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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칼럼[콩나물시루]

[주민자치칼럼] 권한의 무게 : 주민자치가 권한을 수단으로 마을의 지렛대가 되기 위해서

강정모 소장 2026. 5. 27. 10:26

권한이라는 낯선 상황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의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주민자치위원들의 어깨에는 무게감이 실립니다. 이들은 단순히 동네의 민원을 전달하는 민원인이 아닙니다. 지역 사회에서 공무원 다음으로 제도적인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을의 주민 대표들이기 때문입니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로 체제가 전환되면서, 주민들은 스스로 마을의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주민총회라는 플랫폼을 통해 우리 동네의 주요 사업과 예산을 직접 결정하는 제도적 권한을 갖게 되었습니다. 과정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이는 중요한 변화입니다. 과거 주민자치위원회가 읍면동장의 자문 기구에 머물렀던 시절을 떠올려본다면, 마을의 주민의 대표로서 목소리를 내고 예산을 다룰 수 있는 권한은 지역 리더들이 오랜 세월 노력해온 결과물입니다. 과거에는 오로지 읍면동장이나 구청장만이 가지고 있던 공적 권한의 일부를 주민의 손으로 찾아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민자치회 위원교육의 현장에서 자치위원들과 마을 리더들에게 "이제 마을계획수립 권한과 주민참여예산 결정권이 주어지니 좋으십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면, 강의실에는 침묵이 흐르곤 합니다. 권한이 없을 때는 그저 좋아 보였던 그 이름이, 막상 나의 손에 쥐어지고 나니 만만치 않다는 것을 체감하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권한이 커진다는 것은 그에 걸맞은 무거운 공적 책임과 민주적 역량을 요구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권한은 단순히 '좋다'거나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논리로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일상을 살아가던 평범한 주민이 이·통장이 되거나, 마을 계획을 세우는 주민자치회 위원이 되거나, 더 나아가 위원회의 회장이나 임원이 된다는 것은 '권한'이라는 낯선 이름 앞에서 시험대에 서게 됩니다.

https://jobacle.com/blog/define-authority-vs-responsibility-and-dont-forget-accountability.html / 사진출처

권한의 속성과 공적 수단의 가치

주민자치회가 부여받은 권한은 ‘불’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불은 어두운 밤을 밝혀주고, 추위를 녹여주며, 음식을 익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유익함을 선물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통제력을 잃고 번져나간 불은 울창한 숲과 가정을 태워버리는 재앙이 됩니다. 주민자치회의 권한도 이와 일치합니다. 주민들이 위임받은 공적 권한을 공동체의 안녕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본래 목적대로 사용하면, 낙후된 골목길이 살아나고, 소외된 독거노인이 구제되며, 이웃 간의 신뢰가 돈독해지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반면, 이 권한을 다루는 철학과 방법을 모르거나, 혹은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는 순간, 불꽃은 통제력을 잃고 번져나가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위원 자신마저 법적·사회적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부메랑이 됩니다. 권한을 공공성이라는 틀 안에서 본래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매달 이어지는 회의에 참여해야 하고, 일상 언어와는 동떨어진 행정 예산 서류들을 파악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이웃과의 갈등을 조정해야 하며, 때로는 뒤에서 들려오는 근거 없는 비방과 뒷담화마저도 리더십의 이름으로 돌파해야 합니다. 생업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어 주민자치회 회의실로 향하는 것, 탁자 위에 쌓인 서류를 보며 공익을 위한 의사결정에 나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 자체가 공적 노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이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과 수단으로 마을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목격하고, 이웃과 연대하며 공동의 보람을 성취할 때, 그리고 공공의 영역에서 봉사할 때 얻게 되는 진정한 시민적 존경과 자부심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즉, 주민자치회 위원에게 권한은 마을을 변화시키기 위한 공적 수단입니다. 하지만 주민자치회가 지속적인 교육과 성찰을 통해 이러한 공적 에너지를 충전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권한을 공적 수단으로 바라보고 유지할 수 있는 내면의 시민적 근육이 빠지게 되면, 인간의 본성은 손에 쥐어진 권한을 사적인 영역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중력에 노출됩니다. 이를 우리는 '공적 권한의 사적 유용 또는 사용'이라고 부릅니다. 권한의 사적 유용은 거액의 공금 횡령이나 사법 처리 대상이 되는 비리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내 집 앞의 불편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자치회 예산을 먼저 편성하거나, 나와 친분이 있는 지인의 업체에 마을 축제나 사업의 수의계약을 몰아주는 행동, 내 목소리에 반대하는 위원을 고립시키기 위해 자치회의 공식 지위를 이용하는 태도가 포함됩니다. 권한이 이처럼 공공성을 잃고 사적 점유와 과시의 수단이 되면, 마을 공동체는 중심을 잃고 예기치 못한 갈등의 궤도로 진입하게 됩니다.

 

역할과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심리적·과학적 변화

그렇다면 왜 일상에서는 선량하고 평범했던 우리 이웃들이, 주민자치회장이나 임원이라는 직책과 권한을 갖게 되면 독단적 태도와권한이 목적이 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이는 개인의 타고난 인성이나 도덕성 결함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인간 심리와 인지적 메커니즘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설명하는 고전적 연구가 바로 1971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진행된 ‘감옥 실험’입니다. 연구진은 건강하고 평범한 대학생들을 선발하여 임의로 '간수'와 '죄수' 역할을 부여한 뒤 격리했습니다. 실험이 시작되자 간수 역할을 맡은 이들은 주어진 직책과 환경에 몰입하면서 점차 지배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관리자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시간이 되면 이러한 행동 성향은 더욱 도드라졌습니다. 역할과 구조적 환경이 평범한 개인의 행동 양식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이 실험은, 자치 현장에서도 직책이 부여되고 공식 권한이 주어질 때 유사한 심리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이러한 현상에 대해 현대 신경과학은 한층 더 구체적인 답을 제시합니다. 캐나다 연구팀의 거울반응실험에 따르면, 누군가에게 지시하거나 명령했던 경험을 떠올린 집단은 타인의 감정이나 태도에 동조하는 반응 속도가 평소보다 느려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뇌에서 공감과 조율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의 활성화 정도를 확인했을 때도, 명령하는 위치를 경험한 이들은 상대적으로 공명 반응이 약하게 일어났습니다동시에 권한을 주도적으로 행사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은 성취감과 만족감을 주지만, 이것이 반복되면 점차 더 큰 주도권을 원하는 인지적 중독 상태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자치회 리더들이 간혹 주변의 의견에 귀를 닫고 독선을 부리는 것은, 단순히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권한이라는 환경에 몰입하면서 공감 회로가 일시적으로 약화된 상태임을 보여주는 실험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ELsy3GTfb4

 

권한의 사적 사용의 유혹과 갈등의 고리: 국내 자치 현장 사례

권한의 속성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상호 견제할 시스템이 부족할 때, 국내 주민자치 현장은 빈번하게 갈등과 분열에 직면합니다. 공적 권한이 중심을 잃었을 때 공동체가 겪는 진통은 실제 사례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수도권에 위치한 A동 주민자치회는 지역 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자랑하던 조직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민자치회 체제로 전환된 이후, 예산 집행 과정에서 임원진이 일반 위원들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특정 업체와의 계약 과정에서 불투명성 문제가 불거졌고, 이는 위원들 간의 감정 대립으로 이어졌습니다. 자치회 내부에서 임원 해임안이 논의되자 사태는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이라는 법정 공방으로 치달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민총회는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고, 확보했던 주민참여예산 사업들이 집행 불능 상태에 빠져 전액 불용 처리되는 아쉬운 결과를 낳았습니다. 행정과 주민 사이의 신뢰가 약화되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지역 사회의 몫이 되었습니다. 지방의 B읍 주민자치회 사례도 유사한 시사점을 줍니다. 이 지역에서는 특정 위원이 자신의 주변 환경 개선 사업을 우선 과제로 통과시키기 위해 위원들을 포섭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되었습니다. 의견 대립이 고소와 고발전으로 비화되면서 자치회는 본연의 기능을 잃고 사법적 대리전의 양상을 띠게 되었습니다. 위원들 간의 인간적인 신뢰는 무너졌고, 주민들마저 나뉘어 대립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권한을 다룰 수 있는 공익적 태도와 리더십 역량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 권한이 주어졌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부작용입니다.

개인의 자질을 넘어선 시스템의 영향력: 디디에 드조르의 실험

우리는 자치 현장의 갈등을 리더 개인의 성향 문제로 결론짓고 비난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낭시 대학교 행동 생물학 연구소의 디디에 드조르(Didier Desor) 교수가 진행한 쥐 실험은 우리가 개인의 인성보다 '조직의 시스템과 구조'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드조르 교수는 6마리의 쥐를 한 그룹으로 구성하여, 먹이를 얻으려면 반드시 수영장을 헤엄쳐 건너야 하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이 조건 속에서 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도적으로 먹이를 확보하는 군과 이에 의존하는 군, 그리고 주변부를 맴도는 군 등으로 계급 구조를 형성했습니다. 이 실험의 핵심은 동일한 성향을 가진 쥐들만 따로 모아 다시 새로운 그룹을 구성해도, 짧은 시간 내에 다시 이전과 똑같은 비율로 역할과 계급이 재편되었다는 점입니다이는 조직 내에서 특정 행동 양식이 나타나는 것이 개별 주체의 천성보다는 그들이 처한 구조적 환경과 보상 체계에 의해 유도됨을 뜻합니다. 주민자치회 내에서 특정인이 독단적인 리더가 되거나 위원들이 무기력해지는 것 역시, 구조가 투명한 소통과 견제 장치를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또한 실험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맡은 개체들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했다는 사실은, 수평적이지 못한 구조가 구성원 모두에게 부담을 주는 비효율적인 환경임을 시사합니다.

생명의 진화에서 배우는 자치의 지혜

인간의 인지적 한계와 구조적 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로 진화한 생물학적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40억 년 전 시작된 단세포 생명은 무한히 복제하는 성질을 가졌지만 , 7억 년 전 결합으로 탄생한 다세포 생명은 효율적인 생존을 위해 각자 역할을 분담하는 '전문(분업)'을 선택했습니다이 과정에서 개별 세포가 스스로 생존할 능력은 낮아지는 허약성을 지니게 되었으나 , 서로 다른 기능의 세포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준 필수적인 장치인 '소통'을 통해 이를 극복했습니다. 다세포 생물은 특정 세포가 독점하지 않고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의 순환과 퇴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반면, 타 세포와 소통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무한 증식만을 추구하는 위험한 상태가 바로 '암세포'입니다. 이 생물학적 과정은 현대 주민조직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운영 원리의 유추에 참고가 됩니다. 주민조직 역시 개인이 공통의 목적을 위해 결합할 때 조직이라는 생명체로 탄생하며, 역할을 분담할 때 효율적입니다. 이때 서로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상호의존성을 인정해야 공동체가 유지됩니다. 주민자치의 핵심은 투명한 정보 공유와 피드백, 즉 세포 간의 대화와 같습니다특정 리더가 권력을 독점하려는 것은 생물학적 불멸의 욕구와 같으며, 건강한 자치는 적절한 시기의 퇴장과 세대교체를 통해 생태적 균형을 이룹니다. 공동체의 규칙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암세포적 태도를 경계하고 ,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되 주변과 대화하며 전체를 고려하는 건강한 시민들이 늘어날 때 주민자치는 생명력을 얻습니다.

권한의 재인식이 가져온 전환 사례

권한 남용으로 위기를 겪었으나, 위원들이 손에 쥔 권한의 본질을 '공공성'으로 재인식하며 공동체를 회복해낸 사례가 존재합니다. 수도권 C동 주민자치회는 임원진의 독단적인 의사결정과 사업비 정산 문제로 위원들 간의 불신이 깊었던 곳입니다. 자치회장이 주민자치회의 공적 권한을 활용해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에게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고, 특정 위원들의 사적 민원을 해결하는 데 예산을 우선 배정하면서 완장 자치라는 비판과 함께 위원들의 사퇴가 속출했습니다. 일부 위원들은 행정에 특별 감사를 청구했고, 자치회 운영은 마비되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파국 직전, 이들이 선택한 것은 법정 소송이 아닌 '권한에 대한 전면적인 재학습'이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결정 권한은 행정 위에 군림하거나 사익을 채우는 특권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을 돌보라고 위임받은 공적 책임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입니다. 위원들은 외부 주민자치 전문가를 초빙해 3개월간 토론과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치회 운영 원칙을 명문화한 '공공성 행동강령'을 제정했고, 예산 집행 내역을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권한에 대한 윤리적 인식을 강화하여 권한의 공공성을 회복하자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자치회장과 임원진은 독점하던 결정권을 내려놓고 5개 분과위원회에 실질적인 예산 기획 권한을 분산시켰습니다. 권한이 공동의 책임으로 전환되자, 위원들은 사적 민원이 아닌 마을의 의제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낙후된 골목길에 단순히 보도블록을 깔아달라는 행정 요청을 넘어, 주민들이 직접 야간 순찰대를 조직하고 안심 귀가 스카우트를 운영하는 참여형 사업을 안착시켰습니다. 한때 소송 직전까지 갔던 조직이, 현재는 민관협치의 우수 모델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C동의 사례는 권한으로 인해 발생한 갈등은 더 큰 권한이 아니라, '권한의 공공성으로의 전환'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진정한 임파워먼트의 모범: 글로벌 해외 사례의 교훈

주민에게 권한을 위임(Empowerment)한다는 것은 단순히 권력을 나누는 것을 넘어, 주민의 잠재 능력을 발휘하게 돕고 공공의 책임을 나누는 교육적 과정입니다. 해외의 선진 자치 사례들 역시 초기에는 사적 이기주의와 갈등을 겪었으나, 이를 공공의 자산으로 승화시킨 리더십의 사례를 보여줍니다. 주민참여예산제의 시초인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시는 1989년, 도시 예산의 분배 권한을 주민들에게 이양하는 시도를 감행했습니다. 초기에는 이곳 역시 주민들이 자신의 동네에만 예산을 더 끌어오기 위해 이기주의를 보였고, 주민 회의는 갈등을 빚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시 정부는 권한만 주고 방관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이 예산 구조와 도시 전체의 지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시민 교육과 거버넌스 학습을 병행했습니다. 그 결과 주민들은 토론과 공청회를 거치며 학습되자, 우리 동네의 도로를 보도블록으로 바꾸는 것보다, 옆 동네의 상하수도 설치와 오폐수 처리가 시급한 공공의 과제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권한을 사적으로 유용하지 않고 가장 낙후된 지역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는 공공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도시 전체의 수도 공급률이 상승하고 빈민가 문해율이 발전하는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시의 '근린 자치회(Neighborhood Associations)' 체계도 좋은 예입니다. 포틀랜드는 시 전체에 95개의 근린 자치회가 가동 중이며, 이들은 시 정부로부터 도시계획 심의 권한과 환경·공동체 예산 집행 권한을 위임받았습니다. 포틀랜드 주민들 역시 초기에는 개발 이익을 두고 주민 간의 갈등과 사적 민원 충돌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갈등을 극복한 맥락은 '공공적 자산의 형성'이었습니다. 주민자치회는 부여받은 심의 권한을 활용해 상업 시설의 무분별한 진입을 막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권한을 공공의 영역으로 전환했습니다. 주민들은 학습 소그룹을 조직하여 마을의 유휴지를 '커뮤니티 가든(공동체 정원)'으로 조성하고, 청소년들을 위한 방과 후 안전 프로그램과 로컬 푸드 마켓을 기획·실행했습니다. 행정의 손길이 미처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주민들이 직접 권한을 사용해 메워나간 것입니다. 포틀랜드의 사례는 주민자치의 권한이 주민 개인의 민원 해결 수단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자산과 신뢰를 쌓아 올리는 에너지로 사용될 때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교육적 통찰과 리더십의 지향점

우리가 주민자치 교육 현장에서 디디에 드조르의 쥐 실험과 뇌과학적 결과, 그리고 생물학적 비유를 활용할 때 주목해야 할 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능력주의'의 함정을 비판해야 합니다. "독립형 주체는 능력이 있어서 살아남았다"는 시각을 넘어, 왜 구조는 반드시 역할의 편중과 소외 그룹을 만들어 내는가에 대해 질문을 해야 합니다. 구조적 불평등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음을 전달하고 시스템의 개선을 고민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다음으로 희생양 메커니즘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 집단 안에서 소외 계층이나 천덕꾸러기형이 발생하는 것이 집단의 유지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장치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지 성찰하게 해야 합니다또한 방관자의 역할을 토론해야 합니다. 갈등이 발생할 때 자기 몫만 챙기는 독립형이 '연대하는 시민'으로 변화할 때 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로부터의 해방을 지향해야 합니다. 일방적인 지배 구조는 구성원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기에,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이 결국 집단 전체의 건강과 스트레스 감소를 위한 길임을 강조해야 합니다. 드조르의 쥐 실험 결과와 글로벌 자치 사례들은 권한에 대한 공적 사용은 개인의 선의에만 의지하는 것을 넘어, "어떤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지점입니다.

자치의 불꽃이 마을의 온기가 되기까지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은 행정이 독점하던 권한을 주민과 나누어, 상대방을 신뢰하고 그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임파워먼트의 과정입니다. 내가 쥔 권한의 무게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적인 민원 해결사에서 벗어나 우리 마을에 필요한 공공의 의제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학습해야 합니다. 과정은 고되고 피로가 쌓이지만 올바른 권한 행사를 통해 마을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때, 주민자치회는 주민들로부터 진심 어린 존경을 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 손에 쥐어진 자치의 불꽃이 마을 전체를 밝히는 온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스탠퍼드 감옥 실험 (1971): 필립 짐바르도 교수 연구팀 수행. 구조와 역할이 인간의 행동 양식에 미치는 영향 분석.
  • 권력과 뇌 반응 실험 (2013):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 수크빈더 오비 교수 연구팀 발표. 주도적 경험과 공감 능력(거울 뉴런 반응)의 상관관계 연구.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게재.
  • 쥐의 사회적 계급 형성 실험 (1989): 프랑스 낭시 대학교 디디에 드조르 교수 연구팀 수행. 구조적 환경에 의한 역할 분화 및 지배 구조의 스트레스 연구.
  • 밀그램의 복종 실험: 권위와 명령에 대한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 시사
  • 칼훈의 쥐 유토피아 실험: 환경적 밀도와 자원이 공동체 유대에 미치는 영향 연구.
  • 애쉬의 선분 실험: 집단의 압력 속에서 소신을 지키는 시민 정신의 중요성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