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균형: 역량과 성품 사이의 고등함수
역량과 성품, 관리와 리더십, 관계와 능력, 그리고 믿음과 실천. 이는 우리 인생을 지탱하는 주요한 함수축입니다. 이 상반되어 보이는 가치들 사이에서 정교하게 균형을 잡는 일은 '삶'이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고단하면서도 가치있는 과제입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순간 배는 방향을 잃거나 전복되기 마련이기에, 우리는 매 순간 보이지 않는 저울질을 멈출 수 없습니다.
선택과 포기: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기회비용
정신과 의사이자《아직도 가야 할 길》의 저자인 M. 스캇 펙 박사는 균형 잡기의 핵심 과제로 '포기'를 제시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던 경험을 고백합니다. 속도가 주는 황홀함과 안전한 커브 길, 그 두 가지를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던 욕심은 결국 참담한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무엇인가를 포기하는 것은 생살을 도려내는 듯한 괴로움이지만, 스캇 펙은 깨달았습니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는 고통보다, 균형을 잃었을 때 찾아오는 고통이 훨씬 더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서른 이후의 진정한 과제
신체와 지능은 대략 스무 살 무렵까지 비약적으로 성장합니다. 그러나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어서도 오직 외형적인 '성장'에만 매몰되어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발전이 아닌 '병(病)'이라 불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성장이 멈춘 자리에는 반드시 '성숙'이 피어나야 합니다. 성장은 치열한 노력으로 쟁취할 수 있지만, 성숙은 보이지 않는 내면의 질서를 잡는 일이라 늘 후순위로 밀려나기 쉽습니다. 우리가 성인이 되어서도 삶이 유독 아픈 이유는, 성숙해야 할 시기에 여전히 비대해진 자아의 성장만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진실을 대면하는 용기
성숙이란 세상의 중심이 나라는 유아적 세계관을 탈피하는 과정입니다. 내가 온 우주의 주인공이 아니라 수많은 존재 중 단지 한 명일 뿐이라는 사실, 그리고 신은 나만을 편애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소중한 만큼 타인도 똑같이 소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 내가 주인공이 아니며, 내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진실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슬퍼하지" 않고, 억울함에 "화내지" 않으며 담담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한 책을 자기 사후 출간하도록 했다는 것처럼 우리가 세상과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두렵습니다.

나 중심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우리는 때로 세상의 중심이 나라 생각해서 화를 내고, 또 세상의 중심이 나이기에 슬퍼합니다. 반대로 세상의 중심이 내가 아니라서 분노하고, 내가 아니라서 좌절하기도 합니다. 표현은 각기 다른 네 문장이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결국 '나'라는 존재를 포기하지 못해 삶을 옥죄고 있다는 고백입니다. 저의 과거를 돌아보면, 좌절의 마디마다 그랬던듯 합니다. 세상의 중심이 나임을 증명하려 때로는 비겁하게 회피했고, 때로는 무모하게 욕심을 부렸습니다. 맥락과 마디마다 어긋난 선택은 공들여 쌓아 올린 것들을 한순간에 녹아내리게 한 뼈아픈 시행착오였습니다.
나살기: 오솔길에서 나누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오늘도 나는 나에게 허락된 작고 소박한 오솔길을 걸어갑니다. 이 길 위에서 내가 걷는 이 길이 나만의 전유물이라 고집하지 않으려 합니다. 걷다 보니 나와 같은 길을 걷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기꺼이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네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는 '남살기'가 아니라, 거대한 세상의 일부로서 오롯이 존재하는 '나살기'를 연습하는 중입니다. 시간의 한복판에서, 나는 이제야 비로소 평온한 나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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