 <자살>이 필요했던 것이다.

 

인류는 이러한 위대한 자살 메커니즘으로 어류의 단계를 넘어섰고, 꼬리도 없어져 기어다니는 동물의 단계를 넘어서게 되었다. 이 거룩한 자살은 가을 낙엽에서도 관찰된다. 나무는 자신의 진화를 위해서 일정 기간 후에 사라져 주어야 할 세포들을 생산한다. 이 숭고한 <자살> 매커니즘에 문제가 생기면 진화와 성숙이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메커니즘의 작동이 완전히 멈추면 생기는 것이 '암'이다. 자발적 사멸이 되지 않고 계속 성장하는 세포가 암세포다. 자살을 거부하고 '이기적으로' 불멸을 추구함으로 결국 몸 전체를 죽게 하는 것이 일부 과학자들이 밝히고 있는 견해다. 나는 암말기라고 하면 암 세포가 장기 전체에 가득한 걸로 알았다. 몇 년전 장모님의 암진단으로 4~6cm정도의 크기가 말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정도의 크기라도 수술이 불가하다고 한다. 그 크기는 전체 몸에 비해 작은 부분에 불과하지만 결국 생명 전체를 압살한다. 몸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성장은 중요하다. 하지만 성장단계를 지나 '계속 성장'하는 건 ‘병’이다.

 

주민조직과 사회복지조직이 내부 갈등을 겪는다. 갈등의 원인 중 하나는 조직의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의 고장을 방치할 때 생긴다.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을 고쳐 건강하게 작동시키면 고민만하는 조직에서 조직다운 '활동'을 성취하는 손과 발을 낳을 것이다. 사명과 비전의 상관관계로 조직의 건강성을 유추해볼 수 있다. 비전에 비해 사명이 과열되면 조직은 보수적이 되고, 기존 활동을 되풀이하게 된다. 또한 조직의 자존심이 높아져서 부서 간 경쟁이 심해지고, 뒷담화가 창궐하기 시작한다. 반대로 사명에 비해 비전이 지나치면 트랜드에 민감하게 되어 다른 모임과 조직의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이것저것 시도하려고 분주해진다. 그러다보면 내부 구성원들은 우리가 이런 것까지 해야하나라는 회의감이 들고, 조직의 존재이유와 개인의 활동이유가 불투명해진다. 사명과 비전의 ‘편향성’이다. 사명과 비전의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사명과 비전의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의 발현을 통한 '균형'이 더 중요하다.

 

다른 차원에서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이 빛나는 측면은 주민조직과 기관 리더십의 ‘위임’과 ‘전수’에서 나타난다. 지난 40여년간 한국사회는 국가, 기업 그리고 사회복지기관 및 주민조직에서도 ‘똑똑하고 부지런한 지도자’가 능력을 발휘해왔다. 하지만 21세기는 '효율의 시대'에서 '효과의 시대'가 되었다. 일 잘하고, 문제없는 조직에서 사회적 영향력(social impact)을 일으키는 조직과 모임의 시대가 되었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 조직과 주민조직의 리더들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활동은 리더가 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이 하는 것이다. 리더의 존재이유는 팀원들이 일을 잘 하도록 임파워먼트(empowerment)하는데 있다. 즉 팀원들이 일을 잘 하도록 힘을 불어넣는데 있다. 주민조직과 사회복지기관에서 리더가 열심히 ‘일’하면 팀원들은 ‘활동’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다. 리더는 팀원들의 일이 '일'이 아니라 '활동'이 되도록 아포토시스 메커니즘을 구현해야 한다. 그 메커니즘은 ‘위임’과 ‘전수’ 그리고 ‘열린질문’에서 피어난다.

 

리더십은 일을 잘 하거나 많이 하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십은 조직에 옳고, 효과적이며,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존재다. 즉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건강성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여기서 옳고, 효과적이며, 적합하다는 것은 좋은 것으로 뭉뚱그릴 수 없다. 유능한 리더십은 세 가지를 명료하게 구분하는 시각을 보유한다. 옳고 그름은 정당성의 영역이며, 효과성은 효율성과는 다르게 결과보다는 과정에 중심을 두는 것이다. 적합성이란 어떤 아이디어와 계획이 아무리 옳고, 효과적이지만 지금, 현재, 우리에게 맞느냐라는 판단이다. 즉 옳지만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고, 옳지만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사안의 복잡함과 불확실성을 조직원들과 함께 현재 수긍할 수 있는 적절한 답을 찾아가도록 의미있고, 재미있게 리드하는 역량을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모두가 수긍한 답이 실패했다면 다시 답을 찾아가도록 용기를 내는 행위로 이어지는 것이 건강한 리더십이다.

 

그러면 리더는 무슨 답을 찾아야 할까? 시작하는 초장기 모임의 리더가 아닌 이상 기존 조직의 훌륭한 리더는 무엇을 더하거나(Start) 계속할까(Continue)를 위해서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Stop)를 팀원들에게 질문하고, 생각하고, 추진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더하기'보다 '빼기'는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하다. '빼기'가 되어야 '계속하기'와 '더하기'가 가능하다. '계속하기'와 '더하기'의 기회비용은 '빼기'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어느 리더가 '계속하기'와 '더하기'를 하겠다는 말의 진정성은 '빼기'의 제안과 그의 실행여부를 보면 된다.

 

사회복지기관과 주민모임의 신뢰도와 건강성은 리더들의 자기 성과에 대한 불멸이 아니라 유한성에서 창조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