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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콩나물시루]

중간지원조직 조직운영_바둑+장기

강정모 소장 2020. 8. 2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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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과 장기의 차이

 

1. 바둑알은 크기가 같지만 장기알은 크기가 다르다.

2. 바둑알은 계급장이 없지만, 장기알은 계급장이 있다.

3. 바둑알은 정해진 길이 없지만 (단 아무렇게나 두어서는 망한다), 장기는 각 알마다 정해진 길이 있다.

4. 바둑은 집을 지어서 이기는 것이고, 장기는 상대를 죽여서 이기는 것이다.

5. 바둑은 알과 알간에 관계를 통해 게임을 하는 것이라면, 장기는 상대와의 관계를 끊으면서 게임을 하는 것이다.

6. 바둑은 영역이 허물어져도 끝까지 가봐야 승부가 나지만, 장기는 왕 하나 죽으면 다른 알이 살아있어도 끝난다.

 

동료가 알려준 콘텐츠이다. 나는 현장에서 이를 확장하여 여러 요소에 비유를 삼아 소통하고 있다. 이번에는 시민단체(NGO)와 중간지원조직과의 관계에 대해서 바둑과 장기간의 차이를 가지고 고찰해보고자 한다.

 

많은 지자체에서 중간지원조직을 민간위탁을 한다. 가끔씩 직영으로 운영하기도 하지만 지역사회의 다양한 요청과 소통을 통해 설립된 조직이니만큼 그간 민간에서 쌓아온 전문성과 창의적 기획력을 발휘하도록 많은 지자체에서는 민간위탁을 선택한다. 그래서 법인(시민사회단체)들이 조직을 위탁하기 위해서 신청하고, 심사를 통해 2~4년가량 중간지원조직(많은 경우 ~~~센터)을 위탁하게 된다.

 

위탁을 받게 되면 지역사회를 위해 법인의 사명을 구현하기 위한 청사진에 설레이게 된다. 그런데 얼마지나지 않아 조금씩 혼란이 오기 시작한다. 그 혼란의 원인은 '일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운영'의 문제에서 시작된다.

 

모 법인 즉 시민단체는 조직운영방식이 각각의 단체마다 분위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바둑'식의 작동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른 문화를 형성해왔을 것이다. 즉 수평적 리더십과 일과 성과보다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주요 동력으로 삼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단체가 '중간지원조직'을 위탁하고, 단체의 핵심이해관계자들이 중간지원조직 운영주체가 되어서도 수평적 리더십과 관계형성을 주요 동력을 삼아서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간지원조직은 지자체 관련부서의 관할하에 있다. 즉 처음부터 독립성을 부여받지 않는다. 중간지원조직의 독립성은 선언적으로 얻어지는게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고, 성과와 투쟁이 쌓여야 가능하다. 처음에는 관련부서와의 긴밀한 소통과 협의(심지어는 관련부서의 통보, 감사, 결재)가 있어야 운영할 수 있다.

 

지자체 공무체계와 함께 일하다보면 바둑식 방식으로는 운영에서 많은 갈등이 노정됨을 경험하게 된다. 지자체 공무체계는 그야말로 '장기식' 운영방식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간지원조직의 책임자들은(보통 센터장 및 사무국장)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고, 중간지원조직을 장기식으로 운영하려고자 하는 압박을 받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바둑식에 익숙한 팀원들과의 갈등이 발생하고, 본인도 이래서는 안 되는데...라는 죄책감도 들면서 뭘 어떻게 운영해야할지 혼돈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중간지원조직은 민과 관 사이를 연결하는 전문조직이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중간지원조직은 민간의 '바둑식' 조직운영과 공공기관의 '장기식' 조직운영을 섞은 '바둑장기식' 운영방식을 창출해야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바둑장기식' 운영이란 무엇인가? 아직 이것에 대해 경험이 전수되는 정도이지 론(論)으로 기술된 무언가를 본적은 없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민간위탁 중간지원조직의 수가 많아지고, 민주주의가 심화될수록 민간위탁 중간지원조직이 더 많아지면 많아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인데, 이를 위한 중간지원조직운영의 이론이 만들어지고,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 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