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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콩나물시루]

환멸감이 일어날때, 자기를 객관화하는 시간...

강정모 소장 2020. 12. 14. 07:19

 

 

Morden(근현대)에 진입하자마자 느껴야하는 감정은 '환멸'이다.

 

나는 '환멸'이라는 언어를 지금까지 경멸, 모멸, 멸시 등과 같은 의미로 이해해왔다. 하지만 신중심의 세계관에서 인간 특히 나중심의 세계관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modernism과 연관시켰을 때 경멸, 모멸, 멸시와 다른 의미의 언어임을 알아차렸다.

 

일단 사전을 찾아보면 한자로 '멸'자가 다르다. 경멸, 모멸의 멸은 그야말로 '모욕하다'는 의미의 멸자다. 그런데 환멸의 멸은 '깨지다, 없어지다'라는 의미를 가진 앞의 단어와 전혀 다르다.

 

즉 환멸이란 '환상이 깨지다'라는 의미이며, 따라서 환멸감은 '처음 상상했던 것과 실체의 차이가 커서 드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로는 disillusion이다. 나아가 disillusionment 는 각성, 미몽에서 깨어남이라는 적극적 의미로도 파생된다. 즉 경멸, 모멸은 상대가 나에게 주는, 즉 상대가 책임있는 감정이라면 환멸은 나에게 책임이 있는 감정이다. 왜냐하면 실체는 원래 그랬는데 내가 환상을 가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환멸감이 들었을 때 입에서 혼잣말로 나오는 대표적인 탄식이 "저 인간이 저런 인간이었어?"이다. 그런데 이 탄식은 환멸감을 달래고 도움되는 경험으로 전환하는데 도움이 안된다. 왜냐하면 환멸감의 책임은 나의 착각에 있는데 그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는 탄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멸감'이 일어날때 "저 인간이 저런 인간이었어?"라는 탄식이 입에서 흘러나오면 뒤이어 "저 인간을 저렇게 본 나는 무엇을 잘못 보았는가?"라는 두번째 질문으로 들어가면 disillusionment 즉 각성, 미몽에서 깨어남, 온전한 현실인식, 객관화가 일어나고 나의 지혜는 더 한층 쌓이고, 다져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