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갈등조정 지원
강정모 소장(시민교육콘텐츠연구소)
갈등은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자원봉사조직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선한 가치를 명분으로 모인 집단에는 갈등이 없다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잘못된 기대 때문에 도덕적 가치 집단에서 오히려 더 많은 상처를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처럼 사적이든, 공적이든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반드시 갈등이 있다. 갈등이 일어나는 근본원인은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성별, 연령, 성향, 경험과 문화,욕구와 동기, 가치관이 같을 수 없다. 그래서 갈등은 필연적인 것이다. 사람은 갈등이 발생했을 때 본능적으로 회피(혹은 방어)하거나 제거해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갈등은 피하거나 제거할 수 없는 것이다. 갈등은 오직 관리되어져서 다른 에너지로 전환(transformation)되어질 수 있다. 갈등은 그 자체로 선도 악도 아니다. 적대와 파괴의 기폭제일수도 있고, 발전과 통합의 촉진제가 되기도 한다. 갈등이 어떤 성격을 갖느냐는 구성원들이 얼마나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지혜롭게 다루느냐에 달려있다. 스티븐 제이굴드라는 생물학자는 “진화란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라고 했다.
자원봉사활동은 혼자서 하는 활동이 아니다. 자원봉사는 팀으로 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갈등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자원봉사 관리자들은 일차적으로 갈등발생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 가지 가설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만약 한 조직이나 활동에서 전혀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러한 상황은 전체주의국가, 광적 사이비 종교집단, 독재국가에서 운영하는 수용소 같은 곳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장면이다. 결코 건강하지 않다. 건강한 모임일수록 갈등이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허용되고 구성원들이 그 갈등을 표면화시켜 다룰 수 있는 역량이 크다. 그래서 자원봉사자와 자원봉사 관리자들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갈등에 대한 이해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갈등은 회피하거나 숨길 때 오히려 증폭되는 특징이 있다. 갈등을 드러내는 것은 관리과업의 반 이상이다. 갈등마다 차이는 있지만 어떤 갈등은 표면화만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갈등을 표현은 힘들다. 그래서 점진적 갈등 표면화 훈련 을 해 나갈때 홀가분한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홀가분한 경험은 안전감으로 발전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폭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갈등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복잡한 것, 짜증, 답답, 골치 아픈 것, 불편한 것, 피하고 싶은 것, 마음의 상처, 화, 분노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한다. ‘위기(危機)’에 위험과 기회라는 상반된 의미가 동시에 있다. 전통적으로 갈등은 개인과 조직에 피해를 주는 것이므로 반드시 제거되어야 할 것으로 이해되었다. 민주적 가치가 확산된 현대사회에서는 창조적이고 합리적인 조직운영에 필수적이고 바람직한 요소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 그래서 갈등관리는 갈등제거에서 갈등조정으로 의미변화가 되고 있다. 갈등의 긍정적인 요인으로는 조직의 문제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고, 변화와 혁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동기를 주고, 긍정적인 조직의 응집력을 향상시킨다. 적절히 갈등하는 조직은 성장하고, 성숙하는 조직이다. 유능한 자원봉사 관리자란 ‘갈등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해 갈등을 활용’하는 사람이다.
갈등이 없는 조직은 무기력하고, 지루한 조직이다. 갈등이 어느 정도 유지되어 적절한 긴장감이 있는 조직이 활력이 넘치고, 역동적인 조직이다. 이 때의 갈등을 Eustress라고 한다. 그러나 정도 이상의 갈등이 지속되면 조직원들은 사안과 조직에 대해 기대를 접고, 낙담하고, 자신과 조직을 별개로 여겨 무질서가 발생한다. 이 때의 갈등을Distress라고 한다. 이 때 발생하는 현상이 링겔만 현상이다. 즉 상호조정능력과 구성원들 간에 공통의 목적의식이 결여되어 조직은 마치 시한폭탄을 상대에게 돌리는 상황을 맞는다. 갈등관리의 역량은 ‘차이’ 또는 ‘다양성’에 대한 수용력이다. 가장 낮은 수준의 수용력을 가진 개인 혹은 조직의 내적 메시지는 ‘너하고 나는 너무 달라. 그래서 우린 함께 할 수 없어’ 이다. 갈등의 원인을 전적으로 상대에게 돌리는 태도이다. 여기서 조금 발전하면 ‘너하고 나는 정말 달라. 그렇지만 우린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어’ 로 타협적 태도이다. 하지만 자원봉사와 같은 이익이 아닌 공공적이고, 가치중심적 활동에는 더 깊은 수준이 요구된다. ‘너하고 나는 다른 점이 많아. 그래서 더욱 넌 소중한 사람이야’이다. 관계하는 사람의 ‘차이점’이 역동적인 활동의 동력으로 활용되는 상태다. 이 수준에서 조직은 시너지가 발생되어 예상된 것보다 수십 배 이상의 결과물을 얻는다.
이성록은 일반적으로 관리자와 자원봉사자간에 갈등양상을 분석하였다. 첫째, 과업의 상호의존적 상황으로 발생한다. 제한된 예산을 놓고 집행과 일정에 대한 견해차이다. 둘째, 목표와 역할의 괴리다. 자원봉사자들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성장과 보람, 활동을 통해 자원봉사현장의 변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하지만 관리자들은 자원봉사자 활용을 통한 예산절감과 조직발전에 집중한다. 셋째, 지각에 차이다. 배경, 가치관, 교육정도, 연령,정보체계, 사회적 관계유형에 따라 같은 대상과 활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자원봉사자들은 ‘사명감’이 활동의 주요동인이고, 관리자들은 ‘전문성’이 주요동인이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은 과정중심의 인지를 갖게 되고, 관리자들은 결과중심의 시각을 갖게 된다.
이성록은 자원봉사 관리자들의 갈등지점도 분석하였다. 첫째, 지위에 대한 불안이다. 자원봉사자의 유능성, 경력, 능력이 관리자들에게 도전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특히 자원봉사자들 중에는 자원봉사현장 관리자보다 훨씬 연령도 많고, 경험도 많은 사람이 있다. 그런 봉사자는 오랜 경험으로 전문성도 높아서 때로 관리자들을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면 관리자들은 위축되고, 자신감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신입직원들은 높은 연령의 오랜 자원봉사자들과 관계에서 더욱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둘째, 서비스질에 대한 우려다.관리자들은 위치상 자원봉사자가 수행하는 서비스의 결과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권한위임을 기피하려고 한다. 자원봉사자들은 활동에 보람을 경험하고, 활동 전문성을 갖춰갈 수록 관리자에게 권한위임을 더 요청할 것이다. 이 때 관리자들은 어느 정도까지 자원봉사자들에게 권한을 허용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셋째, 철학의 빈곤이다. 관리자들이 활동에 대한 의미와 가치기반이 취약하면 자원봉사를 일시적 편의와 단순노동력 지원책, 예산절감 차원으로 취급할 수 있다. 이것은 센터의 국가기관에 종속되어 운영되는 구조적 요인도 한 원인이다. 넷째, 이전의 경험에 따른 기피이다. 자원봉사자들은 배경의 다양함뿐만 아니라 인격수준도 다양하다. 때때로 무책임한 활동, 개인 사정을 중심으로 한 활동, 비인격적으로 관리자들을 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자원봉사자들을 경험하게 되면 마음의 상처로 인해 자원봉사자들을 불신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성취감 상실이다. 자원봉사 활동의 확장과 그에 따른 행정의 증대로 인하여 현장과 점차 괴리되는 현실이다. 관리자들은 활동과 사람보다는 서류작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관리자들은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얻는 성취감과 행복을 얻는 기회는 잃는다. 현장과의 괴리는 관리자들의 소진(burn-out)의 원인이 된다. 대부분의 자원봉사현장 관리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클라이언트와 만남은 사명감을 유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활동가로서 동기를 고취시키는 원천이다.
이성록은 자원봉사자들 간에 갈등현상에 대해서 분석하였다. 그것은 ‘인정경쟁’이다. 자원봉사자들은 팀 내에서 동료, 관리자에게 더 많은 관심과 인정을 받고자 한다. 자원봉사 관리업무 분야에서 ‘인정과 보상’이 있다. 자원봉사 인정과 보상은 활동의 무보수성의 원칙상 금전적인 것이 되어선 안 되나 반드시 필요하다. 자원봉사자들 간에 활동경쟁은 공식, 비공식 지위에 대한 경쟁으로도 나타난다. 간혹 자원봉사자들이 ‘지위’를 인정과 보상이라고 여길 때 팀에서 ‘정치적, 권력적’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은 개인이나 팀의 과잉경쟁을 초래하여 목표는 점점 높아지고, 봉사자들은 소진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봉사자들은 유발되는 불만족한 결과를 동료에게 돌릴수 있다. 관리자들은 자원봉사자들 간에 인정경쟁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조정해야하고, 타인의 인정보다는 자신의 자발성에 활동의 토대를 두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자원봉사계는 다른 활동보다도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영역이다. 정치적 이념, 가치관, 경제적 차이, 종교, 인종, 지역, 학연을 넘어 ‘봉사’의 영역에서는 다 만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다른 조직보다 더 높다. 그러므로 자원봉사관리자는 자연스럽게 발생될 갈등을 최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지원기술과 역량이 필요하다.
*링겔만 현상
- 독일 심리학자 막시밀리안 링겔만이 줄다리기 실험을 해보니 혼자 당길 때에는 100%의 힘을 내던 개인들이 세 명이 당기자 85%, 여덟 명이 당기자 49%의 힘만 쓰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반대의 현상으로는 ‘시너지현상’이 있다.
* 참고자료
- 이성록 :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 사회사업과 박사, 도봉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장(전), 국립한국복지대학교 교수(현), [자원봉사활동 관리조정론(1995, 서울:학문사)]
'콘텐츠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원봉사팀 개발론4] 자원봉사 팀리더 양성 (0) | 2015.06.01 |
---|---|
[자원봉사팀 개발론3] 자원봉사팀 의사소통역량 지원 (0) | 2015.06.01 |
[자원봉사팀 개발론1] 자원봉사팀 개발론 (0) | 2015.06.01 |
[자원봉사 교육론6] 자원봉사자 교육 자료집 및 교육평가 (0) | 2015.06.01 |
[자원봉사 교육론5] 자원봉사자 교육프로그램 설계 (0) | 2015.06.01 |